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과 방역당국을 향한 시선의 변화
정은경과 방역당국을 향한 시선의 변화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2.03.07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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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방역당국에 대한 초기 관심, 화살로 바뀌어
방역 성공에는 대중의 성숙한 역할도 상당한 지분 차지
지난 1월 오미크론 변이발생현황과 방역대응에 대해 발표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시스
지난 1월 오미크론 변이발생현황과 방역대응에 대해 발표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시스

[더피알=유현재]코로나는 참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아니, 많다고만 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만큼 정말 모든 걸 바꿔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싶다. ‘BC’(Before Christ)의 새로운 의미가 ‘Before Corona’라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코로나 이전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아예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나 개념들도 꽤 많고, 코로나 이후 갑자기 관심이 높아진 원칙이나 정책, 혹은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확진자나 감염 재생산지수, 음압병실, 거리두기 같은 표현은 이젠 일상화된 개념이고 비말이나 PCR, 신속 항원검사 같은 용어들을 평생 처음 접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국민들이 갑자기 자주 만나게 된 사람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경우엔 보건과 헬스컴을 공부했기에 당연히 그의 이름과 역할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익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대중에게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 발생 이후 무려 2년이나 지났지만 정 청장은 여전히 방역의 최전선에 서있다. 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다. 코로나 초기 방역의 핵심이었던 신속 진단키트 연구와 개발은 메르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메르스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의료인 출신 공무원들이 핵심역할을 수행했는데 정 청장과 권준욱 현 국립보건연구원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 되자 5년전 혹독한 상황을 경험했던 전문가들은 지체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정 청장이 초기에 보여줬던 일사분란함과 침착함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샘 워커(Sam Walker) 기자는 지난 2020년 4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기사에서 정 청장의 방역전략과 대국민 소통을 크게 다뤘다. 미국언론이 한국의 특정 의료공무원을 콕 집어 찬사를 보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과학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자리였지만 정 청장은 국민이 알아야 할 ‘신종’감염병 정보들을 최대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정 청장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담당자들의 헌신, 일선 의료진의 책임감, 자발적 노력을 감당한 국민들 덕분에 코로나 발생후 상당기간은 최소한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언론을 통해 큰 혼란을 빚었던 해외 국가들의 상황을 파악한 국민들은 방역 당국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고 정 청장 개인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친 그들에게 ‘편견’까지 얹어서야

그런데 미디어와 보건을 동시에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시기부터 조금씩 불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언론과 미디어, 그리고 대중의 변덕스러움을 알고 있기에 확진자 증가 등 외부변수가 등장하면 언제든 태세 전환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시나리오는 대부분 현실화됐다. 델타와 오미크론 등 다수의 변이들이 발생하고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는데도 가시적 안정은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봐도 실감나지 않는 ‘16만’ 같은 숫자들이 신규확진자 수로 찍히고 있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가슴이 철렁하기 보단 ‘올 것이 왔군!’ 정도의 무력감마저 느끼게 되는 상황이다. 방역 시국에서 강력한 제한조치를 받아야 했던 자영업자들은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염병 시대를 근근히 견디고 있다.

이런 현실을 온 몸으로 경험중인 대중의 화살은 방역당국과 정부정책으로 향한다. 날선 톤앤매너의 비판은 물론, 일부 댓글에서는 방역 공무원들을 향한 ‘욕설’도 보인다. 때마침 찾아온 대선정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방역당국을 무능하다고 규정하고 보건공무원들의 노력을 쉽게 매도하기도 한다. 언론과 미디어에 등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현실적 대안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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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은경 청장을 비롯한 방역당국의 정책과 대국민 소통에 만점을 주고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보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분명하다. 하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자로서 정 청장과 당국의 노력을 비웃거나 폄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직원들. 뉴시스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직원들. 뉴시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현재의 방역당국 정책과 국민 소통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 일단 비판 의견을 전한 다음 해당 기자에게 한 가지를 되물었다. 정 청장과 방역당국 담당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최종 기사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의견은 이랬다. 국민을 하나의 가족으로 본다면 무서운 외부 변수가 발생할때 가장 전문성과 유사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난감한 책임을 자신의 직무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신뢰하고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어쩌면 유일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리고 정말 추호의 아쉬움도 없이 100% 성공적으로 코로나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준다면 너무 고맙겠지만 바라는 마음에 좀 못 미쳐도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순간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듣기에도 거북한 ‘정치방역’이라는 프레임을 씌워가며 2년 넘게 코로나 방역 전선의 최일선에 서있는 전문가들과 의료진에게 툭툭 비난을 던지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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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은경 청장과 방역당국이 싸우고 있는 대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수천 배는 더 무서울 수 있는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니 ‘신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안 그래도 지친 그들에게 ‘편견’이라는 아픔까지 얹어서는 안된다. 방역의 성공에는 대중의 성숙한 역할도 상당한 지분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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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4 11:07:22
음악병실 -> 음압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