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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이 ‘혐오’를 부추기나
왜 언론이 ‘혐오’를 부추기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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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 소재 경마식 보도로 여혐-남혐 프레임 강화…기자 대상 인권교육 필요성 제기

[더피알=문용필 기자] ‘사랑하니까 미워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의 힘으로 독침을 쏘아대는 헤이트 스피처(Hate Speecher)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낭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한국사회를 혐오의 빛깔로 물들이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 현상을 심층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①헤이트 스피치 대두 배경
②가짜뉴스와의 결합
③언론의 역할과 문제점
④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주는 시사점

혐오발언이나 관련 사건을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오히려 성별간 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페미, 여성계’ 해산 등을 촉구하는 안티페미협회 회원들. 뉴시스
혐오발언이나 관련 사건을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오히려 성별간 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페미, 여성계’ 해산 등을 촉구하는 안티페미협회 회원들. 뉴시스

헤이트 스피치의 사회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팩트 기반 보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어론의 가장 기본요건이지만 지금 우리 언론계에서 제일 문제로 지적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34.6%)들이 여혐, 남혐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언론의 적극적이고 철저한 팩트체크’를 꼽았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이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속보전쟁과 트래픽 창출이라는 ‘생존 명제’에 가려져 혐오발언이나 혐오사건에 대한 숙고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의 경우, 팩트체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성급한 경마식 보도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팩트체크를 말하다 

지난해 발생한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은 이런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제대로 노출한 사례였다. 한 주점에서 2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 사이에 시비가 붙어 폭행으로 이어졌는데 상대방이 여혐발언, 혹은 남혐발언을 했다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성별혐오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양측의 주장을 따로 따로 받아쓰기 하듯 여과 없이 기사화했다. 당시 상황이 제대로 판가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여혐 vs 남혐’ 구도로 몰아가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정보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참고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쌍방폭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보도에서 사실관계가 계속 번복됐다”며 “성별 간 싸움을 조장하기보다는 좀 더 확인한 뒤 정확하게 기사를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일간지 A기자는 “특정 사건을 다룰 때는 쓰기 쉬운 ‘중계보도’ 형태의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지점에 문제가 있는지 확실하게 인지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는 천지차이”라며 “특히 혐오표현의 경우 사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사건의 본질은 풍등이 발화원인이 될 정도로 취약했던 저유소의 화재대비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다수의 관련 기사 제목은 풍등을 날린 이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 그리고 그의 국적이 스리랑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의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자칫 외국인 노동자와 그의 모국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을 다룬 일부 언론기사 제목.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을 다룬 일부 언론기사 제목. 네이버 캡처

이와 관련,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국내 언론들은 피해자든 가해자든 사회적 약자라고 보이면 함부로 보도하는 편이다. 무의식중에 더 자극적으로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윤 이사는 “기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면서 이들의 문제를제기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반대적 경향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신문 소속 B기자는 “뉴스 생산 시스템에서 혐오 표현을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며 “사회적으로 혐오표현과 혐오범죄는 계속 일어나는데 어뷰징과 팩트 확인 없는 일방적 전달을 통해 혐오표현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저널리즘 문제가 심각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사실 혐오표현에 대한 보도준칙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는 “취재 과정 및 보도의 내용에서 지역, 계층, 종교, 성, 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윤리강령에도 “인종, 민족, 지역, 신념, 종교, 나이, 성별, 직업, 학력, 계층, 지위 등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이러한 편견에 근거해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B기자는 “방심위 규정에도 차별이나 비하 금지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된 바가 없는 것 같다. 적용이 제멋대로일 수밖에 없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이를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부터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사 편집이나 제작과정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인권 에디터 제도를 만드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언론, 인권 관련 단체에 (모니터링) 의뢰를 맡겨서 주기적으로 검토 받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A기자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사회를 연결하고 하나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면 수고스러움을 짊어져야 한다”며 혐오발언에 대한 언론사 구성원들의 ‘학습 노력’을 당부했다. 윤여진 이사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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