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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과 가짜뉴스의 만남, 그 위험성
혐오표현과 가짜뉴스의 만남, 그 위험성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1.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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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포비아, 인종차별 부추겨…독일‧캐나다 등 해외선 강력 규제

[더피알=문용필 기자] ‘사랑하니까 미워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의 힘으로 독침을 쏘아대는 헤이트 스피처(Hate Speecher)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낭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한국사회를 혐오의 빛깔로 물들이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 현상을 심층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①헤이트 스피치 대두 배경
②가짜뉴스와의 결합
③언론의 역할과 문제점
④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주는 시사점

헤이트 스피치는 가짜뉴스와 결합하면 가해집단의 논리를 정당화 하기위한 프로파간다로 변질될 수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가짜뉴스와 결합하면 가해집단의 논리를 정당화 하기위한 프로파간다로 변질될 수 있다.

헤이트 스피치, 즉 혐오표현이 가짜뉴스와 결합하면 그 위험성은 더욱 크게 증가한다. 가해집단이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를 프로파간다(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정확한 허위정보가 온라인에 확산된다면 사회적 문제가 가속화되는 경우도 있다. 파급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독일에서는 지난 2016년 13세 러시아계 소녀가 베를린에서 난민들에게 납치,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 그래도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팽배해있던 반(反) 난민정서에 큰 불씨를 얹은 격이었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황당했다. 소녀의 거짓말이었던 것. 난민포비아들이 의도했다고 볼 순 없지만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의 동반 시너지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서도 허위정보가 등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피의자는 중국동포(조선족)가 아니냐는 루머가 온라인상에 떠돈 것이다. 결과적으로 낭설임이 밝혀졌지만 중국동포들을 ‘장첸’으로 바라보는 혐오의 시선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짜뉴스와의 만남으로 혐오표현의 해악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미미하기만 하다.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0명은 지난해 2월 혐오표현을 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혐오표현 규제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 부딪혀 법안발의 자체를 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아란 연구위원은 “몇 해 전부터 혐오표현이 이슈화되면서 관련 법안 발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느 선까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혐오표현의 기준점을 잡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규제 자체가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 2016년 독일에서는 한 소녀가 난민들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거짓말로 밝혀졌다. 타임지 온라인판 캡쳐
지난 2016년 독일에서는 한 소녀가 난민들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거짓말로 밝혀졌다. 타임지 온라인판 캡쳐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에 언제까지 얽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신성한 것은 맞지만 이를 완전하게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도 “혐오는 차별이고 차별은 또 다른 시민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日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통과 

게다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혐오표현을 강력 규제하는 법제도가 마련돼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2016년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극우세력의 혐한시위에 시달리던 재일동포들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을 통해 차별적 괴롭힘·지시를 금지하고 있다. 나치의 인종차별이라는 과거사를 가진 독일이고 보면 이 문제에 보다 세심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터다. 캐나다는 차별행위를 의도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의 출판 및 게시, 개인이나 집단을 혐오에 노출해 인간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인권법상으로 금하고 있다.

다만, 법안을 통한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 세미나에서 “혐오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단 하나의 선택지는 없다. 법적 규제부터 시작해서 사회 각 영역에서의 자율적인 조치들, 그리고 교육 등의 형성적 조치까지 모든 수단들이 적절히 배치될 때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혐오표현의 온상이 되는 온라인 플랫폼들 스스로가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을 상대로 플랫폼 내 혐오표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특히, 독일연방의회는 2017년 혐오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24시간 내 삭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텀블러 등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 기업들이 혐오·차별 정보들을 유통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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