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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로 보는 미국 대선 결과[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트럼프 현상, ‘성난 백인’만으로 설명 안돼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승인 2016.12.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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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임준수] 미국 선거 결과는 펀더멘털(fundamentals, 기초요건)과 후보자, 그리고 캠페인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정당지지, 지지기반, 경제상황 등과 같은 펀더멘털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후보자의 잠재력은 카리스마, 호감도, 진정성, 신뢰감, 언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캠페인은 유세, 정치광고, TV토론, 조직가동, 언론관계 등이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적 이야기다. 2016년 대선에선 한 가지가 더해졌다.

캠페인 후반에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경합주에서 투표억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트럼프 진영은 <비즈니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투표억제가 주요 선거전략이고 가동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 트럼프는 클린턴 우세가 점쳐졌던 경합주 3곳에서 승리하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대선 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각각 유세 연설을 하는 모습. AP/뉴시스

실제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에서는 흑인 유권자 투표억제와 고의적 누락 등을 시도해왔는데,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근소한 차로 이긴 경합주 3곳(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플로리다)에서 이런 작업이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은 2012년에 비해 흑인들의 조기 투표율이 현저히 낮은 것은 투표억제를 위한 자신들의 제도적 노력이 큰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자랑하는 보도자료까지 냈을 정도다.

선거결과의 검시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요인을 모두 놓고 이뤄질 때 특정 후보의 패인(敗因)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이미 후보자에 대한 분석을 자세히 했기에, 이번에는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선거결과를 부검해 본다. ▷관련기사: 트럼프 성공전략

2016년 대선이 끝났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성난 백인’이었다. 맞다. 백인들은 성나 있었다. 하지만 백인만 화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흑인도, 히스패닉들도,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노가 향한 대상이 다를 뿐이지 거의 모든 미국인이 성난 상태였다.

다른 점이라면 성난 백인은 투표장에 줄지어 몰려갔고 화난 흑인은 그냥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트럼프가 겨우 2만7000표차로 이긴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절반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흑인 유권자가 80%를 차지하는 가장 가난한 선거구의 사람들은 트럼프 당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들은 “그들(민주당 정권)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 이렇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 8년이 지났지만 자신들의 삶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현실에 정치적 무기력감을 느끼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이들에게 오바마가 다시 출마했으면 투표했을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아이러니다.

   
▲ 트럼프 현상을 단지 '성난 백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대선 전 플로리다 유세장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모습. AP/뉴시스

성난 유권자가 많았다는 것은 결국 펀더멘탈이 취약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시 정권이 8년간 말아먹은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임기 말 오바마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다. 펀더멘털이 그토록 약했다면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참패했어야 하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클린턴이 200만표 많았다. 득표수에서 앞서고 선거인단 확보 게임에서 진 것이다.

문제는 전통적인 슈퍼 경합주 플로리다(1.3% 차)와 클린턴의 우세가 점쳐졌던 노스캐롤라이나(3.8% 차),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펜실베이니아(1.2% 차), 위스콘신(1% 차)에서의 패배였다.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에서 모두 이겼고 이번에 클린턴이 대패한 오하이오주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미트 롬니에 대승을 거둔 기록이 있기에 민주당 진영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바마가 이겼던 주요 경합주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근소하게 승리한 현상을 단지 ‘성난 백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투표함이 열기기 오래 전에 이미 감지됐다.

같지만 달랐던 샌더스와 트럼프

일단 트럼프가 유세 가는 모든 곳에는 큰 군중이 몰렸다. 두 번째는 플로리다와 펜실베니아주에서 트럼프-펜스 야드사인(yard sign, 지지정당을 표시하는 팻말)을 단 집이 많았지만 힐러리의 것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야드사인은 지지에 대한 ‘열정’의 정도를 반영하는데, 펜실베니아주에서 2008년과 2012년에 오바마-바이든 야드 사인이 꽂힌 곳 중에서 상당수가 2016년엔 트럼프-펜스로 돌아섰다.

결국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전국적 경제 지표와는 무관하게 미국 러스트벨트의 화이트 블루칼라 계층들은 삶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버니 샌더스 샌더스도 화이트칼라 백인층의 분노를 정확히 읽었다.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의 집회연설. AP/뉴시스

예비경선을 치르면서 트럼프 진영은 예상대로 이들의 좌절과 불만이 공화당에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외부 선동가의 당 장악이라는 현실을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했다.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에서 일고 있는 바람이 ‘산들바람’이 아니라 거대한 ‘허리케인’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꼈고, 자신이 그 허리케인의 눈이 됐다.

민주당 쪽에서도 버니 샌더스가 허리케인의 눈이 됐다. 트럼프와 샌더스 모두 러스트벨트에서 화이트칼라 백인층의 분노를 정확히 읽었지만 시대의 양심 샌더스는 트럼프처럼 사회 파괴적 선동으로 이어가질 못했다.

더구나 티파티 운동(2009년 미국 여러 길거리 시위에서 시작한 보수주의 정치 운동)으로 이미 당내 기득권 세력이 풀뿌리 세력에 장악된 경험이 있던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은 너무나 공고했다. 샌더스 진영이 민심을 잘 읽었고 그들의 분노도 대변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도 한계의 원인이다.

지나간 역사는 가정법을 써서 다시 회복할 없다. 선거에 의한 대의 민주주의에서 민중이 내린 선택은 일수불퇴이고 선택으로 인한 결과도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패한 진영은 아프고 쓰릴지라도 어디에서 수를 잘못 두었는지를 꼭 복기를 할 필요가 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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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트럼프#클린턴#성난 백인#임준수#캠페인 디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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