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웹드라마, 홍보로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장기기증 웹드라마, 홍보로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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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기증자 예우·관리 시스템부터 정비, 대국민 홍보활동 병행해야

[더피알=이윤주 기자] 국내에서 장기기증 활성화는 참 어려운 숙제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는 뿌리 깊은 유교적 사고가 잔존해 있는데다, 장기기증이란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쩐지 죽음과 연결되는 듯한 부정적 뉘앙스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고자 정부와 여러 유관기관이 때마다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견고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장기기증을 소재로 한 웹드라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뜻밖의 히어로즈' 티저 캡처. 네이버tv

심장, 각막, 인대를 기증받은 주인공 세 명이 초능력을 발휘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뜻밖의 히어로즈’가 그것으로, 장기기증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젊은층에게 익숙한 웹드라마라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지원과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장기기증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이들 눈높이에 맞춰 모바일에 특화된 웹드라마를 제작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의아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불과 몇 달 전 언론지상을 달궜던 장기기증 관련 보도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는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부모가 장기기증을 했다가, 수술이 끝난 아들의 시신을 직접 장례식에 데려가야 했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전했다.

시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고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는 유가족은 당시 인터뷰에서 “내가 아들의 이 꼴을 보려고 장기 기증을 결정했나.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 사연이 보도되자 “기증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며 여론이 들끓었던 건 불문가지의 일이다.

장기 기증자와 그 유족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홍보’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단 시스템부터 개선한 뒤 참여를 요하는 메시지를 전해야 탈이 없다. 공들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도 단 한 번의 사건으로 그간의 노력과 수고가 무너지는 일을 숱하게 보아온 까닭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8년부터 전국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장기기증자 예우에 관한 표준 매뉴얼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장기기증에 대한 전국 단위의 전수조사를 거쳐 병원마다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를 내년 1월부터 보급할 방침이다.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당위성을 말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실질적인 개선 움직임을 정확하게 먼저 알리는 건 어떨까. 애써 만든 콘텐츠가 콘텐츠로만 머무르게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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