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좋은 콘텐츠가 나오죠~”
“즐거워야 좋은 콘텐츠가 나오죠~”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7.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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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인 인터뷰] 김한겸 P堂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더피알=조성미 기자] 굵게 쓰인 알파벳 ‘P’와 함께 집을 뜻하는 ‘堂(당)’자가 붉은 색으로 쓰여 있다. 언뜻 봐도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현판 앞에 선 김한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인상도 그에 못지않다.

내년이면 설립 10년을 맞이하는 P당은 PR하는 사람, 프로모션하는 사람(Promotin), 출판하는 사람(Publishing), 영상하는 사람(Production), 캠페인하는 사람(camPaign) 등 ‘P’와 관련된 다양한 이들이 모인 회사다.

요즘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유행하는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를 발 빠르게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체계를 갖춘 조직 간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개인 간의 역량이 뭉친 회사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창립 당시 함께 했던 이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선 스타트업과도 닮아 있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신의 영역에 대한 자신감으로 도전했던 P당은 강산도 한 번 변할 시간을 겪으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 김한겸 p堂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성혜련 기자

P당이 커뮤니케이션 업계에 발을 들인 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다. P당을 한 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콘텐츠를 쏟아내는 곳’입니다. 처음 P당은 영상을 만들고 PR을 하고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지금은 PR도 영상도 저희의 중심이 아닌 것 같아요. 무수히 많은 콘텐츠의 나열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연결하면 바로 캠페인이 될 것이고, 콘텐츠를 미디어를 통해 알리면 언론PR, 블로그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온라인PR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P당의 중심은 바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제작해 오셨는데, 이렇게 ‘콘텐츠가 중심’이라고 단언하는 배경이 궁금하네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IMC 개념으로 TV광고부터 온라인까지 한꺼번에 클라이언트 과제를 수행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각 섹터가 나눠지고 부분만을 책임지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요. 때문에 한 분야만 파고드는 회사들이 생기고 또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클라이언트와 미팅이나 회의를 하면 어떤 신문에 기사가 나갔으면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제는 어떤 주제로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데이터를 다루지 못하면 접근할 수 없던 것들이 지금은 시스템화되고 플랫폼화되면서 아이디어와 역량만 있다면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자연스레 소프트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를 접목하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회사들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P당의 무기는 무엇인가요.

P당은 문화와 친숙한 곳입니다. 그 동안 딱딱하고 고루하고 지루한 프로젝트를 문화에 접목시켜서 소프트하고 대중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문화를 PR에 도입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대중을 잘 알고 소통하는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콘텐츠의 활용에 있어서도 때로는 큐레이터로 확산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특정화된 계층, 이른바 오타쿠가 좋아할만한 콘텐츠의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어요. 또 장기적인 호흡의 캠페인도 단발적으로 불타오르는 프로모션도 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 촉발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아날로그적 콘텐츠부터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P당은 ‘콘텐츠 프로바이더(provider·공급자)’로서의 역할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 사진=성혜련 기자

최근 조직도 개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 취임하고 2년 동안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신입사원처럼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며 적응과 유지 기간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IMC에 걸맞은 대규모 조직을 슬림화하고 조직 내에서 역량을 키워 콜라보레이션의 기회를 만드는 형태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젝트를 핸들링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디렉터’와 실행하고 집행하는 ‘매니저’ 두 가지 직급만을 두고 프로젝트별로 구성원이 ‘헤쳐모여’하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더해주자는 의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유연화라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행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유연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PR회사가 가장 잘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 정의내린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일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휴가지로 향하는 마음가짐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일에 대한 태도가 즐거울 때 유연함이 나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 위한 P당만의 두 가지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제한적 자율출근제’와 ‘P당데이’입니다. 제한적 자율출근제는 모두가 함께 한 약속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10시 반까지 출근하는 것인데요. 업무 성과가 시간과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번잡한 출근길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능률을 저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P당데이는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는 모두 ‘돈 터치(Don’t touch)’하는 자유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처리 못한 은행 업무를 보든, 피부 관리를 받든, 영화를 보든 상관없습니다.

이 공식적인 땡땡이는 업무시간에 휴일을 경험하는 것으로, 창의력을 요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리프레시 시간입니다.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PR이라는 업 자체가 갖는 ‘힘듦’이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변수 속에서 살아야 하고, 성과도 중요하지만 관계까지도 함께 고려해야하는 환경에 있습니다.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는 서로에게 힘을 보탤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결재 단계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디렉터의 권한을 강화해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경직된 조직에서 단계별로 결재가 올라가다가 결국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합니다. 최초의 아이디어나 목적은 중요치 않게 되는 것이죠. 결재 시스템은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으로 통일하고 양식도 간소화 했습니다. 형식에서 오는 소모를 줄이고 틀에 갇혀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삭제하기도 했고요.

또한 가능하면 아이디어회의에 프로젝트 담당자 외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해서 폭넓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경험한 것은 한계가 있고, 아이디어라는 것은 어디서 먼저 촉발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누구라도 발언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이 P당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봅니다.

P당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발이 그랬듯 영상 제작자나 공연 기획자, 그림 그리는 사람, 출판하는 사람 등 각기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 모여 있죠.

그렇기에 결정 과정에서 서로 잘된 것, 안된 것을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다양한 퍼포먼스 안에서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액션을 이끌어 내는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P당이 원하는 인재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임을 확인했습니다. P당은 문화를 다루고, 문화를 접목해 소프트하게 만드는 회사이기에 한 분야에 전문화된 사람보다는 다양한 영역에 촉이 서있는 사람으로 아이템을 잘 접목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썬플라워 캠페인 활동에 나선 p당 식구들의 모습. (사진제공=p당)

PR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자체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이색적입니다.

P당은 실명에 이르는 아주 심각한 안과 질환인 황반변성 예방을 위한 ‘썬플라워 캠페인’과 학교폭력예방 프로젝트 ‘아주 사소한 고백’을 자체 캠페인 기획, 주관하고 있습니다.

PR회사로서 마케팅적 레퍼런스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P당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고 이것이 곧 회사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획부터 실행까지 P당의 손으로 모두 만들어진 만큼 가장 보람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P당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건가요?

제가 9년 동안 P당에 있으면서 느끼는 한 가지는 비즈니스 시스템은 메커니즘이 아닌 사람의 ‘동기’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그 일에 대한 태도는 곧 내 생각의 유연함이 되는 것이고, 조직의 유연함까지 도달하는 단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일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이기도 하고, 또 추구해야하는 미션이기도 합니다. 내가 일에만 몰두할 수 있고, 내가 한 일을 인정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일터는 오고 싶은 곳이 됩니다.

P당 태생의 모토였던 ‘재밌게 일하다 죽자’ 정신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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