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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막말과 연예인의 노출
정치인의 막말과 연예인의 노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4.1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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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세월호 5주기, 실종된 정치언어의 품격을 접하며

[더피알=강미혜 기자] 세월호 5주기를 맞은 날,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작심하고 험악한 말을 쏟아낸 정치인이 있다.

‘회쳐먹고 찜쩌먹고 발라먹고 해쳐(처)먹는다’며 듣도 보도 못한 라임을 써가며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렸다. 무엇이 그를 저리도 화나게 만들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격한 표현이 가득했다. 

예상대로 여론은 폭발적으로 들끓었다. 쏟아지는 비판 세례에도 ‘신념’을 유지하며 꼿꼿했던 그는 결국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며 사과했다. 정치권에서 친숙한 클리셰를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정말 해당 발언이 가져올 후폭풍을 짐작하지 못했을까.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거 같아 순간적인 격분을 못 참았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SNS 게시물 하나로 거둔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너무도 크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독한 말로써 그는 일약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정체불명의 이념대립이 격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안티와 팬을 동시에 불러모으는 언어의 전술을 구사한 결과다. 

실제 한쪽에선 ‘무개념 막말’로 질타받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를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징글징글하다”고 얘기한 같은 당 소속 현직 의원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기까지 하다.

외부에 적을 만들면 내부가 결속되고, 그 내부에서 ‘인싸’가 되려면 일단 튀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의 막말과 사과에는 모두 자유한국당 인싸 중의 인싸인 황교안 대표가 들어가 있다.

이번 논란을 접하며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노출 패션으로 입길에 오르는 배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렇게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한 번이라도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많은 여배우들이 경쟁적으로 파격 수위를 높인다. 일부에서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이 더 시급하기에 작정하고 노출하는 의도된 각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세월호 막말 전략은 제대로 성공한 듯싶다. 전직 국회의원이란 애매한 타이틀 대신 자유한국당 소속 OOO이란 이름 석자가 온 언론지상을 장식했으니 말이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면 ‘안물안궁’의 어느 전직 의원이 SNS 글 하나로 국민적 눈도장을 찍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인은 무플보다 악플이 더 나은 법 아닌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세월호 막말 쓴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보수층 지지자들이) 지켜달라”고 했다가 몇 시간 만에 태세 전환해 사과한 모양새를 보니 무플방지를 위한 전략적 제스처가 아니었나 더욱더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알랑가 몰라.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는 아무리 드레스를 파도 ‘파격 노출’로만 기억된다는 사실을. 정치철학에 앞서 막말신공으로 더 어필한 정치인은 과연 어떻게 기억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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