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셀프디스, 이미지 쇄신만이 답은 아니다
야당의 셀프디스, 이미지 쇄신만이 답은 아니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7.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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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든든한 야당’ 각인시키는 메시지 우선돼야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문재인 대표)
‘호남, 호남해서 죄송합니다.’(박지원 의원)
‘성남시민만 챙겨서 죄송합니다.’(이재명 성남시장)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습니다.’(이종걸 원내대표)

[더피알=문용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셀프디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소속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캠페인이다. 이달 초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손혜원 신임 홍보위원장의 첫 작품이다. 손 위원장은 ‘참이슬’과 ‘종가집’ ‘엔제리너스’ 등 유명 브랜드 네임을 만든 BI(브랜드 아이덴티티)전문가이기도 하다.

첫 타자는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었다. 문 대표는 자신의 부족한 카리스마를 탓했다.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강한자의 횡포에는 더욱 강해지는 당대표의 카리스마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너무 유하다” 혹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셀프디스'./사진: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캡쳐

‘호남 정치인들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은 “짧지 않은 세월, 호남 타령만 해서 죄송하다”며 “이제 나라, 나라 하겠다. 국민, 국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자아비판에 가세했다.

일단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그리고 ‘인사문제’ 등 정부의 잇단 실책에도 불구하고 제 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캠페인은 국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진솔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셀프디스 캠페인에 대해 손혜원 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며 “당의 이미지를 위해 소속된 분들의 반성 코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메이킹에 방점을 찍은 시도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다.

하지만 방법론의 측면에서 보면 의문이 든다.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중한 메시지보다는 이미지 정치에만 너무 힘쓰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작스런 이미지 메이킹은 총선을 채 1년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속 보인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물론 정치에서의 이미지 메이킹은 중요하다. 정당의 궁극적인 존재목적은 ‘집권’과 선거승리에 있다. 손이 아프도록 유권자들과 악수한다고 해서,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고 해서, 앰프 빵빵한 유세차를 보유했다고 해서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는 시대다. 현대선거전에 있어서 제대로 된 이미지 메이킹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정치인의 의무가 있다. 국민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야당이라면 정권의 잘못을 매섭게 비판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야당정치인들도 적지 않지만.

홍보라는 측면에서 봐도 눈에 확 띄는 핵심적 메시지가 우선되지 않은 이미지 메이킹은 별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게다가 새정치연합 내 계파갈등이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셀프디스 캠페인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 총선과 대선 준비과정에서 홍보전문가를 영입해 이미지 변신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정치연합의 시도는 참신함이 반감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손혜원 본부장의 영입 당시부터 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기획본부장과 비교하는 언론보도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관련기사: 정치권, ‘광고·브랜딩’ 전문가 잇단 영입…왜?) 당 안팎에서는 당명개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 역시 3년 전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에 더해 야당의 이번 캠페인을 놓고 ‘셀프디스’라기 보다는 마치 ‘자기자랑’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남시민만 챙겨서 죄송하다”는 반성문을 전한 이재명 시장이 그 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임을 서두에 밝히며 할아버지와 같은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반성했다. 자칫 자신의 조부가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점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 지난 23일 국회에서 '셀프디스'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는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뉴시스

오히려 소속 정치인의 개별적인 셀프디스보다는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는 당 차원의 무게있는 반성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셀프디스를 통한 반성도 듬직하고 강한 야당의 모습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 싶다.

‘제 1야당’을 향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따뜻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새정치연합과 손 본부장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미지 메이킹이 홍보의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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