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용팝 광고’, 베팅인가 만용인가
‘일베용팝 광고’, 베팅인가 만용인가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3.09.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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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노이즈마케팅의 양면적 효과 유념해야

[더피알=박재항]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기사 빼고는 어떤 기사든지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어쨌든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에게 가장 큰 징벌은 ‘무관심’이라고 할까. 그래서 때론 일부러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을 스스로 만들어 벌이기도 한다.

▲ 옥션은 최근 ‘빠빠빠’ 노래로 인기를 얻는 동시에 ‘일베 논란’에 휩싸인 걸그룹 ‘크레용팝’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사진은 옥션모바일 광고의 영상 화면 캡처.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을 구설수에 오르게 해 이목을 끌고, 계산된 반응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소음을 만들어낸다는 뜻의 ‘노이즈(Noise) 마케팅’이라고 한다.

노이즈마케팅의 사례는 많다. 딱 부러지게 의도한 행위인지 아닌지 규명할 순 없으나, 많은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시도하는 심증 가는 사례가 계속 나온다. 특히 신인 연예인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싸이를 이을 재목으로 빌보드에서도 주목했다는 걸그룹 ‘크레용팝’도 비슷한 시도를 한 것 같다. ‘빠빠빠’라는 노래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거의 동시에 불거진 소위 ‘일베 논란’이 그것이다.

이전 그들의 데뷔 시절로 거슬러 가보자. 방송계에 발을 디딘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들은 <크레용팝의 알록달록 성장일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속사 매니저와 의견충돌을 벌이며 잠적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기존 여자 아이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노이즈를 일으키려 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실제 의도가 그랬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방영 이후에도 크레용팝은 화제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이후 크레용팝은 2012년 10월 말부터 서울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곳에 출현해 연이은 게릴라 공연을 가졌고, 같은 해 11월 초에는 멤버 중 한 명인 ‘소율’이 학창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잠시 화제가 됐지만 그 역시 관심이 길게 가지는 않았다.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은 전략적 노이즈마케팅?

수개월간 존재감이 미미하던 크레용팝을 단박에 스타로 등극시킨 계기는 바로 지난 6월 발매된 빠빠빠 음원이다. 크레용팝은 빠빠빠를 통해 제대로 된 노이즈에 휩싸였다. 이 역시 의도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파문은 온오프라인을 모두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며 걷잡을 수 없이 불가사리처럼 퍼져나가는 또하나의 노이즈가 등장했다. 바로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이다. 한 편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감정적 대립이 최고로조 격앙된 두 진영의 한족에 크레용팝이 놓이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크레용팝 멤버들 자신이나 소속사에서 일베 논란과 관련해 발언한 것을 믿는다. 실제 믿건 안 믿건 별 차이도 없다. 정말 별 생각 없이 소속사 대표가 일베라는 정치적 노선이 명확한 어느 커뮤니티의 회원이 됐고, 멤버 중 하나가 잘 쓰는 용어가 공교롭게도 그 커뮤니티 회원들이 주로 쓰는 단어였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한 쪽 편을 들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일베 논란은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인기를 얻는 속도를 최소한 어느 정도 당겨준 효과는 냈다. 음원 발표 이후 3일이 가도록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던 빠빠빠가 일베 논란이 일어난 후 3일 안에 바로 10위 내로 진입한 것을 봐도 노이즈 효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논란은 생명력이 기껏해야 일주일이 되지 못한다. 팝아트로 유명한 앤디 워홀의 말에 슬쩍 발을 걸쳐서 얘기하면, 15분 내에 불같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그게 길게 가면 일주일 동안 화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래라면 화제가 되는 일주일, 바로 다중에게 노출이 되는 일주일 동안 탄탄한 인기를 얻어 상위로 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 일베 논란에도 불구하고 크레용팝은 해외진출 계약까지 했다. 사진은 세계시장을 겨냥해 새롭게 '빠빠빠' 뮤직비디오를 찍는 모습. ⓒ뉴시스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그런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시대적 흐름인 걸그룹의 기본을 갖추고 있었고, 다른 걸그룹들과 차별화되며,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소위 ‘훅킹(hooking)’ 요소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일베 논란은 역시나 오래 가지 않았다. 빌보드도 주목했다. 해외진출을 위한 계약까지 끝냈다. 아니나 다를까 광고까지 들어와서 광고모델로 공중파를 탔다. 하지만 그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새롭고 유쾌한’ 맛만 있는 옥션 광고, 화제 대신 논란만 가득

크레용팝을 모델로 내세운 ‘옥션모바일’의 광고를 보며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째는 그 ‘신속함’이다. 크레용팝이 정식 데뷔한 지 1년이 지났고, 음원이 공개된 지 2개월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일베 논란이 일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7월 중순이 지나서였다. 때문에 크레용팝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옮기는 것 자체로도 ‘새롭고 유쾌한’ 옥션모바일 쇼핑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광고는 크레용팝의 빠빠빠스러운 분위기, 즉 ‘톤앤매너(tone and manner)’만 있을 뿐이었다. 옥션모바일이라는 브랜드에 붙는 약간의 장치나 스토리텔링 요소 하나도 찾기가 힘들었다. 시의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진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점은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크레용팝을 모델로 기용한 ‘용기’다. 옥션모바일 측은 일베 논란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한 것 같다.

대한민국 온라인쇼핑의 개척자였지만, 이제 오픈마켓에서 대기업을 배경으로 한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있고, 모바일에 강점을 지닌 소셜커머스 업체들과의 힘겹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강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노이즈마케팅은 확실히 사회적 이슈와 연결될 때에 반향이 커진다. 문제는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뒷수습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다. 정치적 성향과 연계된 민감한 이슈의 경우 이런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채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잠복해 있다가 약간의 불똥만 튀겨도 활활 다시 타오르게 된다. 그러면서 다른 이슈까지 그 불길 속으로 삼켜버리곤 한다. 크레용팝의 일본 걸그룹 표절 논란이 그 예이다.

옥션모바일의 이번 광고는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선, 그래서 광고주로서는 파문에 대해서 쉽게 생각했던 사례로 남을 확률이 크다. 앞으로 광고모델로서 크레용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회성이 배제된 해외에서의 크레용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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