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게 했더니 눕겠다?…“기업에 ‘쌍칼’ 드미는 종편”
앉게 했더니 눕겠다?…“기업에 ‘쌍칼’ 드미는 종편”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6.26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청률 1%대 넘어서며 광고 압박 수위 ↑…본지 파워 그대로 안고가

개국 1년 6개월을 넘어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최근 두 가지 큰 사건을 벌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채널A와 TV조선의 5·18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보도’고, 다른 하나는 종편 특혜를 둘러싼 ‘비밀 담합 TF 운영 논란’ 건이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광고를 유치해야 한다’는 종편사들의 궁극적인 기저가 깔려있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종편의 역사 날조와 잘못된 보도 행태는 종편 개국 이래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특히 최근 벌어진 5.18 관련 왜곡보도나 특혜 담합 논란 등 일련의 사건들은 종편사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태까지 와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종편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의 이같은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방송 행태는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시청자들에겐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자극적 소재는 결국 시청률을 ‘담보’해 주고, 시청률은 언론사의 존폐를 가르는 ‘광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종편 4사 로고.

또 종편 4사의 생존에 대한 절박함은 최근 “특혜를 연장하고 추가 특혜를 받아내기 위해 ‘비밀 담합 TF’를 운영했다”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폭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최 의원에 따르면, 종편사들이 모여 이런 ‘짬짜미’를 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지상파 HD 수준의 화질을 담보하는 8VSB 도입 건, SO 수신료 건, 미디어랩 편입 유예 건이다. 종편 4사는 이같은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신문사 기자들은 물론 사주들까지 동원해 정부와 국회 등을 공략하자고 합의했다.

특히 3가지 항목 중 종편사들은 가장 공을 들여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으로 ‘미디어랩 편입 유예’를 꼽고 있다. 최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도 회의에 참석한 종편사 한 관계자가 “미디어랩 관련 법 시행 연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종편사들은 미디어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종편사들은 왜 이 법에 이토록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미디어랩 법 연기’는 종편 사활이 걸린 일?

미디어랩 법은 방송 광고 판매대행법을 말한다. 방송 광고를 대행 판매하는 까닭은 ‘방송광고 판매시장의 경쟁 촉진’과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및 다양성 구현’ 두 가지 때문이다.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을 할 경우 광고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고, 방송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하면 언론적 기능은 뒷전으로 밀리고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있어 ‘완충지대’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종편은 미디어랩 법 개정 당시부터 아예 미디어랩에 포함되기를 거부하며 버텼고, 결국 종편 개국과 동시에 미디어랩 편입 3년 유예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종편은 2014년부터 미디어랩에 적용받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언론사 한 관계자는 “미디어랩 법 시행 연기가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고, 과정을 밟아야 하기에 종편사들이 미디어랩 법 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가장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종편사들이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종편사들이 미디어랩에 포함되는 걸 원치 않는 이유는 ‘미디어랩’이라는 완충지대가 만들어지면 기존 수월치 않던 광고 유치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종편이 1% 미만의 시청률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은 미디어랩에 속하지 않고, 광고 영업을 직접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광고 영업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은 유력 매체인 본지 신문사들의 영향력에 기대 종편사들이 기업(광고주)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종편 광고 쪽의 한 고위 임원이 우리 회사에 온다는 소리를 듣고, 광고 담당자들이 잔뜩 긴장한 적이 있다”며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광고 임원은 본지 신문사에서 진급과 동시에 종편 광고국 임원으로 간 경우라 본지의 파워를 그대로 안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 임원은 최근 1%의 시청률을 넘기고 있다는 얘기도 들먹이며, 이를 빌미로 협찬이나 광고 집행에 대한 얘기를 대놓고 했다”고도 전했다.

▲ 지난 6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종편 4사 비밀 담합 tf 실무자 1차 회의록 일부.

이처럼 최근 종편이 대선을 기해 1%가 넘는 시청률과 몇몇 종편이 양질의 콘텐츠로 인지도를 얻자 광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0%대 시청률 일 땐 종편에서도 우리(기업)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했다. 하지만 1%가 넘으며 신문과 방송이 그야말로 ‘쌍칼’을 들이밀고 있는 상태다”라며 “종편사들이 지난해 광고 목표액의 절반도 못한 광고 수익을 올해 메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12월 종편 출범 후 이들 4사의 총 적자액은 3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종편이 전투적으로 광고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같은 목소리에 종편 관계자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종편의 한 관계자는 “큰 행사나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광고나 협찬을 크게 요청하는 경우는 있다. 그건 다른 방송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일반적으로 무리해서 광고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이 지상파에는 프로그램별로 광고비를 책정해 주는 것에 비해, 종편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도 아직 원턴식으로 4개사에 돌려가며 일률적으로 (광고를)주는 것에 종편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설명했다.

“종편, 공익 담보될 때 미디어 인정받을 수 있어”

이같은 종편 4사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이희복 상지대(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앉게 해줬더니 이제 눕겠다는 것이 최근 종편의 모습이다. 간접광고, 가상광고까지 다 허가해 주며 종편 도입을 배려했는데, 아직도 배려해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며 종편의 비밀 TF 운영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또 “여러 특혜를 받은 종편은 기존 파이(광고 시장)보다 그 파이를 키우는 쪽에 집중해 종편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현실에 눈을 돌려 종편이 50~60세대가 주로 시청하니 그들에 맞는 광고를 개발하는 등,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서 광고를 개발해 광고주들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어떤 시청자든 시청자가 있는 한 종편도 이제 어엿한 하나의 미디어”라고 강조한 뒤 “다만 종편사들이 미디어로 인정받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경영에 골몰하고, 방송의 기본 중의 기본인 공익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