인하우스 손놓은 현대차·LG, 광고계 ‘상생모델’ 싹 틔울까?
인하우스 손놓은 현대차·LG, 광고계 ‘상생모델’ 싹 틔울까?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8.16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탈피…업계는 “일단 환영”

[더피알=이슬기 기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인하우스(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중소 광고회사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광고를 잇달아 수주하며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것. 

업계에선 여러 정황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정부 정책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눈길이 적지 않지만, 일단은 빗장 걸렸던 광고계의 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중소광고회사에 기회를 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소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에어는 현대차, lg전자의 광고를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사진출처=크리에이티브에어 홈페이지 캡쳐)

중소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에어’는 최근 공개입찰을 통해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G2’의 TV광고 대행을 따냈다. 지금까지 LG전자 광고는 LG그룹의 계열사인 HS애드가 대부분 맡아왔다. 앞서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기업이미지 광고도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

크리에이티브에어 관계자 “우리는 그간 우리의 방식대로 제안했다. 광고주(기업)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다행히 광고주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인 LG전자 역시 실력에 의한 광고입찰 결과였음을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광고 입찰 자체에서 회사의 규모나 취급액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 독창성, 완결성 면의 점수가 가장 높았던 회사를 선정했다”며 “총 4개사에서 참여한 입찰에서 크리에이티브에어가 브랜드, 제품 론칭에 탁월해 선택하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4년 설립된 크리에이티브에어는 지난해 광고취급액 238억원으로 업계 40위 수준이며, 인원은 총 12명인 중소회사다. 이처럼 규모 면에서 결코 크지 않은 독립 광고회사가 인하우스 계열 광고회사를 갖춘 대기업들의 광고를 차례로 수주한 데 대해 업계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해당 광고사의 크리에이티브나 전략 등 자체 경쟁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지만, 밑바탕에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힘입어 광고업계에 불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 철퇴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기형적 구조를 보였던 국내 광고계가 바로 잡히는 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 광고회사 김앤에이엘(Kim&aL)의 최진수 대표는 “이번에 현대차나 LG전자 등 글로벌한 기업에서 독립광고회사를 썼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일이다. 광고회사는 원칙적으로 매체사, 광고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도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더욱이 현대차의 경우 그룹 내 이노션을 설립한 후 처음 타 회사에 광고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광고사에 의미 있는 변화다”고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이어 “대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업계뿐만 아니라 예비 광고인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서도 독과점 문제가 많이 다뤄지고 있지만, 젊은 광고학도들이 힘들고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광고대행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업계뿐만 아니라 예비 광고인들에게도 희망이 될수 있다”고 보면서 “중소광고회사들이 좋은 본보기가 돼 이들에게도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대표는 이같은 흐름이 광고계에 지속적으로 유지돼야만 효과를 제대로 볼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단발성이 아니길 바란다. 수주를 받은 광고회사가 고객사 수준에 맞게 직원을 충원하는 등 조직을 정비한 후 빠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건 중소광고회사에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속성을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