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취급받을라
긴급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취급받을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7.19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재난 기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부터

[더피알=강미혜 기자] “이건 뭐 툭하면 울려대니…” 국민안전처가 19일 오전 11시경 보낸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직후 주변에서 나온 불만의 목소리다.

‘폭염주의보, 노약자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섭취,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하세요’란 내용이다. 별 일 아닌 일에 뜬금없이 놀래키는 문자음이 짜증스럽다며 ‘수신차단’까지 한 이도 있었다.

▲ 국민안전처가 '폭염주의'를 위해 19일 오전 11시에 발송한 긴급재난문자.

그도 그럴 것이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벌써 4~5번째다. 앞서 국민안전처는 지난 1일 서울·경기의정부 호우경보, 5일 서울지역 호우경보 및 중랑교 홍수주의보, 8일 폭염주의보를 이유로 긴급재난문자를 각각 발송한 바 있다.

한여름 호우와 폭염이 언제부터 재난 상황이 됐을까?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해 2014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옛 행정안전부의 안전전담조직과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에서 맡은 재난·재해·안전·비상사태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 쉽게 말해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비상시를 대비한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재난문자를 비롯해 국민안전처가 수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보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선 재난을 크게 자연재난, 사회재난, 생활안전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연재난은 호우, 대설, 낙뢰, 지진, 태풍, 황사, 홍수, 가뭄, 강풍, 풍랑, 폭염, 해빙기, 한파 등이다. 또 △사회재난은 교통사고, 붕괴, 폭발, 화재, 산불, 사이버테러, 감염병 △생활안전은 수난사고, 산악사고, 전기사고, 가스사고 등이 포함된다.

국민안전처가 발송하는 폭염 등에 관한 문자는 자연재난을 대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안전처가 규정하는 ‘재난’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재난’의 개념이 괴리가 있다는 데 있다. 상당수 국민은 폭염을 매년 겪는 여름날씨 정도로 생각하지 재난상황으로까지 보진 않는다.

반면 지진과 같은 상황에선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5일 울산에서 규모 5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재난문자는 20분이 지나서야 시민들에게 발송됐다. 그마저도 받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정작 중요한 순간엔 국민안전처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폭염 속 국민안위를 염려한 국민안전처의 ‘친절한 문자’를 생뚱맞게 받아들이거나 일부는 짜증스러워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이런 인식 차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국민안전처의 평상시 활동들도 컨트롤타워 역할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지엽적인 감이 없지 않다.

최근 일주일 새 국민안전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만 봐도 그렇다. 폭염대비 행동요령, 박인용 장관의 언론기고문, 박 장관의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점검 영상, 국민안전처 직원들의 모금활동, 속초 유람선 구조영상, 강남 안전모니터봉사단 소개, 재난문자 안내, 물놀이 안전, 등산 조난자 드론 구조 등이 업로드됐다.

국민안전처 자체 홍보 외 상당수는 각 지자체나 관계기관에서 진행하는 안전캠페인 등과 중첩되는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 국가적 재난으로 표현될 정도로 대형 이슈를 대비해 ‘머리’로서 역할해야 하는 국민안전처가 ‘손발’ 기능을 하려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난을 규정하는 기준에 대한 물음에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국민에 불편하고 생활에 불리한 상황이면 그게 바로 재난”이라고 말했다. 

재난문자와 관련해선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문자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발송하는데 구형 휴대폰이거나 세계 기준을 적용하는 아이폰 등에선 옛 방식대로 긴급재난문자로만 수신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현이 어떻든 간에 재난문자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부터 찾는 일이 시급하다. 잦은 울림에 대한 ‘내성’이 중요한 순간에 불신을 낳는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