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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던지는 메시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던지는 메시지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09.0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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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투자자 설득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속으로

[더피알=임준수]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만든다는 뉴스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주당 가격이 600달러가 넘는 기업인지라 아주 작은 이슈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 마련인데,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발표했으니 온 세상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지배구조로 재편하며 구글은 이제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사 아래 여러 개의 다른 벤처회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알파벳은 강력한 리더십과 독립성을 통해 번창하는 사업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구글의 새 ceo 순다 피차이와 바뀐 구글 로고. ⓒap/뉴시스

공식 웹사이트는 abc.xyz이다. alphabet.com과 페이스북 페이지는 오래 전부터 독일 자동차 회사 BMW가 사용 중이라고 한다.

페이지와 브린은 그동안 인터넷 검색광고라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에서 빼낸 거대한 재화를 미래 사업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이들 중 일부는 구글의 사명 즉,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잘 부합했지만(예: 구글 북스, 구글 맵스), 어떤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머리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경우(예: 캘리코(Calico), 네스트(Nest), 구글 캐피탈(Capital), 구글 피버(Fiber))도 있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언젠가 ‘구글은 무슨 기업인가?: 꼭 집어 말할 수 없구려(What is Google? The answer is becoming harder to pin down’라는 기사를 통해 선택과 집중에서 벗어난 구글이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왜 하필 알파벳인가

구글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해 수많은 해설과 분석들이 나왔다. 혹자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주사 이름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도 나타났다.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사랑받는 브랜드인 구글의 지주회사라면 그냥 구글 홀딩스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아주 독특한 사명으로 사랑받아온 구글이 왜 아주 일반적인 단어인 알파벳 아래로 귀속돼야 하는가 의아해했다.

트위터상에서는 구글이 지주사 이름을 정하면서 ‘도대체 구글링은 해본 것인가?’라는 조소도 보인다. 회사 이름을 둘러싼 이런 저런 뒷담화를 의식한 듯, 래리 페이지는 “걱정 마시라. 우리 역시 아직 이 새로운 이름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알파벳인가?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기업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알파벳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혁신 중 하나인 언어를 대변하는 글자들의 집합을 의미하며, 구글 검색을 인덱스하는 데 가장 핵심”이기에 이름으로써 좋아한다고 밝혔다.

▲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블로그 포스트(googleblog.blogspot.kr/2015/08/google-alphabet.html)를 통해 '알파벳'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 해당 포스트 일부.

알파벳 시스템은 1513년 중세 영어에서 채택됐는데, 이는 그리스어의 알파베토스(alphabētos)에서 파생한 라틴 문자(로마자)의 알파베텀(alphabetum)에 기반한다. 알파베토스는 알파(alpha)와 베타(bēta)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여기서 알파는 가장 중요한 것, 일차적인 것을 의미하며 베타는 이차적인 것이 된다. 상형문자인 알파벳에서 알파는 황소(ox)를, 베타는 집을 본 따 만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알파는 월가의 상징인 황소 동상처럼 풍요로운 수확을 약속하는 상징이 되는 셈이며, 베타는 이 재화를 보관하는 곳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월가에서 알파는 벤치마크 인덱스를 넘어서는 투자수익률을 뜻한다. 래리 페이지 역시 이 점을 직접 언급한다.

그는 알파벳이 ‘알파에 베팅하는 것 alpha-bet인데, 이게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알파-벳이라는 새로운 지주회사명을 통해 투자가들에게 “우리 알파 개발자들에게 계속 베팅하면 여러분들은 계속 수익을 낼 것”이라는 믿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알파벳이라는 이름은 또 다른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G is for Google’을 오랫동안 사용해온 구글이 이제 각각의 알파벳 글자들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알파벳이라는 이름 앞에 묶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은 1년 전 이용자 누군가가 ‘구글 사업들의 알파벳에서 J는 뭐가 될까요?’라는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사명 넘은 관계 구축

여러 블로거들이 언급했듯 구글은 이미 A부터 Z까지 모든 알파벳 글자로 시작하는 회사 혹은 제품이 있다. 재미난 점은 알파벳닷컴(alphabet.com)을 소유하고 있는 BMW의 반응이다.

기업용 차량관리 회사인 알파벳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MW는 구글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 법적 검토 중이라며 짐짓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한편에선 알파벳닷컴의 폭발적인 방문자를 즐기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BMW는 ‘알파벳은 우리에게 단순한 이름 그 이상의 의미’라는 카피와 함께, A부터 Z까지 각 글자의 이니셜로 시작하는 홍보용 키워드를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 구글 발표 이후 알파벳닷컴을 소유하고 있는 bmw는 a~z 홍보용 키워드를 웹사이트(www.alphabet.com/en-ww/advanced-mobility-solutions-from-a-to-z)에 게시했다.

어쩌면 현대 기업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주회사 전환 체제를 구축하면서 구글의 창업자들은 단순한 지배구조 변경의 공시를 넘어, 퍼블릭 릴레이션즈(PR)의 기회로 만들려는 강한 의도를 보였다. 지주회사 이름을 알파벳으로 바꾸는 거대한 계획 자체는 검색엔진과 유튜브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월가와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관계(investor relation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글의 미션과 다소 동떨어진 사업들로 인해 기업 정체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번 지주사 전환에 따른 일련의 공중관계 활동들은 시장을 선도하는 IT기업으로써 구글이 MS나 애플과는 달리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보여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선도적 PR행위로 볼 수 있다.

구글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알파벳 아래 귀속시킴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향후 구글이 수행하는 미래 벤처사업들은 구글의 유산에 갇히지 않고, 최첨단 혁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수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로써 거대주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구글의 사명을 넘어서, 알파벳이라는 큰 보금자리 안에서 편안하고 건강한 인류를 위해 이바지하는 최첨단 산업의 리더로 포지셔닝할 수 있게 됐다.

‘구글스러운’ PR 인사이트

이번 지주회사 발표 과정에서 구글의 창업주들이 보여준 공개 커뮤니케이션은 향후 지배구조 변경을 실행하고 홍보해야 할 수많은 기업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첫째, 헌신(commitment)을 보여줘라.

11년 전 기업공개(IPO) 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첫 두 문장을 기억하는가? 구글은 관습에 얽매이는 평범한 기업이길 거부한다는 다짐이었다.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투자자 관계> 웹페이지를 통해 이번 지주회사 체제로의 기업 전환을 공표하며 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평범과 정체를 거부하는 IT업계의 혁신가이며 사업가인 이들은, 알파 사업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헌신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를 진정성 있게 말한다. 기업의 투자자 관계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경영진들이 투자자들에게 한 약속에 대해 헌신(commitment)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공식 웹사이트(abc.xyz) 메인 화면.

둘째, 들었으면 응답하라.

PR의 기본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고, 그들에게 회사가 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답을 해주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으로 회사가 더 투명해지고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당장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 자신들은 구글의 경영에서 물러나고 인도계의 능력 있는 CEO를 임명함으로써, 창업주는 이제 구글의 핵심 사업에서 알파가 아닌 베타의 역할을 할 것임을, 또 알파벳 체제에서 구글은 여전히 알파 사업이며 건재할 것임을 각각 확인시켜줬다.

셋째,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하라.

새천년 세대의 화두는 이른바 과감하고 거침없는 도전이다. 미국 메디슨가에서 ‘bold(대담한, 거침없는)’라는 콘셉트가 대세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국적 마케팅회사 WPP의 자회사인 브랜드 유니온(Brand Union)의 CEO 토비 사우스게이트(Toby Southgate)는 구글이 지주회사 브랜딩을 위해 보여준 의사결정과 행동은 기존 브랜딩 회사를 통해 전통적으로 해오느 방식과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통상 자신을 포함한 브랜드 전문가들은 브랜드명을 만드는 데 있어 힘든 작업을 거치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포스트잇이나 화이트보드에 이성에서 감성에 이르는 스펙트럼에 나열된 아주 클래식한 상표권이 걸린 이름들을 놓고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검토하느라 몇날며칠 진땀을 흘리는 그런 일을 구글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몇 개의 후보 브랜드명을 두고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 법률가들과 문제의 소지가 없는 이름을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했을 것 같지도 않고, 선정한 이름을 놓고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분쟁 등에 관한 법률적 자문을 구하거나 알파벳이라는 일반명사를 기업의 이름으로 소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토론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을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토비 사우스게이트는 이렇게 찬사를 보낸다. “구글은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큰 그림에 따라 실행한다. 구글은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업계를 리드한다. [중략] 그들은 대담한 것에 믿음을 갖고 있고, 그 대담한 것은 의사결정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르고 책임 있고, 아주 또렷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어떤 결정도 완벽하거나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넷째, 공식 발표문일지라도 핵심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고려하라.

래리 페이지가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낸 장문의 편지에 있는 마침표 하나가 구글의 팬들, 특히 개발자와 컴퓨터광(geek)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문구 가운데 ‘our drone delivery effort.’에서 마침표를 클릭하면 ‘hooli.xyz’라는 웹사이트로 접속된다. 웹페이지의 소스코드를 보면 래리 페이지가 그 마침표 하나에 숨은 링크를 걸어둔 것을 알 수 있다.

▲ 래리 페이지가 올린 공개서한 중 ‘our drone delivery effort.’에서 마침표를 클릭하면 hooli.xyz라는 웹사이트로 접속된다. 일종의 ‘헌정 링크’를 삽입해 긱(geek)들을 열광시켰다.


여기서 Hooli는 HBO의 미드 <실리콘밸리>에 등장하는 가상의 실리콘밸리 기업인데, 큰 캠퍼스, 자전거로 통근하는 직원들 모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구글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hooli.xyz로 가는 점은 구글이 HBO의 드라마 <실리콘밸리>를 향해 보내는 ‘헌정 링크’인 셈이다.

래리 페이지가 쓴 공식 서한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 투자자들을 향했지만, 한편으론 실리콘밸리 팬들을 위해 소소한 재미 하나를 넣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팬들은 다시 구글 측에 긱(geek)스럽게 응답하고 대화에 참여했다.

크리스 토만이라는 개발자는 “알파벳 탄생을 알리는 글에 hooli.xyz로 가는 숨은 링크를 넣은 것은 웹마스터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조정할 셈으로) 히든 링크를 삽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구글 방침에 어긋난다”는 재치 있는 트윗(bit.ly/1Lgn1Zl)을 올리기도 했다.

현 단계에서 투자자들과 월가는 구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알파벳이라는 지주 회사의 경영진으로 옮겨간 두 창업자가 투자자들이 바라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Syracuse) 대학교 S. 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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