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가 도와주다 제가 예술가가 돼버렸네요”
“지역 예술가 도와주다 제가 예술가가 돼버렸네요”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4.2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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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㉒] 마을연예기획사 놀자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

“근처에 지하철이 없어서 오기 힘드셨죠? 그래도 지역주민들에게는 위치상 가장 좋은 곳이라서요”

[더피알=안해준 기자] 생각보다 평범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한 놀자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의 남일 이사장은 젠틀한 말투로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을 항상 먼저 생각하는 그가 마을연예기획사를 차린 이유는 의외였다.

놀자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의 남일 이사장
놀자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의 남일 이사장. CG(?)는 더피알 作

문화·예술 쪽 일을 하는 분치고 의외로 굉장히 차분하신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저는 원래 예술가 출신이 아니에요. 사회복지와 지역아동센터 등 마을활동가로 일을 하던 사람이죠. 저도 어쩌다 문화예술 분야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싶네요.

예술가 출신은 아니셨군요. 그럼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예전부터 지역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부터 어려웠어요. 그래서 취업을 해 돈을 벌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들과 취미로 노래 동호회를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시작했었죠. 그러다가 한 명이 “노래나 음악을 활용해서 사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제안했습니다. 그게 계기가 돼 문화예술 쪽 분야를 지역사회와 연결시켜 사업을 계획하게 됐어요.

사명 앞에 붙은 ‘마을연예기획사’란 타이틀이 눈에 띕니다. 청년들이 많이 연락해 올 것 같아요.

네. 젊은 친구들이 SM과 JYP와 같은 곳인 줄 알고 종종 연락이 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회사에 관해 설명해주면 더는 연락이 안 와요.

단순히 가수를 육성하거나 예술가를 키우는 것만이 연예기획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들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도 있다고 봤어요. 거기다 저희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해서 ‘마을의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기획한다’라는 의미로 마을연예기획사라고 짓게 됐죠.

관악구가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그리 핫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아요. 제가 관악구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요. 사실 여기는 서울의 가장 낙후된 동네 중 하나입니다. 교통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최근에 예술가나 창업하는 분들이 많이 이사를 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인식되고 있어요.

저희는 이 점에 주목해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먹고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살던 곳이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관악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했고요.

놀자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관악실버축제마당 은빛콘서트
놀자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이 기획한 관악실버축제마당 은빛콘서트

흔히 예술가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가수의 경우 방송 출연이나 SNS에서 입소문을 타야 인지도라도 생기니까요. 이런 예술가들을 위해 놀자엔터테인먼트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그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수와 같은 예술가들이 먹고 살려면 방송에 출연해서 활동해야 해요. 하지만 모든 예술가가 그럴 순 없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부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서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예술가들이 자기 꿈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축제나 공연 같은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분야가 분야인 만큼 아무래도 초반에 회사를 운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예술가가 된 기분으로 시작했어요.(웃음) 처음 2~3년 동안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말 고생했죠. 지역 행사나 사회적기업 관련 설명회 같은 곳은 정말 빠지지 않고 다 참석한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인지도가 쌓이니까요.

지역 밀착형 기업인만큼 오프라인에서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했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워크숍이나 홍보를 통해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죠. 예술가와 주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보니 라이브 방송도 하시던데.

언제 또 들어가 보셨나요.(웃음) 특별한 건 아니에요. 저희가 진행하는 사업 중에 동네에서 예술가들이 여는 플리마켓인 ‘꿈시장’이 있어요. 평균적으로 40~50개 부스를 운영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놓습니다.

라이브 방송은 홍보 목적이 아닌 공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어요. 플리마켓 특성상 자리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생방송으로 추첨을 진행하게 됐어요. 그냥 휴대폰 하나 설치해 놓고 찍는 거죠. 쑥스럽네요.

참고로 올해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사무실에 있는 코워킹 공간을 활용해 공동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해요. 예술가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영상으로 선보일까 해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많이 준비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좀 전에 언급한 ‘꿈시장’ 외 지역사회를 위해 또 어떤 걸 하시는지?

관악구 전체를 활용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죠. 인디 음악인들이 행사장에서 공연도 합니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예술가분들이 직접 주민들을 가르칩니다. 지역에 있는 아동센터에 방문해 교육을 하기도 하고요. 협동조합원들을 포함해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을 오프라인에서 연결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예술가들의 활동을 옆에서 많이 지켜보면서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은 안 드셨어요?

맞아요. 예전에는 통기타를 치고 싶어서 예술가 출신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공연을 합니다. 그렇게 잘 치는 건 아니고요.(웃음) 그때부터 음악과 예술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활동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쑥스럽지만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밴드 연주도 가르치고 있어요. 키보드, 카혼,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가르칩니다. 어쩌다 보니 예술가의 길을 조금 경험하고 있네요.

놀자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스타가 있을까요? 강력 추천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글쎄요… 누가 있을까요. 조금 올드한 이름이지만 새청년포크회가 작년까지 많은 활동을 했어요. 통기타를 활용한 포크 음악을 하는 밴드인데, 관악구 지역에서 활발히 많은 공연을 했죠. 올해는 각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하고 있어서 언제쯤 컴백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우선 예술가 측면에서는 본인들이 원하는 창작활동을 지역사회서부터 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가장 성공하는 방법 중 하나인 방송 출연을 제외하고 예술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먹고 사는 문제는 많이 해결된 사회라고 생각해요. 자연히 복지, 문화 등 삶의 질 향상에 더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민들이 플리마켓이나 공연을 하자고 제안하세요. 더욱이 관악구와 같은 지역은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왕성하게 활동하셔야겠네요. 올해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일단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회사도 비영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어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예술가들의 성장을 돕는 단체로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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