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옷’ 아닌 ‘녹색 몸’ 만들라”
“‘녹색 옷’ 아닌 ‘녹색 몸’ 만들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1.09.2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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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


 
그린커뮤니케이션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지구촌’ 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는 것 같다. 집중호우, 잦은 태풍, 폭설 등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이 빈발하면서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면서부터다. ‘그린’은 개인이나 기업,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전세계적 이슈다. 그린하지 않으면 다같이 죽는다. 피할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논리도 서서히 바뀌는 분위기다. 한 마디로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린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은.

“그린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 과 ‘실천성’, ‘윤리성’ 을 세 가지 축으로 한다. 핵심가치는 CSR과 비슷하다. 성공의 관건은 팩트와 커뮤니케이션의 일치에 있다. 과대포장하기보다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줘야 한다. 가령 기업이 그린스러운 일을 50만큼 했다고 치자. 그러면 정확히 50만 얘기해야지, 100인 것처럼 부풀리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메시지를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직접적·자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만약 과장과 거짓이 발견되면 더 이상 해당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신만 커진다. 그린시대는 이미지의 시대가 아닌 리얼리티의 시대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구호와 실체가 일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PR적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점이라면.   

“결국 진정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솔직한 자세가 최선이다. 혹자는 PR을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린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기업브랜딩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피할 건 먼저 까발리고 공론화해서 더 이상 피하지 않아도 되게끔 바꾸는 것이다.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단계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PR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먼저 안다. 특히 기업PR광고에서 우리는 무엇무엇 한다는 식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자랑은 절대 금물이다. 대신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함께하자’는 적극적인 독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기업PR 담당자는 그린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중간지점에서 참여의 통로를 제시하고, 소비자가 그 채널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기업PR, 자랑 보다 참여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미국 최대의 화학회사 듀퐁(Dupont)을 들 수 있다. 듀퐁은 1970년대에 이미 안전, 위생, 환경을 3대 기본방침으로 정하고 수십여년간 환경 보호에 앞장선 회사다. 듀퐁의 환경 철학은 ‘치료보다 예방’ 에 있다. 이를 위해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가스 전폐, 폐기물이나 오염배출량 최소화, 플라스틱 재활용, 야생생물서식지역 보호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특이한 점은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광고가 일절 없었다는 사실이다. 팩트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선 팩트보다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적은 경우다. 결과적으로 듀퐁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리 없는 액션으로 그린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앞서 언급한 그린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치인 진정성과 실천성, 윤리성에 충실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국내기업 중에는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유한컴벌리를 들 수 있겠다.”  

그린커뮤니케이션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린커뮤니케이션은 피해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임을 먼저 인지해야 할 것이다. 기업에서 대응이란 건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한 문제다. 그린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시작하려면 우선 탄소 배출 등 환경유해요소부터 측정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전문성을 요한다. 내부적으로 중장기플랜을 짠 후, 스텝바이스텝으로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역량이 부족하다면 전문 컨설팅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좋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그린커뮤니케이션의 목표와 범위, 기간을 정한다. 다음으로 정해진 내용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마지막으로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명시해야 한다. 포인트는 내부에서부터,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가 여부다. 현재 우리기업의 그린역량이 30이라면 곧 100이 되겠다 할 것이 아니라 3년 내 70까지 돼 보이겠다고 현실가능한 선에서 말해야 한다. 또 그런 메시지에 부합하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안 하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시도하고 노력하는 게 훨씬 낫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CEO가 먼저 그린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경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다. 또 가능하면 외부에 알리기에 앞서 직원교육 등 내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시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녹색 개념을 빌려 본질을 흐리는 ‘그린워시’ 는 경계 1호 대상이다. 녹색 옷만 입지 말고, 녹색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린은 CSR 차원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찬스가 되며, 그것이 곧 돈이다. 생산과정에서의 문제해결점을 찾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되고, 이 기술로 돈을 버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듀퐁이 그랬다. 그린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혁신, 경영혁신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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