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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대한민국 언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4.1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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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세월호 침몰 속보경쟁, 죽음마저 가십거리로…“미쳤어”

[더피알=강미혜 기자] 진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접하는 내내 크게 두 가지에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사고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철저한 ‘무능’이고, 또다른 하나는 사고 보도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처절한 ‘뻔뻔함’이다.

정부는 수백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탑승자와 구조자, 실종자 등 기본적인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총체적 부실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여기에 속보경쟁에 취한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승선자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실시간 퍼나른 것도 모자라, 온갖 선정적·자극적 타이틀을 앞세워 끊임없이 이슈를 팔아대기 바쁘다.

▲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 아래로) 사고 당일 수학여행 단체여행자보험 내역을 소개한 mbc뉴스, 단원고 한 학생에게 보도 사진을 요청한 한 기자의 트윗, ‘대한민국 언론 누가 누가 더 미쳤나’란 제목의 글을 리트윗한 한 트위터리안,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을 촬영한 모습(오른쪽) / 각 이미지는 뉴스영상 및 인터넷 화면 캡처.

정부나 언론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막상막하의 엉망진창을 선보이며 ‘분노유발자’로서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괘씸함의 수위는 어쩐지 언론이 더 높아 보인다.

실제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언론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 누가 누가 더 미쳤나’란 제목의 글이 SNS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가하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몰두하는 언론의 싸구려 보도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며 혐오감을 내비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고 당일 수학여행 단체여행자보험 내역을 소개한 뉴스, 생존 학생에 친구 사망 소식을 전한 앵커, 트위터로 침몰 당시 사진을 구한 기자, 오열하는 유가족의 모습을 담기 바쁜 카메라, 타이타닉 등 선박사고 영화로 검색어 낚시질 하는 기사 등 비상식이 상식화된 언론 보도가 난무한 탓이 크다.

한 현직 언론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그리 좋은지 앵커와 기자들은 하루 종일 잔뜩 흥분해서 날뛰고, 무엇을 잘못 먹었길래 여기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접을 떠는가. 시정잡배라도 그럴 수는 없다... TV수상기를 때려 부수고 싶었다”는 말로 ‘막장’ 언론현실을 개탄했다.

며칠 전 <더피알>은 홍보계와 언론계, 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좌담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 역시 ‘저널리즘의 실종’이었다.

지면을 광고와 흔쾌히 바꾸는 독자기만, 협찬을 땡기기(?) 위해 ‘기사실탄’을 준비하는 편집국, ‘편집국장=광고국장’이란 공식이 횡행하는 지금 이 시대에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참석자 모두 공감하면서 한편에선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그에 앞서 진행된 자살예방 좌담에서도 “언론사가 파업하면 우리나라 자살률이 떨어질 것 같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될 정도로,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방치하기 힘든 수준의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크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참사 속에서 정부 무능을 비판하고 유가족을 대변해야 할 언론이 속보 경쟁과 클릭수 전쟁으로 죽음마저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막장 드라마만 욕할 게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 이쯤 되면 정말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가자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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