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배경색’ 바꾼다고 이미지 달라지나
국민의당, ‘배경색’ 바꾼다고 이미지 달라지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7.1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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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백드롭 교체로 쇄신의지 표명...‘보여주기 홍보’ 답 아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국민의당이 국회 원내대표실의 백드롭(배경막)을 기존의 녹색에서 흰색으로 10일 교체했다. 백드롭 문구도 ‘일하는 국회, 일하는 국민의 당’에서 ‘국민 속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로 바뀌었다.

▲ 국민의당이 10일 새롭게 교체한 백드롭. 뉴시스

백드롭을 새롭게 교체한 이유는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왔다.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총선 때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희망을 갖고 출발했는데 (최근) 사건에 의해 조금 주춤거리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표현과 함께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국민 속으로’라는 표현을 썼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상징색이) 흰색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며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전하기도 했다.

문 본부장이 언급한 ‘사건’이란 지난달 불거진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의미한다. 검찰은 총선당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당 홍보위원장이었던 김수민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관련기사: ‘관행’이란 이름의 국민의당 위기)

박 의원은 당 홍보TF를 구성한 후 광고업체 등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 리베이트 금액까지 선거비용인 것처럼 이를 허위로 보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보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자신이 몸담았던 디자인회사 브랜드호텔의 계좌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을 구속시켰던 검찰은 지난 8일에는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1일 오후 현재 법원에서는 두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영장이 발부되면 이들은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구속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백드롭 교체를 두고 이른바 ‘김수민 색깔’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타난다. 당의 PI작업을 맡았던 인물이 다름 아닌 김 의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색만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 백드롭을 수놓았던 당 로고도 교체된 백드롭에서는 볼 수 없다.

앞서 전한대로 문병호 위원장과 박지원 위원장이 직접 백드롭 교체배경을 설명한 것은 김수민 의원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입장을 백번 수용하더라도 이번 백드롭 교체가 그리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 부응하기 보다는 그저 위기모면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행보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 까닭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원내 3당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기존 양당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대거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건 총선이 끝난 후 불과 2개월 뒤였다.

사실이든 아니든 ‘새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이 비리의혹에 휩싸인 건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고 적잖은 국민들을 실망케 만들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당의 최대주주인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도 심각한 상황인데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김동철 의원이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과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아 국회 대정부질문을 파행으로 이끈데 이어 손금주 의원의 불법선거운동 공모 의혹까지 불거졌다.

총선 당시 26.7%에 달했던 지지율은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14.8%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쯤 되면 도대체 국민의당이 표방한 새정치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기존 정당과의 차별점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백드롭 문구 하나, 배경색 하나 바꾼다고 ‘진심’을 알아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일하는 국민의당’이라는 기존 문구가 훨씬 더 와 닿는다. 그나마 좌고우면하지 않고 민생정치를 한다는 의미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국민의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환영할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다.

하얀색이 ‘백지상태’를 뜻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한들 문구를 ‘다시 시작합니다’로 바꾼들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일 것이다. 구구절절한 백드롭 교체 이유를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치적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드롭을 통한 이미지 쇄신은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이 위기상황 때마다 써먹을 만큼 써먹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는 파격적인 백드롭 문구를 썼음에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국민의당은 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의당에 가장 필요한 위기관리 방안은 진정성을 담은 대국민 소통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구태정치 근절 선언과 이에 걸맞는 적극적인 클린정치 행보가 요구된다. 국민들은 수십년간 ‘쇼윈도 정치’에 염증을 느껴왔다. 이를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 바로 새정치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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