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날강도보다 더한 짓거리”…기자출신 한 홍보맨의 ‘돌직구’
“칼 든 날강도보다 더한 짓거리”…기자출신 한 홍보맨의 ‘돌직구’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4.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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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언론사 무리한 광고·협찬 요구 정면으로 비판…관련업계 “터질 게 터졌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전직 기자 출신으로 모그룹 홍보임원을 지낸 한 인사가 보낸 한 통의 메일이 최근 언론계는 물론 홍보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H씨로 밝힌 이 인사는 메일에서 특정 신문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기업 홍보인으로서 부당하게 겪어야만 했던 언론 횡포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 자료 사진. 기사와의 직접적 관련성이 없음을 밝힙니다.

내용은 이렇다. H씨는 25년간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A사 홍보담당 임원으로 일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초 B신문사로부터 특집 기획기사에 대한 광고 요구에 이어 사무실 이전을 기념한 협찬 공문까지 받게 된다.

H씨는 회사 사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 판단해 B신문사의 요청을 거절했는데, 그때부터 B신문사 기자들이 A사 주변을 뒤진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기자들이 다른 직장으로 옮긴 직원에게 ‘A사 뭐 조질 것 좀 없느냐’ ‘불만 품고 퇴직한 사람 좀 소개해 달라’는 등의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광고·협찬 거절 후 시작된 언론 횡포…해당 기업 홍보임원 최근 사직해

결국 4월 들어 B신문사는 A사 경영활동과 관련한 부정적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고, 급기야 H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근 사직했다.
 
H씨에 따르면 B신문사의 횡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말 H씨가 B신문사 데스크와 식사를 가진 자리에서 “C사가 영 비협조적이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후 B신문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번에 걸쳐 C사에 기사로 융단폭격을 가했다고. B신문사에 호되게 당한 C사는 결국 연간광고를 협의하는 선에서 두 손을 들었다는 게 H씨의 설명이다.

그는 메일상에서 “그냥 좋게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언론인 출신인 내가 아니면 이런 무자비하고 못된 언론의 횡포에 감히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언론인 출신의 소박한 개인자격으로 부도덕한 B신문사의 횡포가 사라지는 날까지 고난의 길을 감수할 생각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쌍팔년도도 아니고… (언론사의 무리한 협찬 요청은) 칼 들고 협박하는 날강도보다 더한 짓거리”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기업 홍보인들을 향해선 “섣불리 협찬요청을 거절하지 마세요. 걸리면 죽습니다. 저처럼…”이라며 보신을 당부하고 있다.

B신문사, 메일 통해 입장 밝혀…“경영진이 명쾌하게 정리 못한 것은 과오”

이같은 H씨의 ‘탄원 메일’이 언론계를 비롯 기업홍보 전반에 걸쳐 널리 회자되자, 메일상에서 거론된 B신문사도 긴급하게 입장을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B신문사 노조는 메일을 통해 “편집국장 등에게 확인하니 3월 초에 광고국에서 (A사에) 공문을 보내 것은 맞다고 한다. 영업을 위해,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공문을 보냈나보다”며 “편집국 역시 (그 즈음) 기획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이고 경영진이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은 과오”라고 인정했다.

다만 “A사 관련 기사는 비단 광고 때문은 아니다. 작년 A사에서 B신문사에 광고한 금액이 500만원이다”며 “경쟁지와 비교할 때 자존심의 문제다. 그런 과정에서 기사가 나갔고, 문제는 그 전에 광고국에서 보낸 공문이 단서가 돼 역공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연이 어찌됐건 국장에게 ‘매출확대도 좋지만, 러프한 접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고 만약 문제가 불거지면 국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다”면서 “H씨와 관련해선 흐름을 봐 가면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련자들, “A사와 B신문사 갈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언론사와 기업 (홍보맨)간 벌어지는 이같은 불편한 문제에 대해 업계 관련자들은 “마침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기업 홍보 임원은 “사실 언론사의 광고·협찬 요구에 대한 부담감은 기업 홍보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이라면서 “최근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홍보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전직 대기업 홍보 임원은 “(언론사의 무리한 광고·협찬 건은) 비일비재하다. 대개의 홍보임원들이 (부당함을) 참고 처리해나가는 역할을 한다”면서 “다만 H씨는 오랜 세월 기자 생활을 한 언론인 출신 홍보맨이라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 중견 언론인도 “이번 일은 B신문사뿐만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 만연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많은 언론사들이 편집국이 나서서 공격적 기사를 쓰고, 그것을 무기로 기업을 압박해 광고를 수주하고 있다”며 “경기는 어렵고 언론사는 많다보니 서로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A사와 B신문사의 갈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언론사들의 생존 경쟁과 맞물려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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