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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공전략 ⑥] 위기에 몰리면 또다른 쇼로 탈출하라회색 코끼리를 흰 코끼리로 둔갑시키듯…‘공격이 최상의 방어’ 끝까지 견지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승인 2016.11.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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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의 대선 승리 과정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PR인들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19세기 중반 ‘세기의 서커스맨’ P.T. 바넘의 PR전략과 전술이 21세기 도널드 트럼프로 어떻게 부활했는지 7가지 공통점을 통해 살펴봅니다.

1. 대중은 논란을 사랑하고 논란은 공짜 홍보를 낳는다.
2.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라.
3. 비즈니스는 사기이며 뻔한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짜가 된다.
4. 대중은 속아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5. 대중은 야바위에 몰린다. 순회공연의 힘을 믿어라.
6. 위기에 몰리면 또다른 쇼로 위기를 탈출하라.
7. 대중을 지루하게 만들지 마라.

[더피알=임준수] 바넘은 언젠가 경쟁 서커스단이 흰 코끼리로 재미를 보자 자신의 서커스단에 있는 회색 코끼리에 흰색을 칠했고, 둔갑시킨 흰 코끼리로 오히려 대중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고 알려진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코너에 몰리게 되면 상대방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자신보다 훨씬 죄가 크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대선 1차 토론 때 클린턴이 납세보고서 미제출 건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세청의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납득 못할 이유를 되풀이하며 클린턴에게 삭제한 3만3000개의 이메일을 공개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IRS는 감사 중이라도 그의 연방소득세 신고서 공개를 막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었다.

   
▲ 도널드 트럼프는 납세문제가 불거지자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이메일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사진은 오하이오주 톨레도 선거 유세 모습. AP/뉴시스

음란 발언이 공개된 후에도 트럼프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자세를 견지했다. 트럼프는 TV논객들이 “선거는 끝났다”고 선언할 정도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상대진영인 민주당과 논객들의 비판보다 더 큰 문제는 공화당 내부의 비판과 후보 사퇴 압력이었다.

미치 멕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딸 셋을 둔 아버지로서 트럼프가 즉각 여자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오늘 들었던 그의 발언에 구역질이 난다. 여성은 성적 대상이 돼선 안 되고 존경받아야 한다”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에서 열기로 했던 당원대회에 트럼프 초청을 취소했다.

심지어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도 그 발언을 눈감아주거나 방어해 줄 수 없다면서 예정된 위스콘신 이벤트를 취소했다. 소셜미디어와 방송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든 하루였다. 발언이 나온 금요일부터 일요일 대선 2차 토론이 열리기 전까지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공화당 지도부의 주요 인사만 50명 이상이었다. 논객들은 트럼프가 사퇴하고 러닝메이트가 후보로 완주할 수 있는지를 토론하고 법적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 대선 3차 토론에서 "세상에 저만큼 여성을 존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고 발언한 트럼프를 흉내낸 SNL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공통점6 위기에 몰리면 또다른 쇼로 위기를 탈출하라

대책회의에 들어갔던 트럼프는 오후 “이는 수년 전에 일어났던 한낱 라커룸의 잡담에 불과하다. 빌 클린턴은 골프 치면서 이런 정도의 말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더 심한 말도 했다. (어쨌건 이 말로)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면 사과한다”는 아주 짤막한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성난 민심에 더 불을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자정이 조금 지나 트럼프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사과”라는 말을 내뱉었다. 90초짜리 비디오 성명에서였다.

   
▲ 논란에 대한 트럼프 진영의 짤막한 성명. 공식 페이지 화면 캡처

“나는 한 번도 내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또 내가 아닌 사람으로 꾸며서 나를 보여준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늘 뒤돌아서면 후회할 말들을 해왔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들었던 10년도 전에 내가 말했던 것이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발언은 그들이 아는 내가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나는 잘못 말했고 이를 사과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톤을 바꿔 “이는 선거전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말 중요한 이슈로부터 시선을 뺏는 것일 뿐이다”는 공격모드로 전환한다.

트럼프는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8년 전에 비해 우리는 덜 안전하게 됐고 워싱턴 정가는 완전히 망가졌다. 힐러리와 그의 무리가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 나는 정말 어리석은 말을 했다. 그런데 내가 했던 말과 다른 사람이 했던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빌 클린턴은 실제로 여성을 성폭행했고 힐러리는 그 피해자들을 겁주고 공격하고 무안을 주고 위협했다. 우리(트럼프 캠페인 진영)는 앞으로 이에 관해 토론할 것이다. 일요일 토론회 때 봅시다”는 말로 전형적인 물타기를 시도했다.

트럼프와 그 선거진영은 진정성 있는 사과성명에 넣어서는 안 될 (하지만 대부분의 잘못된 사과성명이 공통적으로 가진) 메시지 전략을 펼쳤다.

먼저, 사태의 심각성 축소하기다. 성명에서 언급한 “10년도 전에 말했던”이란 대목이다. 트럼프는 10년 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했기에 자신의 언행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두 번째, 지금 여러분이 보고 듣는 말은 진짜 중요한 이슈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는 하찮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태도다. 이쯤 되면 앞선 사과의 말은 무색해진다.

세 번째, 시시한 문제에 매달리면서 내 힘을 빼지 말아 달라. 자신은 클린턴 무리가 나라를 말아먹는 것을 막기 위한 수호자이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선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선전포고하면서 끝을 냈다는 점이다.

대선 2차 토론 전 모든 사람은 트럼프가 가진 카드를 물타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검을 통해 힐러리의 사적 이메일 사용에 관해 수사를 지시하고 사법처리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힐러리가 “(그런 정치 보복이나 생각하는) 기질을 가진 자가 우리나라의 법을 책임지지 않아 다행이다”고 맞받아치자 “그럴 경우 당신은 감옥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면서 버럭 화를 냈다. 미국 역사상 선거가 끝난 후 상대 후보에게 정치보복을 한 사례는 있지도 않거니와 미국 국민들은 그런 일은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일로 생각한다. 그만큼 역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미노처럼 일던 트럼프 지지 철회와 후보 사퇴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다음날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트럼프 집회는 그가 왜 ‘컴백의 킹(king of comeback)’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줬다. 지지철회를 발표한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지역구의 트럼프 활동가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는 뉴스까지 나올 정도였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사이비교도들 같이 확고하다고 느낀 트럼프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깜짝쇼로 위기를 넘기는 대범함과 노련함을 보여준 결과였다.

3차 토론이 끝난 후 트럼프 진영은 ‘우리 후보가 더 잘했다’라는 스핀(spin)을 할 여력이 없었다. 트럼프가 저질러놓은 엄청난 일을 수습해야했기 때문이다.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을 시사 하는 발언은 미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음날 경합지인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또다시 쇼를 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서 아주 중요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그리고 모든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에게, 나아가 미국의 모든 국민께 약속하고 맹세하겠습니다. 저는 이 위대하고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완전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만약에 제가 이긴다면.”

선거 패배의 인정과 평화적인 정권 이양이라는 미국 정치사의 전통과 미덕을 완전히 무시하는 최초의 대선 후보자로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순식간에 미국 언론은 그를 비판하는 논객들과 트럼프 캠프가 파견한 대변자들 간의 격렬한 논쟁터로 바뀌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런 무책임한 발언에도 트럼프는 늘 기댈 언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대변자들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선거조작의 증거들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2000년 앨 고어가 대선이 끝난 후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건 전례를 들먹였다.

미 전역에서 조기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선거를 보름여 앞둔 지난달 22일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이 역사적 연설을 했던 펜실베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후 100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연설을 하겠다며 미국의 모든 언론을 끌어 모았다.

   
▲ 트럼프는 선거를 보름여 앞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국립공원에서 연설을 했다. AP/뉴시스

물론 모든 언론사는 트럼프의 먹이를 물고 게티즈버그에 갔고, CNN과 팍스뉴스 등은 마치 역사적 연설이 있을 것처럼 계속 현장을 연결하며 중계했다. 언론을 낚은 트럼프가 쇼에서 전하려던 것은 역사적 연설과는 거리가 있었다. 단지 그의 지지자들에게 반란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상징적 선택이었다. 연설은 새로운 내용은 없고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의 나열뿐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언론이 물어뜯을 먹잇감을 던져줬다. 대통령에 당선돼서 집권하면 제일 먼저 자신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공개한 모든 여자들을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여론은 이제 포기한 듯 보였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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