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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시인, 기자까지…확산되는 #미투운동
검사에서 시인, 기자까지…확산되는 #미투운동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2.0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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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터질 게 터졌다”…중앙일보 “이성 간, 선후배 문제 아닌 권력 문제”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평, ‘미디어리뷰’를 통해 한 눈에 살펴봅니다.

오늘의 이슈 한국판 미투 캠페인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 jtbc 뉴스룸 캡처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 내가 소리쳤다 / “이 교활한 늙은이야!” /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 100권의 시집을 펴낸 /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 불쌍한 대중들 /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최영미 _ 괴물

[더피알=이윤주 기자]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시(詩)가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현직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한국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학계로 확산되면서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제가 거절했던 그 요구는 한두 개가 아니고 한두 문인이 아니다. 여러 차례 너무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또 이러한 일이 “문단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학작품의 가격은 소위 문단의 전문가라는 평론가나 또는 중견 문인들이 추천서를 써 주거나 책이 나왔을 때 서평을 써주거나 하는 식으로 값이 매겨질 수밖에 없기에 약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7일엔 전직 기자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여성에게, 그 중에서도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여성에게, 사회(직장을 포함한 모든 곳)는 잔인했습니다”며 “기자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법조계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발언은 이제 문화예술계와 언론계 등 각계의 #미투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만연한 ‘나쁜 관행’을 도려내는 칼날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번지는 미투 운동, 잘못된 관행 바로잡는 계기 되어야

중앙일보는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겨울호에 사실상 실명으로 유명 원로시인의 성희롱을 고발한 시 ‘괴물’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며 “대체로 ‘공공연한 비밀이 이제야 터졌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당사자의 여론 무마용 사과로만 흘러가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문학계는 권력이 남성에게 집중돼 있는 남성 중심적 문화인 데다 여전히 남성성 과시를 작가의 특권인 양 생각하는 후진적 문화가 남아 있는 터라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성폭력을 단순히 이성 간이나 선후배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최영미 시인의 ‘미투’, 가해자 반성 보고 싶다

서울신문은 “최영미 시인은 그제 TV에 출연해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을 상대로 성희롱, 성추행을 행한 문인이 한두 명이 아니며, 문단 전체가 방조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피해를 본 여성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추행의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언론에 ‘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밝혔다. 자기반성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 최 시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은 “폭로를 위한 폭로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며 “확인된 성폭력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법 제도의 개선에 그칠 게 아니라 여성·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묵인·조장하는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성과 약자가 겁먹지 않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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