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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리, 갈등의 원래 목적부터 찾아야”
“갈등관리, 갈등의 원래 목적부터 찾아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2.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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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좌담회] 갈등공화국 오명, 무엇이 문제인가<中>

<더피알>은 각계각층의 갈등으로 ‘불통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사회 갈등관리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가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 (사진 왼쪽부터)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

공존과 협력을 통한 갈등해결, 한편에선 갈등을 통한 사회발전의 긍정적 효과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갈등도 잘 쓰면 사회의 약이 된다. 문제는 그 정도나 수준이 너무 심할 때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사건, 코레일 파업, 밀양송전탑 문제, 역사교과서 논란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각계각층의 갈등이 난무했다. 새해를 시작했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해결의지가 없는 것도, 국민의 해결바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악화일로다.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각각의 사안(이슈)에 대해 촌평을 하신다면?

이 교수
  우선 이 말을 하고 싶다. 모든 행동, 모든 갈등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불법은 절대 안 된다고. 중요한 건 갈등의 본래 목적을 찾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안하고 국정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게 핵심인데 지금은 부정선거다 대선불복이다 하는 이상한 이슈로 점점 변형돼 가고 있다.

밀양송전탑 문제도 마찬가지다. 송전탑 건설이 된다 안된다가 갈등의 본 목적이 아니다. 밀양송전탑을 둘러싼 갈등 원인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송전과 관련돼 있다. 이걸 해결하려면 원자력발전, 전력사용행태, 전자파 관련 국가적 규명, 송전선 보상 문제 등 굉장히 복합적 이슈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밀양송전탑 건설 하나만 딱 떼서 송전탑은 무조건 반대라고 하면 절대 답이 안 나온다. 대안이 제시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안녕들하십니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목적은 또 뭔가? 비싼 등록금, 청년실업 문제 해소다. 등록금 문제나 대학생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갈등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면 되는데 자꾸 표피적 이슈에만 집착해서 갈등이 갈등을 낳는다. 이렇게 되면 갈등 해결은커녕 점점 더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박 대표  지금껏 갈등이라고 하면 윈루즈(win-lose) 패러다임, 즉 한쪽만 승리하고 나머지는 패배하는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윈윈(win-win)의 문제로 바뀌었다.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하자는 거다. 지금 우리사회 첨예하게 갈리는 갈등들도 우선적으로 윈윈 관점에서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코레일파업의 경우 프레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의 핵심 아젠다는 사실 민영화가 아니라 공기업 경영합리화다. 반면 국민들은 철도 공공성 약화를 가장 우려한다. 결국 코레일 문제는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경영효율성을 높이는가로 귀결된다. 정부가 코레일파업 프레임 자체를 민영화가 아닌, 공기업 경영합리화로 보고 그것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먼저 제시했으면 지금과 같은 갈등은 없을 수도 있다.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민영화는 아니다고 하니까, 다른 한쪽에선 민영화 맞잖아라고 주장하는 웃지못할 코미디가 벌어진다.

밀양송전탑 문제는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공익을 추구해야 할 가치의 문제다. 상식선에서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 대책 등 더 큰 사회적 논의로 뻗어야 한다. 국정원 이슈는 정의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가급적 빨리 털고 가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신 소장  밀양송전탑 문제는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돼야 한다는 명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갈등이라고 본다. 밀양송전탑을 비롯해 국책사업으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여러 개발사업들은 대부분 공익을 위한 사익의 희생 논리가 관통해 왔다.

100명을 위해 1~2명 또는 5~6명의 이익은 희생돼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전체주의요, 권위주의다. 이 논리가 해소되지 않고는 사회갈등 해소도 어렵다. 대를 위해 소가 희생돼야 한다는 시대 패러다임은 끝났다. 변화를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현재 여러 갈등의 원인을 대통령의 소통 리더십 부족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취임 후 연 첫 기자회견마저도 불통 논란을 낳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소통에 더욱 힘쓰겠다”면서도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청 대처하겠다”고 했다. 코레일 철도파업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특히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과 타협은 소통이 아니다”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선 여권 일부나 보수언론 등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너무 일방통행이다, 소통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신 소장  무대응이 최선의 소통이라는 철학이 있는 듯하다. 일일이 대응하다간 할 일을 못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소통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설득과 합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초반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지, 대화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일부터 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지금은 소통할 시간이 없다. 일한 다음에 소통하자’고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면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거기다 대고 대통령이 소통하겠다고 하면서 ‘타협은 소통이 아니다’고 하니깐 여기저기서 열통 터지는 거다. 타협도 쌍방이고 소통도 쌍방이다. 타협이 소통이 아니라고 하면 뭐가 소통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수  박근혜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은 신뢰와 인정의 문제다. 상호신뢰를 하지 않으니 상호인정을 안하는 것이고, 반대로 서로 인정하지 않으니 서로 신뢰를 못하는 거다. 역대정부가 다 그랬다. 서로 인정하고 잘한 일은 잘했다 하고, 못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으니 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한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게 어떤 목적성을 갖는 건 아닌가 색안경부터 쓰고 본다. 그러다 보니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소통의 대상이 누구냐, 불통이라고 하는데 누구와 불통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 차원을 달리한, 대상을 달리한 소통의 얘기들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너나할 것 없이 소통 소통 하는데 과연 그 소통이 정치권과의 소통이냐, 아니면 정책대상 집단과의 소통이냐, 대국민 소통이냐 하는 등의 여러 분석이 있어야 한다. 물론 소통의 리더격인 정치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겠지만.

박 대표  요즘 소통이 안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만큼 불통의 시대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쏟아진 불통 논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대통령 기자간담회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위한 게 아니라 메시지를 발표하는 자리다. 소통하는 장이 아닌데 소통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건 미워서 미워보인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정치권의 모습은 흡사 영화 <고지전>을 보는 듯하다. 한쪽에서 이렇게 치고 나오면 다른 쪽에선 요렇게 대응하는, 서로가 치고받는 일종의 보복정치가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이 과연 소통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지금은 대통령이 소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되레 대통령이 너무 소통을 많이 해서 욕먹는 일이 많지 않았나. 소통은 리더의 필수덕목이 아니다. 리더 개개인의 스타일과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소통은 못하지만 다른 역량을 갖고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는 이들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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