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기획 매각철회…향후 행보는
삼성, 제일기획 매각철회…향후 행보는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6.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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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스와 협상 결렬 공식화, “제 3자 협상도 계획 없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올 상반기 광고계 최대 이슈였던 삼성그룹과 글로벌 광고회사 퍼블리시스간의 제일기획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관련기사: 제일기획 팔리면…“광고계 파장 어마어마할 것”) 삼성 측은 퍼블리시스가 아닌 제 3자와의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제일기획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 이미지출처: 제일기획

제일기획은 13일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주요 주주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의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는 구체적인 결론 없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대상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퍼블리시스와의 협상이 완전히 무산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 지난 2월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이후 약 4개월만의 일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13일(현지시각) “퍼블리시스 그룹이 ‘제일월드와이드(제일기획)’에 대한 삼성과의 투자관련 협의를 종료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사 간 협상결렬 조짐은 이미 이달 초부터 감지됐다. <한국경제>는 지난 2일 “재계에 따르면 제일기획 지분 매각을 두고 벌이던 삼성과 퍼블리시스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제일기획 매각협상, 무산인가 난항인가)

당초 제일기획의 매각협상 관련 공시는 오는 15일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제일기획이 지난 3월 15일 공시에서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재공시가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은 매각설과 관련한 수많은 분석과 억측이 난무한 상황에서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일기획의 최대주주(12.64%)인 삼성물산 측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굳이 15일에 공시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드리는게 맞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매각결렬소식이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 제일기획의 주가는 14일 주식시장에서 급등했다.

“협의과정서 입장차…속내는 무엇?

공식적인 협상결렬 이유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물산 측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협의라는 것은 다양한 방법을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 부분들이 합의돼야 타결될텐데 협의과정에서 입장차가 있다보니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상호간의 계약관계상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그간 제일기획이 담당하던 삼성그룹의 광고물량 보전 기간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엇갈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인수가격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제일기획이 13일 발표한 공시내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와 관련, 협상결렬설이 불거진 이달 초 재계 한 인사는 <더피알>에 “제일기획이 개척한 중국 시장에 퍼블리시스가 특히 눈독을 들였던 듯하다”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태 부문만을 인수해 가격을 낮추려한 퍼블리시스 측 제안을 삼성에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 측의 제일기획 매각 의사가 언론을 통해 새나간 탓에 협상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일기획 산하의 삼성 스포츠단 인수문제를 협상결렬의 주된 이유로 지목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프로구단만 무려 5개 종목에 달하는데다가 해외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가 굳이 국내 프로팀을 인수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일기획의 스포츠 부문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스포츠단을 매각할 경우 김 사장의 포지션이 애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측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스포츠단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는 추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제일기획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스포츠단 법인 분리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임대기 사장 “불확실성 사라졌다”…상반기 공채 시작

업계에서는 퍼블리시스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제 3자가 인수대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기업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 완다그룹과의 협상이 유력하다는 ‘미확인설’이 떠돌기도 했다.

다만 광고계 한 인사는 “현재 제일기획의 매출 60%정도가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상황인데 (중국기업인 완다그룹이) 나머지 40%를 얻고자 인수를 추진하겠느냐”는 말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 매각 무산이 공식 발표되자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분위기 수습에 나선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자료사진). 뉴시스.

일단 삼성그룹과 제일기획은 매각 재추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제일기획은 13일 공시를 통해 “현재 당사 주요주주는 다각적 협력 및 성장 방안과 관련해 제3자와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지난번과 같은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를 재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제일기획은 장기화된 매각설로 뒤숭숭해진 회사 분위기를 바로잡는 작업에 착수했다.

임대기 사장은 14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앞으로 제 3자와의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 등의 이슈는 없다. 불확실성은 사라졌다”며 “좋은 사람은 공격적으로 뽑고 필요한 부분에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5개월동안 여러분은 그야말로 프로였다”며 “불확실한 뉴스와 근거없는 소문 속에서도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는데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격려했다. 제일기획은 이날부터 상반기 공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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