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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불가리스 후폭풍, 선전이었나 실수였나
남양유업 불가리스 후폭풍, 선전이었나 실수였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4.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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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불가리스 유산균 항바이러스 분석, 발표
심포지엄 연구자료 통해 홍보하기까지, 4가지 의문점 체크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 있다고 알려진 지난 14일 한 슈퍼마켓 주인이 음료 진열대에 불가리스 품절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 있다고 알려진 지난 14일 한 슈퍼마켓 주인이 음료 진열대에 불가리스 품절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PR에서 경계해야 할 블랙 프로파간다(black propaganda, 흑색선전)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공공소통 전문가인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효과 주장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사실을 조작해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오도하려는 부적절한 의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PR전략에서 ‘영향력 있는 제3자를 통한 신뢰 강화’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때 전문가와 언론(미디어)이 주로 영향력 있는 제3자가 되곤 하는데, 제3자의 권위를 이용해 팩트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선전에 해당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도 높은 이슈에 올라탈 때 선전효과는 극대화된다.

실제로 불가리스 논란은 제3자를 통해 촉발되고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학자들이 모인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분석 결과’가 언론보도를 거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효과 입증’으로 왜곡돼 알려졌다.

무엇보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이 뉴스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해당 상품이 일시 품절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고 남양유업 주가까지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관련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주장한 남양유업

이번 논란에 대해 PR업계 안팎에선 “케이스 스터디감”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사회적 이슈에 올라타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든가, 부정이슈를 관리하는 회사의 대응 방식이 전형적인 ‘Dont’s(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불가리스 유산균은 도대체 어떻게 코로나19 예방효과와 연관지어진 것일까?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 의문들을 짚었다.


#남양유업은 왜 한국의과학연구원 심포지엄을 홍보했나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효과 주장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지난 13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을 주제로 개최된 이날 행사는 △항바이러스 연구동향 및 발효유의 항바이러스 기능성 △적용 제품 사례로 보는 코로나 시대의 국내 항바이러스 연구 동향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운영과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 주관사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지만 남양유업이 언론(기자) 초청 및 사전 홍보를 담당했다. 남양은 행사 나흘 전인 9일 안내문을 배포해 참석자를 모집했다.

남양유업이 지난 9일 심포지엄 관련해 언론에 배포한 안내문 일부. 

남양유업 홍보전략실 관계자는 “연구원이 주관하는 심포지엄이라는 학술적 자리에서 그 부분(주제)에 대해 관심 있는 (기자)분들이 오실 수 있게 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인원 제한이 있어서 안내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이 해당 심포지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이유는 세 번째 발표 주제인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심포지엄 안내장에는 행사 패널과 주제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감기 인플루엔자(H1N1) 및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이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다.

남양유업이 사전에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을 통해 받은 분석 보고서(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대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도출한 내용이다.

당초엔 남양유업이 두 기관에 연구용역을 준 것이라 알려졌지만 정확하게는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평가분석 의뢰다. 따라서 연구비가 아닌 분석비용을 지불한다.

다만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 측은 심포지엄 개최와 관련해 남양 측이 별도의 후원 비용을 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양유업 홍보전략실 관계자는 “발표자 섭외 및 대관 등 (행사 진행 관련 일체의) 비용은 의과학연구원에서 내고 저희는 초청 업무만 맡았다”고 전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 관계자는 “남양연구소가 저희와 (항바이러스 분석 관련) 오랫동안 코워크(co-work)들을 해왔다. 그런 릴레이션십(관계)이 있다”는 말로 심포지엄 협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언론에 연구자료를 어떻게 배포했나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효과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건 심포지엄 당일(14일) 남양 측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가 기사화되면서다.

남양은 이날 행사사진과 함께 2개의 자료를 공유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 심포지엄 관련 연구성과자료’라는 이름의 PPT 파일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 심포지엄 개요’다.

연구성과 PPT에는 불가리스를 시료로 인플루엔자 H1N1과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시험 결과 각각 99.999%와 77.78%의 저감율이 확인됐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다.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가 숙주로 활용됐는데, 이같은 테스트를 진행한 협력기관이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이며, 분석방법(Modified ASTM E1052-11)에 대한 소개와 함께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으로 국내 식약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방법으로 사용’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심포지엄 관련 연구성과자료 PPT 일부.
심포지엄 관련 연구성과자료 PPT 일부.

또한 보고서 결언을 통해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 H1N1, COVID-19에 효과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고 재차 의미를 부여했다.

의학적·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시선에선 상당히 전문적이고 신빙성 있는 연구결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특히 불가리스 효과를 테스트한 주체가 제3의 연구기관이라는 점이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해당 자료를 접한 언론 입장에선 코로나 상황에서 기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효과 77.8%”라는 인용부호를 사용한 제목의 뉴스통신사 기사가 나가면서 불가리스 효과 논란은 순식간에 확대됐다.

이를 두고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심포지엄에서야 세포실험 결과를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연구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언론을 대상으로 자료를 내는 거면 그(일반 사람들 시각)에 맞춰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적고 이 실험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해석을 덧붙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남양유업 홍보전략실 관계자는 “PPT는 (저희)연구소에서 받고 나머지 내용은 (주관사측으로부터) 전달 받아서 진행했던 부분”이라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에게 자료집 형태로 전달드린 건데, 표현이나 발언에 대해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미스(실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행사 주관사인 한국의과학연구원 측도 사전에 자료나 발표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연구원 측 관계자는 “심포지엄 특성상 각 연사들이 고유의 연구영역을 재능기부처럼 공유하는 것이기에 무슨 검사하듯이 (발표자료를) 미리 달라고 (요청)하는 게 그렇게 원활하게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금번 심포지엄의 혼란을 직시하고 이후 진행되는 심포지엄에서는 사전에 발표 연사별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검증단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왜 발표자 소개에 회사 직함을 생략했나

항바이러스 연구결과 PPT와 함께 남양유업이 언론에 배포한 또다른 자료는 심포지엄 진행 내용에 관한 요약본이다. 전문가 패널에 대한 소개와 함께 행사 개최 배경, 발표 내용, 성과 및 의의 등이 정리돼 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다른 1,2 주제 대비 3주제인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부각했다.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 또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함”이 강조된 것.

또하나 주목할 부분은 공교롭게도 불가리스 제품 관련 발표자만 소속 없이 ‘박종수 박사’로만 나와 있다는 점이다.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와 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센터장 등 다른 연사들의 경우, 주제 발표자인 동시에 전문가 패널로 이름을 올리며 소속이 명기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주장한 박종수 박사는 논란 이후 언론을 통해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임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각에선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제품 관련 분석 및 주장의 신뢰도를 높이려 자사 임원이 발표자라는 사실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포지엄 내용 설명 요약본 일부. 

이와 관련, 남양유업 홍보전략실 관계자는 “원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실험한) 충남대 수의학과 연구자 분이 발표해야 했는데, 개인사정상 불참해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한 것”이라며 “심포지엄 현장에선 대체발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언론 배포 자료에 소속이 누락된 이유에 대해선 “표기가 미흡했던 부분은 저희쪽도 인정한다”면서도 “의도적으로 소속을 안 밝힌 건 아니”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평가분석을 진행한 당사자는 충남대 수의과대 박정은 교수다. 박 교수가 심포지엄에 불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남양유업 측은 “심포지엄을 주관한 게 아니라 연사 관련 부분은 알지 못한다”고 했고, 당사자인 박 교수는 불가리스 논란 이후 언론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과 심포지엄 주관사는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나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테스트 결과가 심포지엄발 기사로 알려진 직후 남양유업 주가는 요동쳤다. 발표 당일(13일) 주가가 전날보다 8.5% 이상 급등하며 38만원에 장을 마쳤고, 다음날엔 한때 장중 최고가가 4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남양유업 주가 그래프. 네이버 증권정보 화면 캡처
4월 남양유업 주가 그래프. 심포지엄 연구발표 당일(14일) 주가가 급등한 뒤 급락했다. 네이버 증권정보 화면 캡처

하지만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언론의 팩트체크가 잇따르면서 불가리스 관련 호재는 곧장 악재로 돌변했다. 심포지엄 전후로 며칠 오름세를 보였던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방역에 혼란을 줬다는 이유로 남양유업은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해 세종공장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사전 통보 받은 상태다.

남양유업이 “심포지엄 과정에서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엄중한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한 혹독한 대가가 뒤따르고 있다. 세간에선 ‘남양이 남양했다’는 등의 조롱 섞인 반응과 함께 또다시 불매운동이 고개를 들었다.

불가리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지난 16일 남양유업이 낸 입장문.
불가리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지난 16일 남양유업이 낸 입장문.

심포지엄 주관사인 한국의과학연구원 측도 곤란한 처지에 놓인 건 마찬가지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신뢰와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할 민간연구원이 과학적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연구기관 입장에선 오명을 쓴 셈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의 김경순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은 “(연구자들이 모인) 심포지엄 현장에선 항바이러스 (테스트) 결과가 소독의 개념이고 세포실험이기에 (추후 동물실험 및 인체실험에선) 달리 해야 된다는 부분이 언급됐고 결론도 잘 났다”며 “근데 나중에 언론에 불가리스 77% 코로나19 (저감)효과로 나오면서 일파만파 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13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의학계 전문가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백순영 전 가톨릭의대 교수는 “불가리스 실험은 세포 단위에서 유산균이 존재하면 감염 억제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에 예방률과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불가리스는 약이 아니라 식품으로서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동물실험에서 불가리스를 투여(섭취)해도 예방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코멘트를 했다.

이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심포지엄 현장에선 연구나 논의의 한계를 짚었는데, 남양유업이 관련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효과’로 둔갑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경순 센터장 역시 “컨소시엄 당일 분위기와 (보도가) 펼쳐지는 것이 너무 다르다보니 (주관사인) 저희도 좀 많이 자괴감이 든다”면서 “(식품을 통한) 항바이러스(연구)라는 게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제품별로 (연구결과가) 나오고 하는 것들이 쭉 공유되고 붐업되는 걸 기대하며 각 섹션에 맞춰 연구자들끼리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그런 것이었는데, 잡음이 들어가면서 코로나19에 (연관돼) 너무 특정사례가 타깃을 받으니까 좀 많이 힘들다”고 했다.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혀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남양은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사건, 바이럴 마케팅 통한 경쟁사 비방 의혹 등 수년간 악재가 겹치며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에 지난해 외국계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위기관리 및 명성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모하는 등 기업 쇄신을 꾀했는데, 불가리스 논란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며 ‘나쁜 이미지’를 또다시 얹은 모습이다.

남양유업 전직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인데 남양의 이미지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부정적 이슈가 돌출됐을 때) 더욱 부각이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 보는 시각도 많다”면서도 “이(불가리스) 건은 그냥 ‘똥볼’ 찬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오너의 톱다운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내부 통제 기능이 없어진 것이 이번 똥볼의 원인일 것”이라며 “잘못은 했지만 너도나도 너무 막 꾸중하는 것보다 좋게 달래는 게 궁극적으로 그 기업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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