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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댓글에 따라붙는 ‘땅콩회항’ 꼬리표
회장님 댓글에 따라붙는 ‘땅콩회항’ 꼬리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3.17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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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 갑질’ 이미지 반복…태도·채널·감정 표출 문제 지적

[더피알=안선혜 기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있은 지 1년 3개월여가 지났지만 기업명성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모양새다. 오너의  ‘갑질’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후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 개설 등의 노력이 뒤따랐지만 작은 사안 하나에도 땅콩회항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주차장 요금에 대한 불만 글에 달린 “말 많은 주차장은 없애겠다”는 댓글을 놓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는가하면, 지난해 8월엔 한 부기장이 퇴사하면서 “대한항공은 철저히 회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움직인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다시 한 번 기업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근엔 임금협상 등으로 대한항공의 노사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조 회장이 개인 SNS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담긴 댓글을 직접 달면서 또 다시 구설에 휩싸였다.

지난 13일 대한항공 부기장인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비행 전 수행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토로한 데 대해 조 회장은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반박성 글을 게재했다.

현재 대한항공 노사는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조종사노동조합에서 준법투쟁(노동조합 통제 아래 집단적으로 평소 잘 지켜지지 않는 법규나 단체협약 등을 엄격히 지키는 행위) 중이다.

조 회장은 해당 글에서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단 댓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인 조 회장이 직접 댓글을 썼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에 이목이 집중됐다.

언론들은 노사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구설수를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사측이 풀어야 할 난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반 대중은 땅콩회항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이다. 온라인상에서 “이 집안 진짜 보통 집구석이 아닌 듯” “회사 기강이 엉망이네요. 딸도 회사 직원을 무시하던데”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만 봐도 대한항공 오너가를 향한 싸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는 작은 해프닝 정도일지라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개별 사건으로 보면 논란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유사한 맥락의 사건이 반복되면 오너 경영자들의 (평소) 생각과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조현아 씨 때도 그랬고 (사안이 불거질때마다) 누가 잘못했느냐 잘했느냐의 ‘팩트’의 문제로 접근하는데, 실상은 본인이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라면서 “결국 이 자세와 태도 때문에 언어적 문제도 돌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조 회장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 “채널이 적절하지 않고 대상과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공개된 토론의 장인 SNS에 회장 본인이 직접 개입해 아슬아슬한 표현으로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과거 이마트 피자 논란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여타 사례들을 봐도 민감한 이슈에 기업의 오너가 직접 나서서 SNS에 목소리를 내면서 잘 된 케이스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문용식 나우콤 사장과 이마트 피자를 두고 동네 상권 침해냐 아니냐를 두고 SNS 설전을 벌이다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유 대표도 채널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조 회장 일가가) 공간에 대한 착각을 한 듯하다”며 “땅콩회항 때도 대한항공 비행기 안을 내부의 공간으로 봤을 가능성이 높다. 무의식 중에 조양호 회장도 SNS를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공간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오픈된 채널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사 직원에게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 의견을 피력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가 공식 석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 대표는 “CEO나 오너에게 감정이란 건 위험할 수 있다. 인류애라든가 고객에 대한 사랑, 직원들에게 대한 배려 등은 괜찮으나, 이해관계자에 대한 감정은 논란이 되기 십상”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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