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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피어볼라(Fearbola)’
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피어볼라(Fearbola)’
  • 김동석 (dskim@enzaim.co.kr)
  • 승인 2015.02.0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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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위기 초기, ‘정보의 공백’을 줄여라

▲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북쪽으로 약 48㎞ 떨어진 프리맨 리저브에서 한 아이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여 의료진에 의해 구급차로 가고 있다. ⓒap/뉴시스


[더피알=김동석]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의 ‘개입’을 통해 잘못된 건강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커뮤니케이션의 개입보다 비정상적인 ‘공포’가 오히려 건강 행동의 촉매가 되기도 한다.

2009년 신종플루의 과도한 공포를 겪으며 국민은 ‘손씻기’가 얼마나 중요한 건강행동인지를 알게 됐다. 지난해 최대 보건 이슈는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였다. 에볼라의 공포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대신 비누거품을 뒤집어쓰는 ‘솝 버킷 챌린지(Soap Bucket Challenge)’를 서아프리카 지역에 유행시키기도 했다.

유엔사무총장의 인사법도 바꾼 에볼라

에볼라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사법도 바꿔 놨다. 반 총장은 지난해 말 에볼라가 유행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한 후 공식석상에서 ‘팔꿈치 인사’나 ‘가슴에 손을 얹는 식’으로 악수를 대신하는 인사를 했다. 실제로 에볼라 감염예방에 효과가 없이 공포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지만, 에볼라 예방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는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과도한 공포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2009년 대유행했던 신종플루의 치사율이 계절독감보다도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지나친 공포가 가져다준 사회적 정신적 손실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한때 언론이 ‘작은소참진드기’를 ‘살인 진드기’로 선정적으로 보도하며 전국이 살인 진드기 공포에 떨던 때도 있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에볼라 발병국인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국제공항에 내려 손을 씻고 있다. ⓒap/뉴시스
에볼라 역시 매우 치명적인 병이기는 하지만, 독감이나 결핵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 아니라 확산이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1월 21일 기준 전 세계 에볼라 감염자 2만1724명, 사망자는 8641명으로 집계했다.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인 결핵(2012년 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한 해 860만명이 감염되고, 이 중 13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에볼라 공포는 확실히 과장된 공포, 즉 ‘피어볼라(Fearbola)’인 측면이 있다. 피어볼라는 공포(Fear)와 에볼라(Ebola)를 결합한 용어로 에볼라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말한다.

에볼라 공포는 갖가지 음모론과 루머도 만들어내고 있다. 에볼라가 인구통제 수단이라거나, 미 국방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줄이기 위해 에볼라라는 생물무기를 만들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떠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특허를 받았으며, 제약사들과 함께 개발한 백신을 풀어 떼돈을 벌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대응 핵심은 ‘공포관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종 감염병의 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의 관리’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리스크 비교에 있어서 주의하라 △지나치게 안심시키려 하지 말라 △문장구성에 있어서 세심하게 고려하라 △불확실성을 인정하라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제시하라 △공포감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하지 말라 △사람들의 공포를 인정하라 등 보건 위기관리의 7가지 원칙(출처: <헬스케어 PR의 이해> 최정화∙김동석)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을 공포의 관리에 할애하고 있다.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 공포의 핵심은 ‘불확실성’에 있다. 깜깜한 방에 들어갈 때 방의 구조와 장애물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내는 결핵보다 에볼라가 더 위험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질병에 대한 정보 및 치료제 등이 개발되지 않은 에볼라가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에볼라 치료 시설에서 한 여성이 건물을 떠나기 전 분무기로 발사되는 소독약 때문에 눈을 꼭 감고 있다. ⓒ뉴시스


위기의 실체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는 위기의 초기 단계에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이런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할 ‘정보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기 초기 단계에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국민에게 충분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 사이 정보의 공백이 생기고, 결국 그 공백은 각종 추측과 루머로 채워지게 된다. 그래서 위기, 특히 위기 초기 단계에는 ‘결과(실체)의 공유’만큼 ‘과정의 공유’가 중요하다. 정확한 실체만 정보가 아니다. 실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과 ‘과정’ 자체야말로 정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훌륭한 정보다.

전문집단 간의 ‘공조 노력’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는 해외로부터 시작된다. 감염병의 국제 동향을 점검하고 감시하고 협력하는 국가 간 공조가 필수다. 감염병의 위기관리는 기업의 위기관리와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광범위하며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그만큼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과 최보율 교수를 중심으로 보건, 역학, 건축, 교육, 수학, 커뮤니케이션, 진료 등 무려 70명이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 그룹의 지원 없이 커뮤니케이션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 각 부처 간에는 물론이고,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공조도 이뤄져야 한다. 보건담당기자들 역시 공중보건위기대응 보도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와 공동으로 보도준칙을 만들며 협조하고 있는 등 전문가 그룹의 통합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대응은 ‘신뢰관리’

공중보건 위기대응은 다름 아닌 ‘신뢰관리’다. 평상 시 신뢰할 만한 감염병 정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작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이 제공한 정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식적인 정보보다는 루머 등과 같은 비공식적인 정보가 확산돼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위기 때가 아닌 평상시 활발한 공중보건 커뮤니케이션으로 깊은 신뢰를 쌓아 놓는 것이 선제적 위기관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위기회복 단계가 있듯 공중보건 위기대응에서도 회복단계가 있다. 대유행이 지난 후 사망자의 가족이나, 감염 환자를 현장에서 직접 치료하고 매장한 현장 인력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치료하는 등 위기 종료 후에는 사후관리 프로그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에볼라는 현재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고, 2015년이면 완전히 정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신 ‘치쿤구니야(chikungunya) 바이러스’ 등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1952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최초 발병한 질환이다.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특정 국가의 구석에 숨어있던 질병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창궐하게 되는 시대가 왔다. 그때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계속될 것이다. 신종플루와 에볼라를 겪으며 얻은 교훈은 앞으로 국가 공중보건 위기대응의 훌륭한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

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헬스(Enzaim Healt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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