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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딸 월권에 ‘공든 탑’ 무너져
대한항공, 오너딸 월권에 ‘공든 탑’ 무너져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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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갑질’ 논란 가열…기업이미지 순식간에 추락

[더피알=안선혜 기자] 오너리스크는 기업 입장에서 컨트롤이 가장 어려운 이슈다. 대표자인 오너가 기업이미지에 미치는 파급력이 절대적이고, 내부 구성원들이 오너의 잘잘못에 대한 지적을 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차후 대응의 어려움이 크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등 광고에서 숱한 히트작들을 선보이며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올렸던 대한항공이 별안간 이 오너리스크에 발목을 붙잡혔다.

▲ ‘땅콩 갑질’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제공: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륙 전 자사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활주로 진입 중 ‘램프리턴’을 통해 승무원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다. (관련기사: ‘라면 상무’ 이어 이번엔 ‘땅콩 부사장’)

램프리턴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다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통 항공기 정비나 주인 없는 짐이 실리는 경우 또는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행해진다.

이번 램프리턴 건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음료 서비스 규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이라고 기존에 알려진 답변을 내놓았지만 곤혹스러움은 묻어났다.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이 항공기 승무원의 지휘·감독권은 기장이 갖고 있는데 조 부사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부분이다. 이 일로 인해 전체 승객의 출발은 20여분 지연되고, 도착은 예정보다 11분 가량 늦어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에서도 항공법을 저촉한 사실이 있는지 검토 중인 입장이지만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항공보안과 담당자는 <더피알>과 통화에서 “현재 조사 감독관들이 현장에 파견돼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리겠다”고 현장의 상황을 간단히 전했다.

이후 배포된 자료 역시 “항공보안·안전감독관 합동으로 관계자 인터뷰 등 사실 조사를 기 착수하였으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령위반이 있을 경우 항공사 등에 관련 조치를 할 계획”이라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법 저촉 여부를 떠나 조 부사장에 대한 비난여론이 증폭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승무원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된 그의 ‘이중 잣대’ 때문이다.   

지난해 모 대기업 임원이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 발생 당시, 조 부사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 지 안타깝다”며 자사 직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관련기사: ‘라면이 뭐길래…’ 포스코, 한 임원의 경거망동으로 여론 뭇매)

당시 누리꾼들은 조 부사장의 발언에 지지를 보냈으나, 이번 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는 모양새다. 대기업 임원의 무례함이나 조 부사장의 회항 조치나 별다를 바 없는 ‘갑질’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 ▲ 8일 대한항공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번 회항를 비판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에선 해당 승무원이 자사 서비스 매뉴얼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대중은 그저 로열패밀리의 오만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관리 전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사장이 업무상으로 직원에게 매뉴얼 관련 질문이나 평가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직원을 평가 해 공적으로 인사조치 하기보다 ‘내려’라는 사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 그 와중에 수백의 고객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었다는 점”이라며 대응 메시지가 곤궁하다고 일침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며 과거 조 부사장이 미국 하와이에서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원정출산 논란에 휘말렸던 일까지 들춰지고 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이 과거 행적들까지 끄집어내면서 부정적 파급력을 키워나가는 양상이다.

기업이미지 차원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미국어디까지 가봤니?’ 광고를 시작으로 그간 스토리텔링 방식의 광고 캠페인을 펼쳐나가며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왔다. 지난 11월엔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조 부사장의 승무원 하기(下機) 지시가 오랫동안 쌓아온 대한항공의 이런 노력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선 ‘창조 갑질’ ‘땅콩 갑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가하면, ‘부모 후광으로 높은 자리까지 오른 이들의 태생적 한계’라는 등의 날선 비판의 말들까지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이다. 이를 총괄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자사 기내서비스 현황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일 테지만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고객 입장에선 마카다미아(견과류)를 봉지 째 주는 서비스 보다 20분 이상의 출발 지연이 더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매뉴얼 하나 바로 잡으려다 여론의 비난세례를 맞게 된 대한항공 오너의 딸, 그리고 그 뒷처리는 온전히 직원들의 몫으로 남았다. 과연 이 혼란의 무게를 회사가 어찌 감당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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