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강미혜 기자] 페이스북의 이번 데이터 파문은 개인정보의 직접적 ‘유출’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유용’에서 비롯됐다. 개인정보 관련 페이스북의 데이터 관리 허점을 악용한 사례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지인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올린 정보 및 콘텐츠가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이용된 것. 결과적으로 광고 및 선전 효과를 높이는 타깃 마케팅에 페이스북 데이터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활용됐다.
이런 배경으로 페이스북의 대책도 개인정보 보안 강화보다는 정보 유용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페이스북은 파문 이후 플랫폼 약관 변경과 함께 △불법적으로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고지 △사용되지 않는 앱 접근 차단 △페이스북 로그인 정보 제한 △사용 중인 앱 관리에 대한 안내 등을 발표했는데, 내용을 보면 대체로 ‘고지의 의무’와 관련된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파문의 본질은 따로 있다
SNS 서비스라기보다 사실상 광고·마케팅 플랫폼이 된 페이스북의 데이터 이용 현황을 사용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은 “특히 광고와 관련해선 이미 있던 기능”이라면서 “숨겨져 있어서 이용자들이 잘 몰랐던 내용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 새로운 건 아니”라고 말했다. 즉, 그간엔 페이스북 광고 도달률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타깃 광고의 대상이 되는 이용자(소비자)에게 구태여 밝혀 설명하지 않았던 내용을 가시화한 조치다.
실제 페이스북 뉴스피드상에 ‘스폰서드(Sponsored)’라는 이름을 달고 게시되는 광고 콘텐츠를 보면, 이용자도 잘 모르는 이용자 개개인의 정보가 페이스북 광고 집행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광고 게시물 상단 우측 상단 더보기(…) 탭 → ‘이 광고가 표시되는 이유는?’ 항목 → ‘광고 기본 설정 관리’ 순으로 클릭하면 ▲내 관심사 ▲교류한 적 있는 광고주 ▲내 정보 ▲광고 설정 ▲광고 주제 숨기기 ▲페이스북 광고의 운영 원리 등에 대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 중 ‘내 정보’ 안에 있는 ‘내 카테고리’를 보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 정보와 기타 활동 사항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해선 특히 두 번째 항목인 ‘교류한 적 있는 광고주’를 눈여겨 봐야 한다.
클릭 시 세부 카테고리로 ‘회원님의 연락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광고주’ 리스트가 뜨는데, 회원가입을 하지 않았거나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은 업체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비합법적 경로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페이스북상에서 타깃 광고하려는 업체에 판매하는 ‘업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주기적으로 해당 항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87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 개인정보가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연계된 정치컨설팅사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서도 최대 8만5893명의 개인정보가 유용됐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