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편집권 실험, 언론사엔 ‘독배’ 될수도
네이버 뉴스편집권 실험, 언론사엔 ‘독배’ 될수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10.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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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인 화면에 ‘채널’ 개설…전문가들 “네이버의 영리한 플레이…언론 입장서 ‘계륵’ 될 것”

[더피알=강미혜 기자] 네이버가 모바일 뉴스 시스템에 대한 전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기사 배열과 노출에 있어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들에게 편집권을 넘기고, 유통사인 자신들의 역할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 뉴스 편집권을 놓고 포털과 언론 간 십수 년 벌여왔던 기싸움이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제시한 청사진이 언론에도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지는 미지수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페이지 중간에 개별 언론사가 직접 편집·운영하는 '채널'이 생겼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17일 오후부터 모바일 메인의 뉴스판에 언론사가 실시간으로 직접 편집·운영하는 ‘채널’을 개설, 베타서비스에 들어갔다.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CP)를 맺은 언론사 중 43개를 1차 대상으로 했으며 연예·스포츠 매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주요 뉴스를 자체적으로 올릴 수 있는 일간지와 방송사 위주로 구성했다”며 “향후 참여 언론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43개 언론 중 독자가 채널 선택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43개 언론 중 구독을 원하는 매체를 추가하면, 해당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기사를 네이버 모바일 메인에서 볼 수 있다. 채널 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3개 이상일 경우 접히는 방식으로 노출돼 ‘더 많은 채널보기’를 클릭해야 전체 보기가 가능하다.

다만 네이버 모바일 접속시 첫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뉴스(5개 줄기사·2개 박스기사)는 종전대로 네이버가 큐레이션해 배치한다. 즉, ‘네이버 자체 편집기사-이용자 설정 언론사 채널-AiRS(인공지능 콘텐츠) 추천배열’ 순으로 이용자 개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이다.

네이버 측은 서비스 개편에 대해 “이용자는 선호하는 언론사의 뉴스를 모바일 메인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언론사는 네이버의 모바일 1면인 뉴스판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뉴스 편집을 실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며 “언론사의 기사와 편집가치를 모두 담으며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채널 오픈은 골치 아픈 숙제를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편집의 권한을 상당 부분 언론사에 돌려줌으로써 포털 중심의 뉴스 생태계에서 네이버를 향해 쏟아졌던 사회적 비판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모바일에서 채널을 설정하는 방법. 이용자가 순서대로 선택하면 자동으로 해당 언론사 기사가 노출된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뉴스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언론과 유통하는 포털, 소비하는 이용자 모두가 윈윈하는 상생책으로 보이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우선 이번 개편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뉴스 채널의 확장성을 점검하는 네이버의 다목적 포석일 수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뉴스 소비 경로가 확보된 상황에서 네이버는 다수가 아닌 소수의 충성도 높은 뉴스 이용자(소비자)가 채널을 구독하고 새로운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또 “뉴스 이용자 관점에선 기존의 포털이 편집한 뉴스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돼 왔고, 스스로 매체를 선택하려는 욕구도 고양됐을 것”이라고 변화의 불가피성을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네이버는 채널 운영비를 개런티하고 구독자를 확보하는 언론사 기여도에 따라 골고루 나눠줄 계획을 갖고 있다”며 “결국 네이버 뉴스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언론을 달래 사회적·산업적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을 벗어나고, 자체적으로 충성 뉴스이용자를 발굴하는 새로운 전환을 꾀할 수 있다”고 최 차장은 말했다.

모두가 윈윈? 부익부빈익빈 심화 우려

네이버의 이 같은 구상이 취지는 좋아도 실효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네이버뉴스의 구독 기능은 역사가 깊다. 현재 PC버전의 뉴스스탠드도 특정 언론매체를 구독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고 언급하며 “문제는 이용자가 과연 구독을 선택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상단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자동 노출하는 뉴스가 자리 잡고 있고 채널 밑으로는 AiRS도 보인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프론트 페이지에 밀어 넣어놓은 것이 이용자에게 얼마나 어필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자칫하면 이번 개편이 언론사에겐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자 선택에 따라 채널에 들어간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작지만 내실 있는 언론매체의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순 차장 역시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고려할 때 독자가 3개 이상의 매체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소수의 매체가 상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언론 입장에선 네이버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만큼, 그들이 선호하는 뉴스 위주로 편집하는 쪽으로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일선 언론사 내부에서도 네이버가 제시한 뉴스 채널이 ‘계륵’이 될 것이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일간지 중견기자는 “네이버는 이번 개편으로 뉴스 편집권 남용이라는 여론의 예봉을 피하게 될는지 몰라도 개별 언론사 입장에선 실익이 없는 게임”이라고 단언했다. 독자 선택을 받지 못하면 포털상에서 뉴스 콘텐츠 노출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자는 “오래 전부터 언론사들이 포털사업자를 상대로 뉴스 편집권 이양을 주장해 왔기에 네이버의 이번 개편을 거부할 명분이 사실상 없다”면서 “네이버가 던진 공을 받기는 싫은데 안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또 다른 일간지 기자는 언론들이 마케팅 무대를 모바일로 옮겨 ‘신종 낚시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뀌었을 때와 같은 반응들이다. 당장 기자들부터 다 (자사) 채널 구독을 설정하라고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자체 브랜딩을 강화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언론사로서는 갈 길 먼데 바지춤 잡는 형국”이라고 씁쓸해했다.

언론계 한 중진은 “인터넷 생태계에서 뉴스의 주도권은 이미 네이버 등 포털이 가져간 지 오래“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좇기 바쁜 네이버가 게임의 심판을 독자(이용자)에게 맡기는 영리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어영부영 굴다 제 밥그릇 못 지킨 언론이 이번에도 네이버의 수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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