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시대, 시각을 자유롭게 하는 힘
비주얼 시대, 시각을 자유롭게 하는 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1.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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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한물갔다? 위기 속 기회요인은 어디에

[더피알=문용필 기자] 가수 이승환은 20여년전 ‘컬러TV와 비디오에 시선 모아져가도 변함없는 내 친구’라고 라디오를 예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갖가지 펀(fun)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이 시대에서 라디오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식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TV발 ‘위기’를 이기고 살아남았듯 뉴미디어 시대에도 라디오만의 생존전략은 존재한다.

1927년, 일제에 의해 ‘JODK 경성방송국’이 설립되면서 이 땅에 처음으로 라디오 전파가 발사됐다. 그로부터 9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IC라디오 등을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진보에 따른 디바이스의 발전 속에서 여전히 대표적인 미디어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미디어로서 라디오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주재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라디오는 독립과 한국전쟁, 그리고 이후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민중들에게 전달했던 뉴스 매체였다”며 “제한된 공간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했던 수많은 이들에게 유일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창구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재우 CBS 교육문화센터장(前 CBS 제주본부장)은 “라디오는 거의 모든 (방송)장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미디어”라며 “일반 시민들의 사연을 받아 일부계층의 전유물이었던 글쓰기를 대중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디오의 위상은 TV방송이 등장하고 대중화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시선은 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TV로 쏠리기 시작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라는 노래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모바일 시대의 도래로 라디오는 또한번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TV방송과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라디오의 강점인 ‘휴대성’이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SNS와 동영상 서비스, 개인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라디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한층 더 줄었다.

실제로 라디오의 이용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라디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996년 72.9분에서 지난해에는 23분으로 감소했다. 채 20년이 안 되는 사이에 반 이상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TV(166.5분)는 고사하고 모바일(60.2분)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라디오의 위상 하락을 느낄 수 있는 데이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라디오 수신기를 통한 이용빈도를 보면 2011년에는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이 14.1%였으나 지난해에는 8.7%로 떨어졌다. 반면 하루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65.4%에서 76.6%로 10%이상 증가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광고매출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 오세성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이 올 3월 발표한 ‘2014년 광고시장 결산 및 2015년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라디오 광고매출은 2013년 2246억원에서 지난해 2039억원으로 9.2% 감소했다.

오 연구위원과 김정현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8월 발표한 ‘라디오 광고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디지털 광고매체가 보편화되기 이전에 라디오는 오랫동안 광고예산 집행시 주력 광고매체인 TV 또는 신문과 연계돼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인지돼 왔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TV와 신문 등 기존매체 광고시장이 위축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던 2008년 이후 많은 기업들이 광고예산을 보다 긴축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라디오 방송광고에 대한 예산배정은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Smart killed the radio market?

여기까지만 보면 라디오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구닥다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디오의 생명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라디오가 가진 특유의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과 친밀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과 교수는 “라디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국민의 귀에 가장 가까운 감성 미디어로 존재하고 있다”며 “뉴미디어 시대일수록 올드미디어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라디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 자료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도 라디오의 강점이다. 주재원 교수는 “시각장애인이나 노인계층,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라디오는 친구이자 교육자의 역할을 한다”며 “특히, 뉴미디어들이 차별화와 유료화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라디오는 보편적 무료 서비스 매체로서의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사시를 대비한 재난매체의 역할도 라디오가 가진 효용성이다. 주 교수는 “라디오는 고정된 전기장치 없이 최소한의 전력만으로 오랫동안 전파의 직접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난대비 미디어로서의 역할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라디오 광고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바코 홈페이지에 게재된 라디오 광고 단가표에 따르면 KBS 제2FM의 경우 회당 단가가 채 2만원이 안 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고 새벽시간대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청취율이 비교적 높은 MBC AM(전국대상)도 가장 높은 프로그램 광고단가가 100만원을 겨우 넘는 정도다. 회당 1000만원을 넘는 지상파TV 인기프로그램과 비교하면 1/10 수준이다.

주재원 교수는 “최근 미국 ‘Radio Ad Effectiveness Lab(라디오 광고효과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광고 효과 면에서는 TV가 월등히 앞서지만 광고비 1달러당 발생 수익을 분석해보니 TV의 ROI(투자대비이익율)를 100이라 할 때, 제작단가가 낮은 라디오의 ROI는 149로 무려 49%가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중소기업 등은 라디오 광고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라디오의 생존에 청신호가 켜지는 가장 큰 이유는 라디오의 본질적 속성이다. 바로 ‘소리매체’라는 점이다.

주재원 교수는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볼 수 없다’는 약점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즉, 시각이 필요한 영상이나 텍스트 미디어와는 달리 라디오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도 충분히 청취가 가능하다. 실제로 버스나 택시 등 운수노동자들이 라디오를 청취하며 운전하는 광경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임재윤 MBC 미래방송연구소 차장도 “오디오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의 자유’다. 지금까지는 시각이 결여된 반쪽짜리 매체로 (라디오를) 생각하니 답이 없었던 것”이라며 “시각에 자유를 준다는 것은 안전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매체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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