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빠진 5060
종편에 빠진 5060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2.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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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2년] 열혈시청자군 형성…선정성·자극성 도마

[더피알=강미혜 기자] 종편 2년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투입되는 보도중심,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꾸려나가면서 몇몇 킬러 콘텐츠(프로그램)를 앞세워 화제몰이에 나서는 식이다.

프로그램 홍보도 철저히 선택과 집중이다. 온오프라인에 걸쳐 채널을 상징할 만한 대표 프로그램들을 띄우는 데에 열중한다. MBN은 <황금알> <속풀이쇼 동치미>, TV조선 <뉴스쇼 판> <돌아온 저격수다>, JTBC <썰전> <히든싱어>,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쾌도난마> 등이 각 채널의 간판얼굴로 자리매김했다.

▲ 자료사진.

양윤직 소장은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면서 “이는 종편뿐만 아니라 모든 신규 채널들이 구사하는 것으로, 지금과 같은 다채널 시대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종편 포지셔닝에는 ‘정치적 특수’도 크게 한몫했다. 지난해 말 대선을 기점으로 정국을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면서 이슈를 집중 파고드는 뉴스로 상대적으로 정치이슈에 민감한 5060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청자층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50대 이상 시청자는 지상파뉴스보다 종편뉴스를 더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1월 8~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의 22%, 60대 이상의 25.8%가 방송뉴스를 주로 종편으로 본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은 종편뉴스 시청비율이 20대의 5배를 넘어서며 ‘열혈시청자군’이 됐다. 그 중에서도 TV조선 뉴스의 시청비율이 17.2%로 가장 높았는데, MBC(6.3%)나 SBS(4.9%)보다 3배가량 많았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TV조선은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도 어르신(5060세대) 시청자층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타깃을 정확히 끌고 간 부분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 주효…망언도 의도된 꼼수다?

하지만 막말방송으로 대변되는 종편의 선정적·자극적 코드는 반드시 걷어내야 할 ‘이물’로 꼽힌다. 여성 국회의원에게 “각선미가 좋다”(채널A), 배우 차승원씨 아들 성폭행 논란에 “애가 애를 낳아서…”(TV조선),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시 “사망자가 모두 중국인이어서 다행…”(채널A) 등은 ‘종편망언’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내용이다.

종편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받은 법정제재도 심각한 수준이다. 강동원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가 출범 이후 올해 7월까지 방통위에서 받은 법정제재는 84건(주의 36건·경고 33건·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 12건·시청자 사과 2건·프로그램 중지 및 경고 1건)에 달했다. 보도전문채널이 2008년부터 5년7개월 간 총 16건의 법정제재를 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월등히 많다.

이와 관련 송종현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난 11월8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과 평가’ 토론회에서 “채널A <쾌도난마>는 심의제재를 18번 받고도 방송을 계속하며, 심지어 방송 중 심의 내용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지상파였다면 진작 폐지됐을 것”이라며 개선노력과 함께 방송심의 규정 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에 대한 법정제재 현황  (단위: 건)

▲ 자료제공=무소속 강동원 의원. 

일각에선 종편의 막말은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된 ‘꼼수’라고도 해석한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정적·자극적 장면 많이 내보내고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막말을 많이 하면 시청률 올라가는 건 금방”이라며 “종편이 보이는 행태는 전형적인 ‘폭스뉴스’화(化)다. 냉정히 말하면 뉴스의 오락화”라며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 때문에 종편이 앞으로 더 선정적·자극적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널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제스쳐가 선정성이라는 것.

홍성일 서강대 교수는 지난 10월31일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서 “종편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자극적·선정적 보도를 하는 것”으로 풀이하며 “종편 주 수용자(시청자층)에 포커스를 맞춘 일종의 시장논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금까지 방송 저널리즘은 폭넓은 수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뉴스에서 가치와 사실의 분리, 객관적 보도 기법을 구사해왔으나, 이같은 뉴스 보도방식을 추구하기엔 종편의 수용자층이 너무 편협하다는 견해다.

홍 교수는 “시청률 1%대의 종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일반적 수용자층이 아니라 자신의 고정적 시청자층”이라며 “따라서 종편의 텔레비전 저널리즘은 앞으로 더 자극적·선정적이고 정파적이며 주창적인 논조를 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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