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신안촌’
광화문 ‘신안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0.12.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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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꾸리+홍어삼합+연포탕+메생이탕 4인방 출동!

 

12월호를 준비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말 모임이 잦은 홍보인들이 찾으면 좋을 구미가 쏙 당기는 ‘잇 플레이스(it place)’가 과연 어딜까라는 점 때문. 며칠간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생각하던 차에 언뜻 떠오르는 ‘잇 맨(it man)’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제과 홍보팀 안성근 과장이다. 안 과장은 홍보맨과 기자, PR에이전시 담당자 20여명이 뭉쳐 만든 ‘미각클럽’의 간사다. “구수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진 ‘그 곳’으로 한 번 가보라”는 그의 말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 ‘신안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한 것은 여느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판이 벽에 걸려 있지 않다. 전남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사시사철 메인 요리가 바뀌는 까닭. 예컨대 봄에는 꽃게, 여름에는 병어, 가을/겨울 시즌엔 전어와 꼬막, 굴 등이 단골메뉴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는 ‘신안촌 4인방’이 있었으니 바로 낙지꾸리와 홍어삼합, 연포탕, 메생이탕이 그것. 신안촌을 이름난 맛집으로 뜨게 한 이른바 ‘일등공신’이다.

가장 먼저 대나무꼬챙이에 돌돌돌 말려 나온 낙지가 눈에 들어온다. ‘감는다’는 뜻의 ‘꾸리’로 이름 붙여진 낙지꾸리다. 적당히 짭쪼름 하면서도 고소하다. 야들야들하게 씹는 질감도 썩 괜찮다. 취재라는 목적을 잊고 싶게 만드는, 막걸리나 맥주를 간절히 부르는 바로 그 맛이다. 실제 저녁 손님들이 술안주로 자주 찾는다고. 알코올의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맛의 비법을 물었다. 전남 무안에서 직송한 신선한 참낙지에 간장 양념을 바르고, 또 참기름을 덧발라 그릴에 구워냈단다. 간장 양념은? 당연히 밝힐 수 없는 이 집만의 비법 중 하나다.

 

 

특허 받아 더욱 특별, 미운 사위한테 주는…

요리도 요리거니와 신안촌은 10여가지 밑반찬으로도 유명하다. 전라도 토속 음식점답게 어리굴젓, 꼴뚜기젓 등 몇 가지 젓갈류가 자리하는 가운데 시래기무침, 깻잎, 버섯볶음, 잡채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이 없다. 장아찌와 묵은지 등 입맛을 돋우는 새콤한 반찬도 인기 짱. 묵은지의 경우 특이하게도 ‘토굴’에 묻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바깥 보다 안쪽의 것이 맛이 깊다고 하니 삼합과의 조화를 이루는 까다로운 짝꿍이라 하겠다.

“‘미운 사위한테나 준다’는 매생이탕도 한 번 드셔보실래요?” 말뜻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찰나 파래와 비슷하게 생긴 짙푸른색의 무언가가 한 그릇 가득 나온다. 그 위로 뽀얗고 통통한 생굴도 얹었다. 재첩국이나 올갱이국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메생이는 갯벌에서 채취할 수 있는 겨울철 별미. 특히 혹한기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이곳에서 사계절 내내 매생이탕을 먹을 수 있는 데에는 일 년치 재료를 영하 36도 급속냉동창고에 보관하는 ‘통 큰’ 수완 덕분이다. 행여 비리지나 않을까 생각했더니 이게 웬걸! 고소하고 부드러워 뱃속을 살살 달래는 느낌이다. 한 사발 들이키고 나니 그제야 ‘미운 사위’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연기도 나지 않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막상 한 숟갈 뜨고 보면 엄청 뜨겁기 때문이래요~” 미운 놈(?) 있으면 한 번 드밀고 싶은 ‘완소 아이템’이다.

 

적당히 배가 찼다. 하지만 이미 불씨를 댕겼으니 나머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다음 타자는 맑은 국물의 연포탕이다. 일단 칼칼한 국물맛이 끝내준다. 별다른 재료를 넣은 것 같지도 않은데 매콤하면서도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숙취해소에 딱 일듯. 연포탕은 낙지를 데쳐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미리 끓여낸 국물에 청경채와 부추, 청양고추 등과 함께 넣어 맛을 낸다고. 미리 만들어두면 낙지물이 탕 색을 흐리기 때문에 포장주문이 안 된다.

“어머니께선 늘 ‘손님은 연기와 같다. 한 번 날아간 연기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만큼 정성으로 손님을 대하고 있다는 안방마님의 얘기. 광화문 신안촌은 사실 2호점이다. 30년 전통의 본점은 경복궁역 근처의 내자동에 위치한다. 2대가 나란히 같은 맛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어린 시절 맛 봤던 어머니의 손맛, 푸근한 전라도의 향기를 느끼려는 50~60대 단골뿐만 아니라 맛집을 찾아 헤매는(?) 30~40대 샐러리맨들이 골고루 이곳을 찾는다.

맛있는 음식에 막걸리 한 잔 걸치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픈 홍보인들이라면 광화문과 안국동의 신안촌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라. 단, 연말인지라 룸의 경우 일주일 이상 기다려도 예약이 쉽지 않다는 점 유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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