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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33만원’, 사고 파는 온라인 지면
‘조중동 33만원’, 사고 파는 온라인 지면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11.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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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면 원하는 매체에 노출”…편법 대행 기승

“조중동 33만원, 매경 28만원, 나머지는 최저가 8만원부터 가능합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언론사 지면이 기업 광고판으로 변질됐다. 단돈 수십만원이면 유력 매체에 원하는 기업 홍보기사를 노출해주는 조건으로 영업하는 대행사들이 성행하고 있는 것.

<더피알>이 대행업체로부터 입수한 공식 단가표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종합지부터 경제지, 인터넷신문에 이르기까지 포털과 뉴스제휴를 맺고 있는 매체사와 기사 게재 건당 단가가 나열돼 있다. ‘돈 받는 지면 판매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다.

단가표를 보면 구체적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반기사 1건당 33만원이 책정됐다. 이어 매일경제 28만원, 한국경제 25만원, 경향신문 22만원, 서울신문 및 세계일보 20만원, 국민일보와 연합뉴스 18만원 등이다. 이밖에 연예/스포츠지는 15만~20만원을 내면 보도자료 기사를 노출할 수 있었고, 인터넷신문은 대체로 8만원이면 가능했다.

대행업체에서 <더피알>이 입수한 공식 단가표.

운영도 나름 시스템적으로도 한다. 보도자료 내용에 따라 취급하는 언론과 기사 단가에 차등을 뒀다. 제품 홍보 등 일반적인 보도자료 기사는 거의 전 매체가 다뤘지만 부동산 홍보기사는 동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에서만 취급했다. 이밖에 매체 특성에 따라 맛집 가능, 교육콘텐츠 불가 등 특이사항이 언급됐다.

최대한 보도자료 티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광고주 ‘필독사항’으로 △기업 URL 및 전화번호 부가노출 금지 △매체의 사정으로 인한 변동이 항상 있을 수 있음 △기사 제목 및 내용은 언론사에 따라 임의대로 수정 가능 △중복 반복 키워드, 특정 키워드 남용, 선정적 기사, 뉴스 저작권 침해 기사 금지 등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 한 업체 부장은 “보통 하루 200건 정도의 물량을 내보내고 있다”며 “일반 외에 부동산, 병원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받아줄 수 있느냐, 온라인뉴스팀 외에 기명기사로 나갈 수 있느냐 등에 따라 언론사와 단가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포털에서 '언론홍보대행'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십개의 업체가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에 ‘언론홍보대행’을 검색하면 수십여 곳의 업체가 검색되고, 돈 받고 집행한 기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행사 홈페이지에는 이런 식으로 집행한 기업 홍보기사 다수가 성공 사례로 포장돼 있다.

이들은 원하는 기업 보도자료를 언론에 내보낼 경우 홍보효과가 뛰어나다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대행사가 수십곳의 언론사와 각각 계약을 맺고 홍보를 원하는 고객과 연결을 주선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 같은 언론사들의 온라인 지면 판매 관행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기업 보도자료를 언론기사로 속여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기사는 광고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광고는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뢰도가 낮다. 광고 속 정보도 어느 정도 걸러낸 뒤 가치 판단을 한다. 그러나 기사는 일반인들이 볼 때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해서 쓰였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본다. 언론이 돈을 받고 기업이 원하는 방식대로 기사를 써주는 행위는 독자를 속이고 지면을 팔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지면을 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광고다. 그 외에는 기사로 채워져야 하고 기사는 경제권력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돈 받고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악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규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규제기관이 언론에 징계를 내리려면 대게 기업의 문제제기 등이 있어야 한다. 명예훼손이나 불법 행위, 명백한 허위사실 적시 등이 아니라면 단순히 홍보성 보도자료를 받아서 써줬다는 이유로 언론에 시비를 따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정부에서 나서서 언론 기사를 감시할 경우 자칫 언론 검열이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 교수는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할 언론사들이 기사를 돈벌이로 사용하며 경제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것은 안타깝다”면서 “법적으로 규제는 어렵겠지만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곳들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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