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국정화 여론전…언론도 양분
불꽃 튀는 국정화 여론전…언론도 양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11.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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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집필진 선정·관리 의혹, ‘청와대 개입’ vs ‘인신공격’

정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집필자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쏟아지는가하면, 국정교과서 집필은 ‘청와대 작품’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성향 매체들은 CBS 보도를 인용해 “4일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전화해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 참석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국정화는 교육부 자체 추진 사업”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해온 청와대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가 집필진 선정·관리 등 국정화 작업을 총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성향 매체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도를 넘었다”면서 “이들의 집요한 공격은 명망 있는 학자들의 집필을 포기시켜 결과적으로 부실 교과서로 만들려는 술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쓸 것”이라는 국정화 반대파의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며 “필진들이 학자적 양심과 소신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6일자 주요 일간·경제지 사설이다.

▲ 전남대 사학과 학생들이 5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거부’ 기자회견을 연 뒤 역사책에 노란풍선을 매달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11월 6일자 사설>

▲ 경향신문 = 북한에 사상적으로 지배당할까봐 국정화한다는 대통령 / 국정화 관여 안 한다던 청와대, 사실은 컨트롤타워였나 / 9ㆍ11 테러 공포 되살리는 러시아 여객기 폭발 사고
▲ 국민일보 = '국정화' 대립하더라도 선거구 획정 더 미룰순 없다 / 한계기업 연명시켜온 정책보증 진작 손봤어야 / 지방의원 겸직신고 안 하는 까닭 대체 뭔가
▲ 동아일보 = 박 대통령의 경제협력 대화 제안, 北은 놓치지 말라 / 청년펀드·청년수당 포퓰리즘으로 취업난 해결되겠나 / 벌써부터 역사교과서 필진에 인신공격이라니
▲ 서울신문 = 첨예한 난사군도 분쟁 능동외교로 헤쳐 가야 / 野, 민생 챙기겠다면 국회 복귀 주저 말라 / 금융 공기업 '베짱이 직원' 솎아내기
▲ 세계일보 = '소음 집회' 근절하려면 소음기준부터 손질해야 / 카카오, 음란물 차단 책임 다했다고 할 수 있나 / '지뢰부상 장병 국가지원' 약속 지켜라
▲ 조선일보 = '美ㆍ中 사이 편들기'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 / 4년 연속 출산율 1위 해남군서 정부가 배워야 할 것 / 현대車 고급차 시장 진출, 이게 한국 제조업이 가야 할 길
▲ 중앙일보 = 2018년에나 국민연금 소득상한선 인상 논의하자니… / 한ㆍ일 정상 합의대로 군 위안부 교섭에 속도 내야 / 높은 개방 수준의 TPP…새 통상ㆍ산업 전략 시급하다
▲ 한겨레 = '방패막이' 대표 집필자로 밀어붙이는 '한국사 국정화' / 카카오 전 대표 기소, 검찰의 보복인가 / '청년 취업' 디딤돌 만들자는 서울시의 실험
▲ 한국일보 = 여야, 핑계 찾지 말고 선거구 획정 시한 지켜야 / 대기환경 악화 일상화, 국민적 행동 변화 필요해 / 위안화 절하 위험 경고한 '2015 차이나포럼'
▲ 매일경제 = 지자체 중복 세무조사 국세청으로 속히 일원화를 / 청년수당 월50만원씩 주겠다는 서울시 포퓰리즘 / 국정교과서 다양한 필진 소신껏 참여할 수 있게 해야
▲ 한국경제 = 박원순 시장의 청년 지원금 50만원은 또 뭔가 / 남중국해 자유항행 원칙은 정당한 것이다 / 드론과 무인주행차 규제완화 나서는 일본

한겨레는 ‘‘방패막이’ 대표 집필자로 밀어붙이는 ‘한국사 국정화’’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선정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기자들과 만나서 했다는 발언 내용은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준다. 최 교수는 자신이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에 불참하자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참석을 종용했다고 CBS 기자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최 명예교수는 현 수석에게 ‘제자들과 술을 많이 마셔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현 수석은 ‘술을 마셨어도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작업이 전적으로 교육부의 결정이라고 주장했으나 물밑에서 적극 개입한 사실이 꼬리를 밟힌 셈이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또 “최 교수가 자신을 ‘방패막이’라고 자조하면서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표 집필진’이라고 말한 대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이미 은퇴한 70대 원로교수들을 끌어들이는 속사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설명해준 것”이라고 해석하며, “대표 집필자 스스로 자신을 들러리와 방패막이로 여기는 상황에서 앞으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국정화 관여 안 한다던 청와대, 사실은 컨트롤타워였나’란 사설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화는 교육부 자체 추진 사업’이라던 청와대 주장은 거짓이 된다. 청와대가 집필진 선정·관리 등 국정화 작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노릇을 해왔다는 의심이 짙어진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정치권 불간섭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가 청와대에 일일보고를 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집필자와 통화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제는 청와대 ‘국정화 불간섭’ 주장을 믿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벌써부터 역사교과서 필진에 인신공격이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4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정교과서 집필진 관련 브리핑 자리에는 참석 예정이던 대표필자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나오지 못했다. 새벽부터 40여 명이 만류 전화를 하고 제자 2명이 집에까지 와서 막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화 반대 진영에서 역사학계 원로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압박하는 행태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제자로서 당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다 늙어서 무슨 부귀영화를 더 누리겠다고 곡학아세를…’이라며 노욕(老慾)과 친일로 몰아붙인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동아는 “2013년 좌파 성향 단체들이 총공격에 나서 우파 시각의 교학서 교과서 채택을 원천봉쇄 했던 것과 빼닮았다. 이들의 집요한 공격은 명망 있는 학자들의 집필을 포기시켜 결과적으로 부실 교과서로 만들려는 술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매일경제 역시 ‘국정교과서 다양한 필진 소신껏 참여할 수 있게 해야’란 사설에서 “4일 최 교수의 기자회견 배석이 무산된 현실과 함께 그럼에도 위축되지 않은 그의 학자적 소신에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편 측은 ‘다른 필진들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공개 방침을 바꾼 것이지만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학자들에게 쏟아질 유무형 압박과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를 고려하면 신원 공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옹호했다.

특히 “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올바른가 하는 문제와 국편이 어떤 교과서를 쓸 것인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정부가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쓸 것이라는 예단은 단순히 개연성에 기초할 뿐이다. 필진들이 학자적 양심과 소신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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