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뷰스] 양육비 세계 최고의 서글픈 초상(肖像)
[신아연의 뷰스] 양육비 세계 최고의 서글픈 초상(肖像)
  • 신아연 (thepr@the-pr.co.kr)
  • 승인 2024.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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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쏟아부어도 온전히 못 서는 ‘어른아이’들만 넘쳐나고
사진은 2021년 1월 4일 경기도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2월 22일 미국 CNN 방송은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가 전날 발표한 2024년도판 '중국양육비용 보고서'에 관한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은 2021년 1월 4일 경기도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더피알=신아연 | 한국이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나라로 꼽혔다. 두 번째는 중국.

2024년도판 ‘중국양육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18세까지의 양육비는 한국이 7.79배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위인 중국은 6.3배. 이어 이탈리아(6.28배), 영국(5.25배), 뉴질랜드(4.55배), 일본(4.26배), 미국(4.11배), 독일(3.64배)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싱가포르(2.1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 등은 소득대비 양육비 부담이 비교적 적은 국가에 속한다.

2022년 통계 기준 GDP인 4300만원의 7.79배는 약 3억3500만원에 해당한다. 2위인 중국(약 1억원)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한국이 높다. 양육비용의 대부분은 교육비와 보육비가 차지했다. 그것도 18세까지 드는 돈이 그렇다는 것이고 대학에 보내는 것은 별도 비용이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양육비를 쏟았으니 세계 최고의 자녀들이 되어야 할 터. 자판기처럼은 아니라 해도 들어간 만큼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이?

우선 18세 이후의 성인으로서 자립할 기반 마련을 위하여 막바로 밥벌이를 시작하든 상급학교에 진학하든 사회적 독립을 준비해야 하며, 그 나이에 걸맞은 정신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거나 비효율의 극치다. 양육비가 치솟을수록 부모 없이는 아무 결정도 못하는 마마보이, 마마걸이 넘치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캥거루 자식이 30, 40대에도 넘쳐난다.

이 연령대 캥거루 자녀가 2020년 기준 64만9000명에 달한다니. 이들은 ‘백수 캥거루’뿐 아니라 수입이 있어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한집 캥거루’ 등 유형도 다양하다.

한 인간으로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하도록 만드는 것이 양육의 기본이건만,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길래 날이 갈수록 ‘어른아이’만 양산되고 있는지. 결국 한국은 ‘양육비 낭비’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들린다.

진정한 양육·교육이란 한 사람의 인간이 온전히 바로 서도록 돕는 것이다. 온전함이란 원바탕, 본래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럴 때 ‘나답게’ 살 수 있게 되며, 그래야 태어난 보람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양육비는 이 좌표와 멀어도 한참 멀게 사용되고 있다. 양육비가 높을수록 행복감과 생명력은 더 낮아지는 형국이니.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모습이 양육비 세계 최고 나라의 서글픈 초상(肖像)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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