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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페인 복기 ⑧] 선거 직전 광고 전술[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미래 대비 전략적 지출…‘힐러리 클린턴=부패 기득권’ 포지셔닝
승인 2016.12.31  12:24:45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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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드럼프는 분노를 조장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중전략’으로 세기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악관 입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진영이 구사한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봅니다.  

1. 의도된 막말
2.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
3. 비판 언론 물어뜯기
4. ‘아 옛날이여’ 자극
5. 비난의 화살 정조준
6. 늪을 말라붙게
7.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8. 선거 직전 광고 피치

[더피알=임준수] NBC 뉴스와 애드버타이징 애널리틱스(Advertising Analytics)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클린턴과 클린턴의 수퍼팩이 경합주 4곳에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정치광고를 내보내는 데 쓴 비용은 무려 1억400만달러. 융단폭격을 한 셈이다.

공화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트럼프 측에서는 정치광고로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액세스 헐리우드 투어 버스 안에서 내뱉은 충격적인 음담패설로 수세에 몰렸을 때에도 트럼프 진영은 정치광고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거를 약 보름 남겨두고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재수사를 하고 있다는 뉴스에 그의 캠페인은 활기를 얻었다.

이때부터 트럼프 진영은 힐러리에 대한 부정적 정치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수세에 있을 때는 미래를 대비해 자신의 돈을 아끼고, 승산이 있을 때만 슬슬 돈을 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힐러리 진영에 비하면 거의 돈을 쓰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전설로 남을 선거임에 틀림없다.

클린턴 진영이 천문학적인 돈을 트럼프를 공격하는 정치광고에 썼지만, 트럼프는 예비경선 때부터 시작해 부정적 정치광고의 융단폭격을 받고도 살아남아 세기의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서 정치광고는 어떤 영향을 주고 얼마만큼의 효과를 내는 것일까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있다. 효과가 있으니 여전히 천문학적인 돈이 정치광고 집행에 들어가는 것이겠지만, 2016년 미 대선 결과를 놓고 볼 때 정치광고는 그리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클린턴이 천문학적인 돈을 정치광고에 쓰고 있을 때 트럼프 선거캠프와 극우 인종주의 세력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언비어와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데 주력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2016년에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런 가짜 뉴스의 확산을 통해 꽤 짭짤한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진영이 쓴 돈에 비해 큰 임팩트를 준 광고가 많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물론 트럼프 진영이 내보낸 정치광고도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다. 힐러리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켰지만 추가적인 피해는 입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가장 위대했던 정치광고는 선거를 사흘 앞둔 토요일에 트럼프 진영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위한 논쟁(Donald Trump's Argument for America)’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텔레비전 정치광고로는 이례적으로 2분짜리로 제작됐다. 경합주에서 저녁 미식축구가 중계되는 프라임타임에 방영하기 위해 트럼프는 40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한다.

트럼프 캠페인이 내보낸 이 마지막 선거광고는 트럼프가 유세에서 읽었던 한 대목을 끊어서 만들어졌다. 광고는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은 힐러리가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기 위한 메시지다. 두 번째는 실패한 기득권 세력이 우리(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해외로 옮긴 결과 우리의 돈이 그들의 배를 채우는 데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부분에선 유세를 하고 있던 집회장의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보여주며 이런 현실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며 지지자 임파워먼트의 메시지를 보낸다. 마지막은 트럼프가 ‘여러분’을 위해 출마했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세 번째 파트인 유세가 진행되는 집회장 화면이 나오기 전까지, 기득권 세력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비판하는 데 이용한 자료는 부정적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조합해 구성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을 고갈시킨 전세계의 무역 시스템을 비판하는 지점에서 우리나라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의 만남 장면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만 8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마지막 유세광고에서 트럼프는 아주 효과적으로 힐러리가 투표로 인한 시민혁명에 의해 퇴출시켜야 할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가 모두 증오와 분열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의 마지막 광고보다 더 많은 유색 인종을 보여줬다. 노란 옷을 입고 레게머리를 한 흑인 꼬마아이가 아빠 무등을 탄 채 웃는 모습은 이 비디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비주얼로 기억된다.

   
▲ 선거 직전 트럼프는 기득권 세력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광고를 선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진영도 2분짜리 광고를 통해 마지막 피치를 했다. 해당 광고에서 클린턴은 “우리는 증오와 분열에 의해 정의되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같은 시간 수많은 유색인종을 등장시킨 트럼프의 마지막 피치 광고는 마치 ‘우리는 증오하고 편을 나누려는 게 아니다. 우리를 그렇게 정의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장 확신에 찬 예측이 가장 틀릴 가능성도 높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통계를 이용한 선거결과 예측가인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 대선전을 지켜보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장 확신에 찬 예측들이 종종 가장 틀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트럼프의 당선은 '가장 확신에 찬 예측이 가장 틀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알게 했다. AP/뉴시스

얄궂게도 그 말을 했던 네이트 실버도 2016년에 확신을 가지고 예측을 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사전조사를 통해 여론을 감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선거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확신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체득했다.

지난 9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선거에서 조직선거가 바람선거를 이긴 적이 없다”면서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고 한다. 일견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이런 확신 역시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한 후보의 승리를 모두 ‘돌풍’ 탓으로 환원시켜버리는 것은 언젠가 또다른 예기치 않은 예측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에 걸친 장문의 분석을 통해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선거를 펀더멘털, 후보자 요인, 캠페인의 역할 세 차원으로 살펴봤다.

후보자 요인 분석을 통해 우리는 19세기 중반 P.T. 바넘식의 홍보 전략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트럼프의 실속 있는 캠페인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읽은 후 목표로 하는 유권자층을 향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진정성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미국 대선#트럼프#클린턴#정치광고#임준수#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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