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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이슈도 기회로…곡성군수의 홍보감(感)[기자토크] 영화 ‘곡성’과의 고리 역발상으로 연결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이 11일 개봉한 가운데 영화와 관련해 한 지자체장이 지역언론에 기고한 칼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근기 곡성군수다.

공교롭게도 영화 ‘곡성’은 곡성군과 소리이름이 같다. 영화 ‘밀양’이 그러했듯, 이 영화로 인해 곡성이라는 지명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이 영화의 일부 장면은 실제로 곡성군에서 촬영됐다는 것이 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 영화 '곡성' 포스터.

문제는 영화 ‘곡성’이 의문의 연쇄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라는 점이다.

영화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스릴러든 로맨틱 코미디든 장르에 상관 없이 흥행이 되고 좋은 평가만 받으면 그만이지만, 곡성군 입장에선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영화상의 부정적인 장면과 연관지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나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 ‘황해’ 모두 밝은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산함으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이번 영화 역시 소재나 장르적 특성상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곡성군에게는 ‘곡성’의 개봉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터다. 안그래도 각 지자체들이 긍정적인 도시브랜드를 만들고 가꾸는데 열을 올리는 시대가 아닌가. 실제로 영화 촬영 당시 곡성군청 홈페이지의 군민 게시판에는 지역 이미지 저하를 우려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군민은 “영화 ‘곡성’이 공포 스릴러물 이라고 하는데 ‘청정 수도 곡성’ ‘물맑고 공기좋고 산좋은 우리고장 곡성’의 좋은 면이 부각될 것 같진 않다”며 “만약 우리 군과 지역의 이미지에 악 영향을 줄것 같으면 영화 제목을 바꾸든지 등의 조치를 취함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고 건의했다.

곡성군도 영화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한 듯하다. 명칭으로 인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지난 3월 제작사가 영화 포스터를 발표할 당시 한자인 ‘哭聲’을 병기하도록 한 것. 참고로 곡성군의 한자표기는 ‘谷城’으로 영화 제목과는 무관하다. 또 곡성군은 영화상에 ‘본 영화 내용은 곡성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자막을 삽입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유근기 군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홍보활동을 펼쳤다. 지난달 22일 <전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칼럼에서 유 군수는 “영화와 우리 지역이 무관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사람들의 머릿속 연상마저 막을 길은 없다. 우리 민족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곡성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밝혔다. 영화와의 무관함을 줄기차게 역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지역 홍보에 나선 셈이다.

유 군수는 “우리 군은 ‘범죄없는 마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마을을 배출했다”며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영화 속 음산한 기운과 우리 군을 함께 연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우리 곡성군의 봄날을 경험한다면 영화와는 완벽한 대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자연경관과 멜론 등의 특산물을 소개했다.

칼럼의 문체는 관료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치 시를 쓰듯 감성적이다. 말미에는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곡성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여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 군수의 칼럼은 영화 ‘곡성’의 개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만큼 유 군수의 아이디어가 신선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단순히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사수’하는 방어적인 스탠스에서 벗어나 오히려 이를 지역 홍보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 유근기 곡성군수가 전남일보에 기고한 칼럼. 온라인판 캡처

또한 유 군수의 글에는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도 강하게 묻어나 있다. 군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를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는 요소다. 대외 홍보와 지역 내 군정 홍보 모두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지역축제나 언론홍보에 매몰돼 있는 지자체PR의 현실에서 하나의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광역단위가 아닌 소단위 기초지자체의 경우에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차별화된 홍보전략을 수립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 군수의 역발상은 홍보의 본질이 예산이나 조직 규모가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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