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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M&A에 실패했나
그들은 왜 M&A에 실패했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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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마인드 금물…다양성의 통합으로

[더피알=안선혜 기자] 과거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렸던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여러 M&A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지금은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2년 포털사이트 ‘라이코스’ 인수로 본격 시작된 SK컴즈의 몸집 키우기는 2003년 ‘싸이월드’, 2005년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 2006년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 2007년 검색사이트 ‘엠파스’에 이르기까지 포털, SNS, 이러닝(e-learning)을 아우르는 왕성함을 보였다. 특히 싸이월드의 경우 전 국민을 ‘미니홈피’와 ‘도토리’ 열풍에 빠뜨리면서 SK컴즈를 영광의 정점에 올려놓기도 했다.

▲ sk컴즈가 지난 2003년 인수하면서 간판서비스로 자리 잡았던 싸이월드는 지난 몇 년 사이 고전을 거듭하다 올해 4월 sk컴즈에서 분사해 다시 벤처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 대부분은 최근 3~4년 사이 모두 사라졌거나 되팔리면서 SK컴즈의 품을 떠났다. SK컴즈의 상징적 존재이던 싸이월드마저 올해 4월 완전히 분사하면서 직원 30명의 소규모 벤처로 돌아갔다.

현재는 포털사이트 네이트와 사진 소셜네크워크 서비스(SNS)인 ‘싸이메라’ 등 핵심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네이트는 업무제휴 계약을 통해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다.

업계는 SK컴즈가 맞이한 이같은 상황을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SNS에 밀린 것이지만, 결국 벤처기업이던 싸이월드가 SK에 인수되면서 벤처 특유의 실험적인 문화를 잃어버리고 모기업인 SK텔레콤의 눈치를 보느라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 시대의 더딘 움직임이다. 카카오톡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네이트온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끌고 오는 데 적극 나서기보다 카카오톡의 확장을 저지하고자 더 노력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모바일메신저가 모기업의 수익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성전자도 과거 조직융합 실패로 M&A가 악몽으로 남은 기억이 있다. 지난 1995년 세계 PC업계 점유율 6위였던 미국 AST리서치를 3억7500만달러(한화 약 44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으나, 수억달러의 손실을 남긴 채 결국 4년 만에 경영권을 포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한국식 조직문화를 곧바로 AST에 적용하고, 한국 본사 인력을 현지에 심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했다가 AST의 고급인력들이 무더기로 이탈하는 사태를 빚었다. 무리하게 한국식 조직문화를 심으려 한 데서 온 실패였다. 

오늘의 두산 이끈 PMI 소통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은 M&A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M&A에 나서면서 지금의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 루마니아 두산 IMBG, 두산밥콕, 두산밥캣 등이 탄생하게 됐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두산은 소비재 중심 기업이었으나, 공격적 M&A를 통해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2007년 밥캣 인수는 M&A 전문가들에게는 하나의 ‘사건’으로 통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건설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49억달러(두산 발표 4조5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한국에서 그 정도 규모의 큰 딜을 해본 적이 없기에 두산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란 우려가 팽배했지만, 두산은 인수 첫해 고전을 겪다가 이듬해부터 바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물론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 부진으로 2009년까지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0년 3분기부터는 흑자로 전환, 현재는 두산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밥캣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5825억원, 2836억원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회사 매출의 46%, 영업이익의 7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두산의 이같은 성공을 인수 후 PMI(인수 후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잘한 데 있다고 평가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밥캣 인수 당시 ‘타운홀미팅’을 개최, 밥캣이 보유한 27개국 자회사들을 직접 돌면서 임직원과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두산이 어떤 기업인지도 모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오너가 직접 나서서 두산의 철학을 비롯해 인수 목적, 시너지 확대, 향후 비전 등을 설명하면서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한 것. 또한 본사 파견 인력도 최소화하고, 각국의 문화적인 부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글로벌 두산인이라는 원칙을 전달, 핵심인재들의 유출을 막았다.

당시 두산 홍보를 맡았던 신동규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은 “인수합병 시에 점령군이라는 생각으로 CEO와 CFO 등 중요 요직에 모기업 사람을 앉히고, 새로운 문화를 덧씌우려다보면 (피인수기업의) 핵심 인재들이 다 빠져나가기 십상”이라며 “특히나 해외기업과의 M&A는 문화, 언어, 외모 등이 다 다른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유준희 조직문화공작소 대표는 “모기업이 피인수사에 자기 문화를 뒤집어씌워 일방적으로 같은 색깔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우리시대 인수합병의 핵심 키이슈는 획일성의 통합이 아닌 다양성의 통합”이라고 말했다.

M&A 커뮤니케이션은 적시적지에

전문가들은 피인수기업 인력이 새로운 질서에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직무의 상실, 과업에 따른 직무변경, 경력 경로의 변화, 배치전환, 보상의 변화, 새로운 상사 및 동료직원 권력과 지위, 위신의 변화, 기업문화의 변화, 정체성 상실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다.

유준희 대표는 “합병이 되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있거나 재배치가 일어나는데, 그 과정에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두려움이 있고, 기존에 갖고 있던 프라이드 등을 이유로 합병 자체에 대한 저항감도 있다”며 “가장 간단한 건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아무도 안 자를 것이라 약속하면 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방안은 합병 이후 더 큰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직원들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합병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요소다. 이선영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이사는 “표준적인 좋은 모델은 내부 구성원들이 루머를 통해 소식을 접하지 않고 직접적 소통 채널을 통해 적시적지(適時適地)에 접하는 게 제일 좋은 방식”이라며 “인수를 고려하는 초기부터 의사소통 계획을 수립하고, 합병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화를 예측·해석해서 전략적으로 소통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동규 부사장 역시 “과거엔 M&A 계약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무래도 중요한 부분에는 홍보 파트의 참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인수 전 계획 수립단계부터 홍보 인력을 투입해서 우리가 인수하는 목적, 인수 이후 PMI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숙제 

▲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0월1일 공식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사진은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다음과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

지난 10월 1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킨 다음카카오도 이번 합병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 상당히 고심하는 모습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제주 본사에 내려가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가 하면, 통합 법인 출범식 당일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전선포식 및 워크숍을 가졌다.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통합된 시점에서  함께 단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마련한 자리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다음 제주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감성적 공감대를 높이고, Q&A를 통해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떠도는 소문에 대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답하고,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아니나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회사의 존망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한편, 양사는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다음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지배적이고 카카오는 도전적이고 치열한 업무 분위기가 특징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앞서 사내문화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호칭 방식을 정하면서는 영어 이름을 부르는 카카오의 방식을 채택, 다음 내부 일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 공식 통합 법인이 출범하면서 이뤄질 인사·조직개편에서 카카오 측이 전체 18개팀 중 13개 부문 팀장직을 맡는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다음 측 직원의 내부적 동요가 상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매주 화요일 5시 마다 다음과 카카오 전 직원이 모여 타운홀미팅인 T500을 진행하면서 기존 서비스 운영 방안뿐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이나 인사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된 내용들을 전직원에게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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