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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지면 사는 정책홍보, 언제까지 계속?
돈 주고 지면 사는 정책홍보, 언제까지 계속?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0.0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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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가 기획기사 금지 방침에도 암암리 진행…보여주기식 홍보활동에 정작 국민은 무관심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정책홍보성 기사를 싣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정책홍보성 기사를 싣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정책홍보를 위한 유력지 기사 거래 관행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법원행정처와 고용노동부가 숙원사업 홍보를 위해 주요 일간‧경제지에 돈 주고 기획기사를 내보낸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이번 기회에 비정상적인 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상고법원 홍보 문건’은 공개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96건의 문건 중 9건에는 조선일보가 직접적으로 언급돼 파문이 커졌다.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 등의 제목 아래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설문조사 등을 게재하면서 9억9900만원 편성을 검토”, “상고법원에 관해 한 배를 탄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의 지속적인 기사 게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홍보 방안' 중 조선일보 활용 부분.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홍보 방안' 중 조선일보 활용 부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노동시장개혁 홍보를 위해 고용노동부를 시켜 일부 언론사에 돈 주고 기획기사를 주문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고용부가 기사 주제를 정해주면 언론사들이 기사화하고, 그 대가로 언론사당 1000만원에서 1억2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회의’를 통해 기사, 전문가 기고, 방송을 활용한 여론화 작업을 지시했으며 20건 이상의 기획기사 구매행위가 있었다. 확인된 금액만 4억2800만원에 달한다.

매일경제신문은 ‘노동시장 새 틀 짜기’라는 기획기사를 포함한 총 13건의 기사를 작성해 1억2500만원을 받았고, 중앙일보는 ‘실업급여, 직업훈련비’ 관련 기사로 8000만원, 서울신문은 ‘일 가정 양립’ 기획기사 8건을 쓴 대가로 4500만원을 받았다.

TV토론 역시 여론 조성에 활용됐다. 개혁위에 따르면 ‘공정해고’ 등 TV토론 주제와 특정 패널 구성안이 제시됐고 2015년 9월22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는 ‘노동개혁, 남은 과제는?’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개혁위는 “노동부가 기사의 주제와 구성을 특정해 언론사에 돈을 지급해 지면을 구매한 것은 사실상 언론 매수행위”라고 비판했다.

기획기사 4건에 1억2000만원

정부가 언론에 돈 주고 기사 내보낸 사례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6년 10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통일부 29초 영화제’를 주최한 뒤 1억2000만원을 협찬하고, 한국경제에 관련 기사 4건을 노출했다. 협찬과 홍보성 기사를 묶어 비용을 집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추진 정황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언론을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문화일보는 지난 2016년 5월 20일 10면과 36면에 ‘국방부가 군인가족 복지향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노출하고 1200만원을 받았다. 정부의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위해서도 기획기사가 활용된 것이다.

정부부처의 언론사 지면구매 관행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2017년 9월6일 한국일보에 내진설계 의무화를 다룬 기획기사 3건을 실으며 1100만원을 지급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9월 경향신문에 복지농촌과 해피버스데이사업 기획기사 및 광고 대가로 2000만원을 줬다.

언론사 지면은 부처 수장의 홍보 툴로 활용되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과 11월 헤럴드경제에 해피버스데이사업 지면광고와 김영록 농림부 장관 인터뷰, 농업 인재 관련 기획기사 등을 묶어 1500만원을 제공했다. 김 장관 인터뷰는 주로 농업 정책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의 이력과 좌우명 등도 소개됐다.

언론사 유가 지면을 통해 정책홍보 뿐만 아니라 부처 수장의 홍보가 이뤄지기도 한다. 김영록 농림부 장관 인터뷰가 실린 헤럴드경제 2017년 9월 29일자 22면.

고용노동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거래 관행들은 노동개혁의 당위성이나 필요성 등을 기사로 더 많이 나오게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 같다”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그런 식의 접근은 싹 없어졌다. 돈 주고 기획기사 내보내는 일은 사실상 없으며, 대행사를 통한 홍보도 턴키방식 대신 개별 사안별로 맡기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대행사 대표는 “정부가 유가 기획기사를 전면 금지한다는 기준을 세웠지만 여전히 기관장 의지에 따라 지면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놓고 하지 않을 뿐 지금도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섹션지에 소화하고 광고비 달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언론에 광고·협찬비를 지불하고 정책홍보 기획기사를 내보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국민 홍보라는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유력지에 홍보기사를 싣기 위한 ‘지면 구매용(Buying)’으로 쓰인다.

정부부처에서 발주하는 홍보용역 제안서(RFP)에도 중앙일간지, 방송사 등을 명시하고 언론보도를 요청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이유로 유력 신문사나 방송사들이 홍보성 콘텐츠 노출을 보장하며 공공PR 사업 유치에 직접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정책홍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에 돈을 지불해가며 기사를 노출하는 까닭은 많은 국민에게 정책을 알려 인식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책광고 대부분을 가져가는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한국경제는 본지가 아닌 섹션지에 홍보기사를 내보낸다. 섹션지를 꼼꼼히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리 없이 세금이 낭비되는 꼴이다.

한 일간지 광고국 차장은 “정책 홍보기사 협찬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조중동에서 70% 정도를 소화하는데, 이들은 홍보기사가 티 나지 않도록 가급적 섹션지에 노출한다.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획기사를 통한 정책홍보가 정부부처나 기관의 전형적인 보고편리성 활동에 그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부처별로 주요 정책을 마련하면 실행안과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따라온다. 이 돈은 정책 성격에 따라 정부부처나 사업단위별로 집행하는데, 이런 권한을 가진 국·과장급 공무원들의 홍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일단 PR회사와 같은 전문업체에 업무를 맡긴다.

나중에 공공감사에서 비용 집행이 문제되지 않으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사와 지면거래가 이뤄진다. 정부는 언론에 노출됐으니 홍보를 했다고 생각하고, 업체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며, 언론은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홍보 주체에서 정작 국민은 빠져있다.

한 PR회사 대표는 “행정고시로 공무원이 된 국·과장급들은 홍보 전문성이 거의 없음에도 막대한 예산 집행 권한을 갖고 있다. 홍보를 잘 모르니 PR회사에 일괄 홍보를 맡기는데, 그러면서도 나중에 내부 감사에서 문제되지 않기 위해 확실한 퍼포먼스를 원한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지면을 사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홍보 대상인 국민들이 별로 궁금하지 않은 주제로 일방적 홍보가 진행된다. 정책홍보 메시지는 대부분 공공기관의 추진정책을 공무원 눈높이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형식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고, 기획기사 몇 건, 인터뷰 몇 건 등의 정량적 숫자에만 매달리게 된다.

또다른 PR회사 대표는 “정부기관들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데 대외 점수 항목에 보도 횟수가 포함돼 언론홍보에 목매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개발한 기획 아이템의 경우 언론에 제안하고 안 되면 다른 곳과 협의하면 되는데, 정부에서 조중동을 콕 찝어 ‘이렇게 써달라’고 맡기는 경우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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