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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왠지 마이너해!”…‘모동숲 주민’ 된 20대 이야기
“오 왠지 마이너해!”…‘모동숲 주민’ 된 20대 이야기
  • 김동엽 k_dongyeop@naver.com
  • 승인 2020.04.0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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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친구 만나고 힐링하는 게임 ‘동물의 숲’ 인기
현실서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대리만족
동물의숲 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저의 모습. 게임화면 캡처

 

온라인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더피알=김동엽 대학생 기자] 닌텐도가 내놓은 신작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이 선풍적 인기다. 화제작인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도 동숲에 대한 젊은층 관심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박OO 씨(21세)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 벚꽃놀이도 못 가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어 동물의 숲에서 친구랑 벚꽃놀이를 즐겼다”고 말한다.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20대들에게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동물의 숲은 하나의 경험 공간이다. 현실적 제약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가상의 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재미와 행복함을 느낀다.

현재의 환경적 요인을 감안해 봐도 동숲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동숲은 끊임 없이 경쟁하고 레벨을 올리는 중독성이 강한 게임과는 다르다. 오히려 목표가 없기에 왜 이 게임을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래픽이 화려한 것도 아니다.

20대는 왜 적지 않은 금액(에디션 정가 36만원)을 투자하면서까지 온라인 숲 가꾸기에 한창일까?
 

동물의 숲을 하면 힐링이 되는 걸요.

동숲 구매의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대다수는 ‘힐링’을 키워드로 답변했다.

게임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는 이OO 씨(21세)는 “새로운 게임을 할 때 조작법을 익히는 것도 어렵고 전략을 세워서 대전하는 건 일정 레벨까지 도달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에 비해 동물의 숲은 조작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퀘스트 달성이 주목적이 아닌 게임이라서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했다.

김OO 씨(22세)도 “현실에서는 공부, 알바, 과제 등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시켜서 반강제적으로 하는 일이 많았는데, 동숲에서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기존 경쟁 위주의 게임과는 달리 목표 달성이 없는 게임으로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자유롭게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구매의 결정적인 이유로 꼽는 것이다.
 

못 이룬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죠.

자율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것과 더불어 대리만족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이야기됐다. 내집마련과 같이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하는 꿈을 동숲을 통해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 하나 둘 씩 채워지는 물고기들을 보면 괜히 뿌듯하다”는 공OO 씨(21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랑 낚시를 자주 갔지만, 대학 입학 이후 본가에 잘 내려가지 못해 낚시도 못하게 됐다”며 동숲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OO(21세) 씨도 “옷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현실적으로 사고 싶은 옷을 다 살 순 없다. 하지만 동숲에서는 할 수 있다”고 매력을 얘기한다.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고 옷 매칭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옷장에 옷이 하나씩 찰수록 행복함도 같이 쌓인다. 특히 친구 섬에 놀러 가서 새로운 옷을 살 때 제일 행복하다”고도 덧붙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지만 남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꾸며놓은 섬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누군가는 인테리어를 하듯 집꾸미기에 주력하는 한편, 또 다른 누군가는 박물관에 희귀 동물을 모으는 목표를 갖고 플레이한다. 다른 이는 다양한 과일나무밭을 만드는 농장형으로 키워가기도 한다.

낚시, 채굴 등 수집을 통해 모은 동물, 화석을 박물관에 전시해놓은 모습. 게임화면 캡처

이렇듯 동숲을 플레이하는 20대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면서도 상대방 관심사나 취향을 존중하는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의 모습을 보인다. 사용자들은 개인 SNS에 자신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취향을 공유하고 다른 사용자의 플레이를 벤치마킹해 자신만의 섬을 발전시켜 나간다.

동숲은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체험할 수 있고 여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힐링 게임이라는 점에서 게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지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달래는 작은 쉼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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