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의 노래하는 로맨티스트
지하철 4호선의 노래하는 로맨티스트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1.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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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하 차장…모방에서 시작, 이제는 ‘청출어람’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예상치 못한 웃음 유발자들이 있다. 깨알유머가 녹아 있는 위트 있는 지하철 방송으로 짧게나마 승객들을 미소 짓게 하는 ‘별난’ 기관사가 그 주인공. 일상 속에서 작은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해병대 수송병과 중위 출신으로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신청하 차장은 처음 감성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걸 어떻게 해?’라며 한 달 간은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지하철 안내방송이라고 하면 특유의 딱딱한 말투와 무미건조함이 먼저 떠올라 처음에는 쑥스러워 꼭 필요한 멘트만 했어요. 방송을 하면서도 ‘누가 듣기나 하겠어?’라는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지하철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감성방송 또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군대정신’으로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감성방송을 시작했고, 하나둘 고객들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욱 탄력이 붙어 이제는 강한 자신감으로 고객감동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재미있는 말을 하고 나면 기관실과 맞닿아 있는 객실에서 승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요. 또 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보면 제 방송을 듣고 즐거워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특히 지난 8월 서울메트로 홈페이지를 통해 제 방송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칭찬해주신 고객의 말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서울메트로의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많을 때는 월 8건의 칭찬을 받으며 자타공인 감성방송의 주자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사실 신 차장은 지난해 7월부터 열차를 타고 방송을 시작한 새내기 기관사다.

처음에는 선배들의 방송 자료를 보고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지하철인 만큼, 기본적인 방송 준비 더하기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로 방송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발전된 방송이 현재는 노래로 이어지고 있다. 신청하 차장은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노래가 승객들의 주의를 끌기 쉬운 편이어서 노래를 자주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승객들에게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건 종착역에서 <개그콘서트-렛잇비> 코너를 패러디해 지하철 승무원의 입장에서 개사해 노래를 부른 것이다. ‘지하터널 혼자 달려 외로움에 떨어도 고객감동을 위해서 방송하죠… 종착역 도착했을 땐 내리세요~ 후~ 사당행 열차예요’

신 차장은 “기지로 들어가는 차량의 경우 종착역에 승객들을 모두 내려주는 것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열차 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한데 졸거나 수다 떨고 이어폰을 꽂고 있어 못 내리는 승객이 많아 이런 노래를 부르게 됐다”며 “승객들도 처음에는 황당해하다가 웃으면서 일제히 하차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한강이 보이는 이촌-동작 구간에서 ‘흰 눈 사이로 열차를 타고~’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한강이 보인다~’라고 캐롤을 부르기까지. 그리고 이렇게 멘트를 덧붙인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열심히 하지 마시고 창밖을 보세요. 뭉친 어깨와 목을 풀어주고 가끔 지하철 엽기 방송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한강을 지날 때만큼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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