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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페인 복기 ①] 의도된 막말[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전국적 민심 얻기보단 열성적 지지자 확보…‘노림수’ 적중
승인 2016.12.19  14:00:37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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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드럼프는 분노를 조장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중전략’으로 세기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악관 입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진영이 구사한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봅니다.  

1. 의도된 막말
2.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
3. 비판 언론 물어뜯기
4. ‘아 옛날이여’ 자극
5. 비난의 화살 정조준
6. 늪을 말라붙게
7.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8. 선거 직전 광고 피치

[더피알=임준수] 트럼프의 극적 승리 요인은 아픈 민심에 대한 정확한 진단, 그 민심을 파고든 강력한 상징과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일요 시사대담 프로그램 ‘밋더프레스’의 진행자였던 고 팀 러서트가 쓴 회고록 <빅 러스와 나>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처방은 의료 중 가장 쉬운 일이다. 진짜 어려운 것은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지. 그리고 정확한 진단은 환자의 말을 잘 듣는 데서 온단다.” 러서트가 어렸을 때 친구의 아빠였던 의사에게서 들었다는 말이다.

트럼프 캠페인은 시작부터 자신이 어디에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포지셔닝의 기본 원칙은 정확한 상황 분석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가 깃발을 꽂은 지역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있던 남부 바이블벨트가 아니었다. 연방정부 지출과 증세에 반기를 든 티파티 운동 세력에 기대지도 않았다. 티파티 세력이 애초 지지했던 후보는 텍사스주 상원의원이자 마지막까지 트럼프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테드 크루즈였다.

   
▲ 도널드 트럼프는 주기적으로 막말을 쏟아냈다. 연설 도중 반트럼프 시위자를 향해 고함을 치는 모습. AP/뉴시스

예비경선에 뛰어들 때부터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의 백인 블루칼라 남자들이 듣기 좋은 말만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기존 민주당 지지자층과 상당히 겹친다. 트럼프 타워에서 출정 발표를 하면서 그는 불법 이민자와 해외로 떠나버린 미국인의 일자리, 그리고 이슬람 테러리즘 문제를 언급했다. 러스트벨트는 물론이고 히스패닉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종 구성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미국 플로리자주의 백인들이 느끼는 분노와 걱정이 어디에 기인한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은 트럼프의 말도 안 되는 선거캠페인이 얼마나 남는 장사였는지를 알게 됐다. 애초부터 트럼프는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열성적 지지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서 트럼프와 논객의 셈법이 달랐다. 논객들은 역사상 가장 혐오하는 후보자였던 트럼프의 득표는 그의 열성적 지지자들에 갇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더구나 주기적으로 뱉어내는 막말로 트럼프 인기는 계속 떨어져 처참하게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달랐다. 트럼프는 경제적 이득을 지키기 위해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한 보수는 절대 분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전통적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 뒤집히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셈은 간단했다. 남의 표를 끌어오거나 좀처럼 투표하지 않던 사람들을 자극해서 투표장으로 가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트럼프 유세장에서 끌려나가는 트럼프 반대자들. AP/뉴시스

예비경선 과정에서 실제로 이런 속내를 여러 번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투표하는 사람 중에는 평생 한 번도 선거에 나서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는 과거 민주당에 투표하던 이들도 상당수 있기에 대선 본선에서 큰 승리를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여기에는 핵심 경합주에서 기존 보수표의 이탈보다 그의 막말 선동으로 얻을 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트럼프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레이건 이래 그 어떤 후보도 언감생심 하지 못했던 인종편견적 발언을 거침없이 해대는 그에게서 사람들은 해방감과 함께 신뢰감을 느꼈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평생을 기만과 협잡으로 살아온 트럼프의 진면목을 모르고 속은 사람도 있지만, 알았어도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의 맹렬 지지자가 됐다. 그런 열성 지지자가 어느 주에서나 30% 이상이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사실과 허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믿고 싶은 것이 바로 사실이었다. 누군가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주면 오히려 네가 왜곡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대들며 트럼프가 외친대로 시스템이 모두 조작돼 있다고 여겼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자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음담패설이 밝혀졌을 때에도 그들은 트럼프의 변명을 굳게 믿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해봤을 만한 락커룸의 뻐김 정도지, 진짜 행동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CNN의 기자가 트럼프 집회에 모인 여자들에게 그게 문제가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그게 어때서’ ‘상관없어’ 같은 극단적 반응을 보였다.

   
▲ 미시간주(州)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를 하는 트럼프. AP/뉴시스

트럼프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17명의 후보에서 시작해 결국 4강으로 압축된 다수 경쟁 시스템에서는 자신처럼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후보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결국 그는 미트 롬니를 비롯한 공화당 기득권층이 주도한 ’네버 트럼프’ 운동의 반대 캠페인을 이겨내고 공화당의 지명권을 획득했다.

이때 의문의 1패를 당했던 사람이 네이트 실버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결과를 주별로 거의 정확하게 예측했던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될 확률이 2%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가 명성에 큰 흠집을 냈다. 트럼프가 후보자 지명권을 따냈을 때 실버는 자신이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라 마치 논객처럼 예측을 했다’면서 반성했지만 명쾌한 해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여론조사나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대선 결과를 예측하던 데이터 과학자들은 약 6개월 뒤 일어날 세기의 이변을 전혀 예측 못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미국 대선#도널드 트럼프#트럼프 캠페인#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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