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vs 넥슨, 온라인 게임 강자들의 전쟁
엔씨 vs 넥슨, 온라인 게임 강자들의 전쟁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5.03.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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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 3월 주총서 운명 갈라질 듯

[더피알] ‘먹느냐, 먹히느냐’.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싸움은 사실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은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점은 최대 주주가 된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모두 경영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 배당이나 바라는 투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매니지먼트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정주 nxc 회장. ⓒ뉴시스

석연치 않은 넥슨의 투자를 둘러 싼 수수께끼는 2014년 10월에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로 매입해 총 15.08%로 늘어나면서 더욱 커졌다. 당시 넥슨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엔씨소프트 측은 “2012년에 지분 취득 과정뿐 아니라 발표 시기까지 모두 두 대표가 협의를 거쳐 진행됐었지만 이번에는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때부터 사실상 불협화음이 불거진 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올해 1월, 넥슨이 입장을 바꿨다. 넥슨은 1월 27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넥슨 측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기존 구조로 급변하는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이고 체계적 협업을 위해 경영에 참여한다”며 지분 보유 목적의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아닌 밤 중에 날벼락을 맞은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넥슨이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시장 신뢰를 무너뜨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넥슨의 변심, 단순 투자→경영 참여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비춰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스튜디오의 지분 100%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과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한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지분 투자를 통해 대만 게임업체 감마니아 등을 인수하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어 엔씨소프트 역시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엔씨소프트 특유의 개발 중시 문화가 옅어질 뿐 아니라 국내 게임 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굳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일단 경영권 방어 의사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3월 주총에서 3년 임기가 끝나는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15%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넥슨은 경영 참여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만큼 김택진 대표를 교체하거나, 경영권의 상당부분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김택진 대표가 주총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분 약 10%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약 9%를 우호세력에게 넘겨 의결권을 확보하면 지분 대결에서 15%를 보유한 넥슨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엔씨소프트의 4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6.9%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오직 주주가치 제고에 있기 때문에 내부 지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어느 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59%에 이르는 소액 주주의 지분이다. 이를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넷마블게임즈와 손잡으며 넥슨을 향한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은 지난 2월 17일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엣마블게임즈 의장이 협약서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우호 지분 확보는 결국 돈싸움이다. 김택진 대표의 현금 동원능력은 상당하다. 2012년 넥슨에 판 지분대금 8000억원 중 5000억원을 외환 거래에 투자해 2013년 1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월 17일 넷마블게임즈와 손을 잡으며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두 업체는 세계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는 명분으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엔씨는 넷마블의 신주 9.8%를 3803억원에 인수했고, 넷마블은 엔씨의 자사주 전체(8.93%)를 3911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엔씨는 넷마블의 4대 주주, 넷마블은 엔씨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넷마블, 엔씨 백기사로 등장…배경은?

업계에서는 하루아침에 끈끈한 동지가 된 이들의 깜짝 발표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양사는 평소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양사는 업계를 흔든 제휴에 대해 “중국 게임업체의 급성장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함께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양사의 전략적 제휴에 발표 내용 이상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넷마블이 최근 넥슨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엔씨를 보호하기 위한 백기사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엔씨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버리고, 대신 넷마블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김 대표는 엔씨 지분 9.98%를 보유해 15.08%를 가진 넥슨에 밀렸으나, 이날부터 넷마블이 보유 지분 8.93%를 통해 김 대표를 지원할 경우 총 18.91%로 넥슨보다 우위에 서게 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당연히 우호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속내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주 NXC 회장의 투자 행보를 보면 엔씨소프트 인수를 통한 다른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없다. 관건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급히 넷마블게임즈를 끌어들이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회사를 계속 운영하려는 경영 의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업체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의 승진 이후 연봉 5억원 이상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공개와 다양한 수익원 발굴 등을 엔씨소프트에 요구한 점은 김택진 대표의 경영 의지를 의심하는 것”이라며 “3월 주총이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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