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브랜드 복복(BOKBOK), MZ세대에게 먹힐까
로컬브랜드 복복(BOKBOK), MZ세대에게 먹힐까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2.09.0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창 복분자 발사믹 브랜드 ‘복복’ 브랜딩 CASE STUDY
고리타분 특산품 이미지 벗고 MZ가 찾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브랜드 가치를 타깃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빚어내는 일

더피알타임스= 최소원 기자

고창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9년 11월 식초문화도시를 선포한 고창은 세계 4대 식초도시를 꿈꾼다. 고창군과 한국발사믹식초협회, 고창의 식초 제조업체 JN푸드는 새로운 형태의 복분자 발사믹 식초를 개발했다. 이들의 ‘복복 프로젝트’는 대전 ‘성심당’, 춘천 ‘감자밭’, 울산 ‘복순도가’, 부산 ‘삼진어묵’을 잇는 지역 소생 로컬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질까?

복복의 제품. 사진=복복 와디즈 페이지
복복의 발사믹 제품. 발사믹 블럭, 발사믹 비네거, 발사믹 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브랜드의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과정엔 유명 유튜버 드로우앤드류와 함께 했다.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퍼스널브랜딩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온 드로우앤드류는 지난해 ‘마세슾(My Safe Space)’을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고창을 찾아 지역과 상품을 살펴본 그는 고창민들의 열정에 감응했다. 드로우앤드류 유튜브 채널에 새 재생목록이 추가됐다. 마세슾을 브랜딩하는 과정을 담은 ‘드로우 마이 브랜드’의 후속 시리즈는 7개 영상으로 고창 복분자 발사믹 브랜드의 브랜딩 과정을 소개한다.

기획_이 브랜드의 페르소나‧목적‧콘텐츠

브랜딩 기획은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색채를 만드는 일이다. 앤드류는 가장 먼저 브랜드의 특성을 파악해 페르소나(브랜드 정의)를 설정했다.

고창 땅은 ‘돌을 심어도 감자가 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미네랄이 풍부하다. 이를 토대로 한 복분자와 옹기는 복분자 발사믹의 재료가 된다. 포도 와인을 숙성시킨 식초를 오크통에 발효한 기존 발사믹과 달리, 고창 발사믹은 복분자와 초항아리를 이용한다. 깊은 풍미와 새콤달콤한 맛은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에게도 적합하다. 형태도 독특하다. 액체 발사믹은 물론, 구슬과 단단한 블록 형태의 발사믹 제품을 선보였다.

앤드류는 브랜드에서 강조하고 싶은 세 가지 키워드, ‘유니크함’ ‘새로운 산미’ ‘자연의 비옥함’을 뽑아냈다. 이를 융합해 ‘유니크한 형태의 새로운 산미를 소개하는 자연의 비옥함을 담은 브랜드’로 정의하고, 브랜드의 목적인 미션과 비전도 세웠다.

발사믹 블럭으로 요리를 완성하고 있다.
발사믹 블럭을 그라인더에 갈아 모양내고 있다.

복복의 브랜드 미션은 ‘새로움을 탐닉하고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해 새로운 산미를 소개하는 것’이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공략한다. ‘지역 특산물의 한계를 깨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시키며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브랜드 비전은 고창을 세계 4대 식초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드로우앤드류는 특산품의 품질과 효능을 강조하기보다, 시선을 사로잡고 이야기를 만들어 알리기로 했다. ‘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그가 생각한 고창 복분자 발사믹 브랜드의 콘텐츠는 질 좋은 상품과 아름다운 패키지, 광고 캠페인 및 온·오프라인 콘텐츠다.

브랜드 이름도 정했다. ‘복복(BOKBOK)’이란 단순한 이름은 복합적인 이유로 정해졌다. ‘복복하다’라는 단어는 ‘풍기는 향기가 그윽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복복이 선보이는 발사믹 제품의 특징과 일치한다. 원재료인 복분자를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발효될 때 나는 소리를 닮기도 했다. 무엇보다 누구나 부르기 쉬워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복복에게 알맞다.

디자인_아메리칸 빈티지+캐릭터=소장하고픈

디자이너 출신인 드로우앤드류는 복복의 패키지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는 타깃이 선호하는 무드에 브랜드 가치를 담아내려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충실한 자료조사에 돌입했다.

드로우앤드류는 1차 타깃인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프릳츠, 오뚜기 밥플레이크, 다운타우너 등을 분석했다. 이들 브랜드의 패키지엔 공통적으로 ‘캐릭터’가 있다. 물개, 뚜룽지, 곰 등의 마스코트와 개성적인 패키지 및 인테리어는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앤드류는 이들 디자인을 참고해 ‘캐릭터’와 ‘아메리칸 빈티지’라는 복복의 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해냈다.

복복의 캐릭터.
복복의 캐릭터. 분자, 블럭, 펄(왼쪽에서 오른쪽).

캐릭터 3종엔 제품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과 이름을 부여했다. 한 손에 꽃을 든 복분자 모양의 열정맨 캐릭터 ‘분자(액체형)’, 땋은 머리 위로 모자를 눌러쓴 공주 캐릭터 ‘펄(구슬형)’, 입체적인 세모 모양에 헤드셋을 걸친 느긋한 성격의 ‘블록(고체형)’까지. 이들은 패키지로 오프라인 소비자와 만나고, 온라인에선 카드뉴스 등 콘텐츠로 복복을 소개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패키지는 복복 제품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복복은 토핑 발사믹으로 개발됐는데, 구슬형 발사믹이나 고체형 발사믹을 갈아낸 것은 기존에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니쉬(Garnish)다. 복복은 패키지부터 완성된 요리까지 사진 찍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디테일한 디자인을 위해서 같은 제품군의 패키지도 참고했다. 식품 브랜드의 패키지를 두루 살펴보며 특히, 장류를 담은 상품군을 가격대 별로 비교‧정리했다. 액체, 구슬, 고체라는 내용물의 특수성과 용량, 용기 자체의 형태적 아름다움 등을 고려했다.

세트 패키지도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했다. 종이테이프와 종이완충재를 이용한 친환경 패키지는 분리 배출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다. 또 액체형 상품을 편하게 따를 수 있도록 돕는 푸어러와 고체형 상품을 갈 수 있는 그라인더를 포함한 세심함도 사용자 편리성을 높였다.

복복 발사믹 제품의 세트 패키지. 3종 제품과 푸어러, 그라인더가 포함됐다.
복복 발사믹 제품의 세트 패키지. 3종 제품과 푸어러, 그라인더가 포함됐다.

마케팅_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드로우앤드류는 복복을 알리기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선택했다. ‘드로우 마이 브랜드 S2’ 콘텐츠 시리즈로 복복의 브랜딩 과정을 노출한 것도 전략의 일부다. 그는 자신의 채널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교차시켰다. 그렇게 복복의 스토리는 더 널리 퍼졌다.

고창에 방문하고, 브랜딩을 하고, 복복을 활용해 요리하는 순간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졌고, 드로우앤드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마세슾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 지루할 수 있는 제품의 효능과 탄생과정 등이 재밌게 편집돼 알려졌다. 셰프에게 복복을 사용한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영상을 공유하고, 채널에서 신청자를 받아 요리해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7월 14~15일, 뉴욕에 ‘고창데이’ 행사가 열렸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식당 ‘너비아니’, 파인다이닝 ‘마리’, 이탈리안 바 ‘모노모노’ 등에서 복복을 이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이곳을 찾은 방문자들은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인증했다. 이 날을 기록한 영상은 드로우 마이 브랜드 S2 에피소드 5~6으로 편집돼 업로드됐다.

'고창데이'에서의 드로우앤드류.

인스타그램으로 복복을 지켜보던 이들은 7월 15일부터 8월 3일, 와디즈 펀딩 페이지로 이동했다. ‘내 집에서 맛보는 파인다이닝|발사믹의 신세계, 토핑 발사믹’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펀딩은 총 1208명의 서포터가 1억1347만5500원 후원해 11347%의 목표치를 달성하며 종료됐다.

펀딩의 성공은 지금껏 쌓아왔던 복복 서사의 변곡점이 됐다. 탄생부터 성장 과정을 보여주던 브랜드는 가치와 상품성을 증명해 냈다. 추가로 펀딩 자체가 하나의 채널이 돼 복복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복복은 펀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이것의 성장은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됐다. 복복의 브랜드 스토리는 계속 이렇게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복복의 마케팅은 유명 유튜버와 함께 했기에 더 강력했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영향력 있는 인물과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긴 어렵다. 우리가 이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활동 하나하나가 아니다.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해 어필하는 브랜드의 태도와 온오프라인을 교차하며 만들어 나가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이다.

드로우앤드류_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자기계발 유튜버. 45.5만명의 구독자와 10.1만명의 팔로워가 그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