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광고계 표절 논란, “표절도 전략?”
계속되는 광고계 표절 논란, “표절도 전략?”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3.12.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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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판단은 어려워…‘이슈화’라는 면에서 긍정적 시각도

[더피알=조성미 기자] 대한민국이 표절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대중음악부터 디자인상품 광고에 이르기까지 창작물에 대한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광고계에서는 논란만 있을 뿐, 대응이나 사후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논란만 있고 진실은 없는 광고계의 표절. 광고인의 판단은 무엇인가.

▲ 유쾌한 패러디 광고로 눈길을 끈 팬택의 ‘베가 아이언’과 팔도의 ‘왕뚜껑’ 광고 화면.
베가의 광고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와 왕뚜껑의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체입니다’는 표절일까, 아닐까? 광고 모델은 다르지만 똑같은 구성의 광고는 시청자로 하여금 표절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결론은 과거 스카이(현 팬택)의 광고를 패러디한 바 있는 왕뚜껑의 또 다른 패러디 광고로 밝혀지며 유쾌하게 마무리됐다.

2013년 대한민국은 각종 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특히 하반기에는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발표된 프라이머리의 노래 ‘I Got C(아가씨)’가 네덜란드 출신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음원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웹툰 ‘마조앤새디’의 캐릭터상품이 영국 패션잡화 브랜드 ‘레이지오프(Lazy oaf)’ 가방과 유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쿠키 틴케이스, 마조 요리사 노트, 먼슬리 노트 등도 잇따라 표절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마조앤새디 측은 관련 제품을 전량 회수·폐기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제품의 원작자 분들께는 따로 사과를 드리고 이후 처리에 대한 부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음악이나 디자인, 사진 등 창작물에 대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광고계에도 표절 논란이 일었다.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의 은상 수상작 ‘삶의 지혜’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작품은 클로즈업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입에 포털 사이트 검색창 모양이 겹쳐진 이미지로 하단에 ‘삶의 지혜, 찾지말고 찾아뵈세요’라는 카피가 적혀있다. 이 광고가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유엔여성의 양성평등 광고는 다양한 인종의 여성 얼굴이 클로즈업된 채 입부분에 검색창이 배치, 여성 성차별에 대한 문구가 적혀있다. 클로즈업된 얼굴과 입에 겹쳐진 검색창으로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삶의 지혜’와 유사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표절 논란이 제기된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의 은상 수상작 ‘삶의 지혜’와 유엔여성의 양성평등 광고. 결국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표절 광고, 난무하는 의혹 속 진실은?

수상작에 표절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코바코(KOVACO,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측은 “대한민국 공익광고제는 표절 논란을 막기 위해 선정 이전에 온라인을 통해 모방과 표절 여부에 대해 누리꾼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절차에 따라 올해에도 공모 기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 표절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워낙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에 이번 건은 걸러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며,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면 절차에 따라 마무리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의 경우 주최 측에서 사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표절 논란에 휩싸인 상업광고의 경우 의혹만 제기된 채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앞선 예처럼 디자인상품이나 음악 등에서 표절 논란이 제기되면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광고의 경우 논란만 무성할 뿐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제작된 광고에 투입된 비용도 막대하고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 전 과정에 차질을 줄 수 있어 집행된 광고를 철회하기도 쉽지 않아 표절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한 표절의 원작 측에서도 이를 표절로 입증할 방법이 쉽지 않아 관련 사안이 공론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광고에 있어서 표절에 대한 책임 소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제를 가하기 쉽지 않지만, 새로운 것 혹은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하는 이들에게 기존의 것을 따라했다는 의혹은 창작자로써 부끄럽고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표절 논란이 이는 경우 많은 이들이 패러디나 오마주 또는 유사하게 느끼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 몇 가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제석광고연구소는 실제 사례를 들어 아이디어의 유사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제석광고연구소 홈페이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호평 받고 있는 이제석광고연구소측은 지난 2009년 총을 겨눈 군인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기둥에 둘러 결국 총구가 본인을 향한다는 이미지를 통해 반전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 광고는 2007년 WWF(세계자연보호기금)가 종이컵에 자신의 결정이 결국 되돌아온다는 이미지를 담은 악순환의 고리 캠페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깨끗한 치아를 조명으로 표현한 광고와 굴뚝을 무기에 비유한 광고 등 몇 가지 제작물에 대해 표절의혹을 받아온 이제석광고연구소측은 “작품들 간의 표현적 ‘유사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표절’이라는 단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광고는 ‘인용의 예술’이다”라며 “광고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창조가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의 재조합을 통한 ‘재창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 광고 화보에 대한 표절 논란이 일었던 한 주얼리 브랜드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f(x)의 크리스탈 자매를 모델로 화보를 선보인 이 브랜드는 화보를 공개하자 누리꾼들사이에서 한 매거진이 지난 2011년 12호에 선보인 패닝자매의 화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업체는 “따라한 것은 맞지만 표절이 아닌 패러디로 봐달라”고 해명했다.

표절은 아니다…다만 유사할 뿐

이처럼 표절 논란이 일어나도 패러디나 오마주 등의 해명으로 논란을 비켜가는 것은 광고의 표절이나 모방 등을 구분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광고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복합적인 작업이고 또한 보는 이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 때문에 광고의 표절 문제는 워낙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고 또한 이해 당사자 간의 공방이 주가 되기 때문에 기준을 정해두고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표절 여부는 심의 사안은 아니지만 명백한 모방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며 “베가와 왕뚜껑처럼 서로 협의된 경우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표절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광고의 중재·조정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표절에 대한 중재·조정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많은 사람이 볼수록 좋기 때문에 표절 논란으로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하나의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광고의 표절을 판가름 하려면 법정에서 가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특히 표절의 판단 기준인 의도성은 만든 사람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에 표절 예방이나 검증 장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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