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언론, 갈 길이 멀다
디지털 시대 언론, 갈 길이 멀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11.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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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랩과 함께 하는 저널리즘의 미래 포럼…참석자들 현실적 고민 토로

[더피알=안선혜 기자] “정보를 습득하고 개인의 시간을 메우던 도구 역할을 과거는 검색 엔진이 했지만, 지금은 큐레이션 서비스나 소셜 등이 이 갭(gap)을 메우고 있다.”

“기존 조직에 대한 기대를 깔끔하게 접고 새롭게 세팅한 팀이 혁신을 이끌고 가야 하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조직원들을 재교육, 문화 공유해서 천천히 가야 하나.”

“구글 뉴스랩과의 협업이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바로 연결된 사례가 있었나.”

▲ 니콜라스 휘태커 구글 뉴스랩 매니저.(사진제공: 구글)

모바일 시대 디지털 혁신이라는 과제를 눈앞에 둔 언론인들은 많은 현실적 고민을 토로했다. 지난 12일 개최된 구글 뉴스랩과 함께하는 저널리즘의 미래 포럼에서였다.

구글은 기술과 결합한 보다 손쉬운 디지털 콘텐츠 생산을 저널리스트들에게 권했고, 패널로 참석한 미디어 종사자들은 토의를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화 모델이나 자체 플랫폼 확보 전략에 대한 뚜렷한 답을 이 짧은 시간 내에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해외 미디어 시장 역시 줄어든 프린트 소비량에 비해 광고 시장은 4배(미국)에 달할 정도로 커서 실제 독자 구독률과 광고 시장에는 차이가 여전하고,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역시 발굴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나 <허핑턴포스트> 등의 사례와 유튜브 플랫폼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개별 콘텐츠 수익화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관련기사: ‘디지털 퍼스트’ 뉴욕타임스, 이번엔 ‘광고 혁신’ 선언) 콘텐츠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을 때 장기적으로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네이버 의존도 낮춰라”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온라인에서는 저질 트래픽 장사가 넘쳐나고 오프라인에서는 독자들이 없어도 광고가 집행된다”며(관련기사: 기형적 광고시장, ‘출구’가 안보인다혁신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국내 언론계 현실을 꼬집은 후 5가지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 (왼쪽부터)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전문위원,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백일현 중앙일보 디지털 제작 팀장, 황유지 피키캐스트 센터장, 권영인 스브스 뉴스 팀장, 니콜라스 휘태커 구글 뉴스랩 미디어 아웃리치 매니저, 라이언 브루노 구글 뉴스랩 매니저.(사진제공: 구글)

멀티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각 플랫폼에 맞게 적당히 콘텐츠를 변형해 최대한 독자와의 노출 접점을 늘려야 한다. 모바일에서는 네이버에서 가져오는 트래픽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뭐든 쪼개서 집어넣고 어디가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

주제별 기사 묶음을 제공하라
단지 동일 키워드를 묶어 보여주는 태그 전략은 실패했다. 기사의 맥락을 제공하는 부가적 작업을 통해 특정 키워드 검색 시 완전히 정리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 나열이 아닌 정리된 정보를 보여줘라.

숏폼 콘텐츠를 고민하라
숏폼(short form)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긴 기사를 읽게 만들어라. 가령 각 기사마다 석 줄짜리 요약을 넣는다. 동시에 롱폼도 준비하는데, 분량이 긴 문제가 아니라 부가적 데이터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라. 롱폼과 숏폼 연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기사에 경중을 부여하라
너무나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기에 독자는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기사에 경중을 부여해 중요도별로 몇 가지를 묶어 타임라인을 넘겨보듯이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검색엔진 최적화에 힘쓰라
포털의 노출 알고리즘을 알 수 없다. 때문에 언론사가 모여 추천시스템을 만들거나 소셜 기반 평판시스템을 두는 등 시스템으로 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유입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기사에도 타깃팅 필요”

황유지 피키캐스트 센터장은 “피키캐스트(관련기사: 진입은 얕되 정보는 깊게, 피키캐스트)가 저널리즘에서 ‘피리부는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됐다”며 “기존 언론에서 사라진 10~20대들이 피키(피키캐스트)에 와 있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이 같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인력
콘텐츠 제작자들이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로 자기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타깃팅 될 수밖에 없다. 1020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생산 시스템
기획 초기 단계부터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함께 한다. 스토리텔링, 내러티브를 끌어내기 위해 1차원적으로는 대화 형식부터 RPG게임,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1020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만 보여줘서는 안 되고 그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 사회적 아젠다를 알게 해줄 의무와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무를 담고 계속 실험과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디지털 진화 안하면 도태”

권영인 스브스뉴스 팀장은 “스브스뉴스(관련기사: 온라인 세상 속 ‘스브스뉴스’, TV 진출한 이유)가 생각보다 빨리 미디어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일반인이 느낀 온도보다 빨랐던 것 같다”며 “네이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통뉴스 회사에서 10대 20대에게 뉴스를 공급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 조금 자리를 잡은 단계”라고 자평했다.

권 팀장은 이어 “진화하지 않는 게 정체됐다는 평가 받는 게 디지털 생태계인 것 같다”며 “내년에는 스브스뉴스 현 모델은 유지하되, 외연 확장과 참여 확대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진화 방향을 설명했다.

백일현 중앙일보 디지털제작 팀장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앙일보 디지털혁신 보고서와 관련해 “대전제 원칙만 말하자면, 뉴스는 흐름이다. 마감에 얽매이지 말자”는 말로 요약했다.

또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승부처”라며 “각종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편집국에 배치해 새로운 포맷을 고민하고 있다. 터치 반응형, 퀴즈형, 게임, 웹툰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것”이라 밝혔다.

백 팀장은 “변화의 방향에 대한 힌트는 중앙일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방문하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물로 이야기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디어와 기술의 협력 필요”

니콜라스 휘태커 구글 뉴스랩 미디어 아웃리치 매니저는 앞선 1부에서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이 과정에서 미디어와 기술의 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며 구글 뉴스랩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를 소개했다.

▲ 구글 트렌드.

먼저 구글 트렌드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지역별 관심도, 시간 경과에 따른 관심도 변화, 연관 검색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콘텐츠는 그래프나 맵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시되며, 언론은 이를 임베드(어떤 웹페이지에 다른 웹 서비스 구성요소를 삽입하는 기술)해서 활용 가능하다. <매셔블>의 경우 네팔 지진 당시 돕고자 했던 이들을 지도를 통해 보여줘 글로 전했을 때와는 다른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에서 구글의 검색 이용이 많지 않은 관계로 한국어로 검색한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휘태커는 “지역과 주제에 따라 샘플 사이즈가 변할 수는 있다”면서도 “한국 시장이더라도 기간을 변경하거나 하면 쌓인 자료가 더 많을 것”이라 답했다.

구글에서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서비스는 360도 VR(가상현실) 동영상이다. 휘태커는 “360도 동영상은 현장에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몰입도를 높여주고, 감정적으로 스토리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천편일률 카드뉴스, ‘안녕’을 고할 때)
 

▲ 뉴욕타임스에서 네팔 지진 전 후 사진을 구글 360도 스트리트뷰를 이용해 비교해 놓았다.

꼭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구글 맵 API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뉴욕타임스>가 네팔 지진 당시 이를 통해 비포(before)&애프터(after) 형식의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휘태커는 “비싸지 않은 도구를 통해서도 360도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사운드까지 결합한다면 몰입도를 더 높이고 현장에 있는 듯한 흡입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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