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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만들기, 7000원이면 오케이[인터뷰] 부크크 한건희 대표
승인 2016.12.22  16:25:13
박형재 기자  |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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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면 최소 300만원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7000원부터 가능합니다. 책을 미리 만들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인쇄하는 발상의 전환이 성공 비결입니다.”

부크크는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는 자가출판 플랫폼이다. 2014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1900종의 책을 출간했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4만여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매달 150여종을 내놓으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부크크 한건희 대표(29)를 만나 ‘출판의 미래’로 불리는 자가출판 서비스에 대해 들었다.

   
▲ 부크크 한건희 대표. 사진: 박형재 기자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가 ‘나만의 책’을 내는 것이다. 부크크에선 아마추어 작가도 저렴하게 책을 낼 수 있다는데 얼마나 드나.

책을 출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춘문예 당선 등으로 검증된 작가의 글을 엮는 경우고, 두 번째는 개인 돈 내고 만드는 것이다. 부크크는 이 중 자가출판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에는 자가출판을 하려면 300만원 이상 필요했지만, 이를 7000원까지 획기적으로 줄였다.

300만원과 7000원, 비용 차가 크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아마추어 작가가 책을 만든다고 치자. 보통 출판사를 찾아가 원고 보여주고 책 내달라고 요청한다. 상업성 있는 원고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인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디자인, 편집, 제본, 배포 등 모든 과정을 개별 진행하고 최소 수량을 몇백권 이상 요구하므로 가격이 비싸진다.

반면 부크크는 모든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부크크 홈페이지에 원고 올리고 클릭 몇 번으로 규격, 표지재질, 종이 품질, 책날개 유무, 메인제목, 가격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홈쇼핑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건들을 담고 확인버튼 누르는 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주문 수량은 1권부터 가능해 최소 7000원부터 제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수익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철저한 롱테일 전략이다. 개인 작가들의 책은 많이 팔아도 500권을 넘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비출판업체들은 한꺼번에 많은 책을 찍어내고 편집·인쇄비에서 이익을 얻는다. 작가에게 이윤을 뽑아내는 수익구조다. 반면 우리는 작가·독자가 책을 주문하는 즉시 인쇄·배포하므로 적은 금액이라도 무조건 수익이 생긴다. 창고관리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작가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주문형 출판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미국의 1인 출판 플랫폼 룰루닷컴 이야기를 책에서 보고 벤치마킹하게 됐다. 시장 조사를 해봤더니 관련 서비스가 한국에 없더라. 주문형 출판(POD, Publish On Demand)은 해외의 경우 시장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괜찮은 아이템 같아서 201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 '종이책 만들기' 주문 화면. 책 규격, 표지 재질 등 모두 선택 가능하다.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사업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올해는 작년의 두배 이상 성장했다. 아무래도 주문형 출판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4곳 정도 되는데, 상대적으로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서 마케팅을 따로 해주지 않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마케팅을 안 하는 이유는.

메인 서비스인 ‘저비용, 쉬운 출판’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책을 전국에 있는 서점 매대에 뿌리려면 최소 200권은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대량으로 찍어내고 잘 팔리면 다행이지만 안 팔리면 모두 재고로 남는다. 결국 이 비용을 작가나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크크 같은 사업모델은 2002년부터 ‘출판의 미래’로 불리며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과 국내 독자의 책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외국의 경우 책에 담긴 콘텐츠에 주목하고 디자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책 무게가 가볍고 재질도 갱지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 독자들은 책의 품질에 굉장히 예민하다. 디자인, 종이질감, 인쇄상태 등이 별로면 사보지 않는다. 자가출판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건 이같은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속 인쇄기술이 2001년 이후 발전한 것도 영향을 줬다.

외국에는 자판기처럼 원하는 책을 바로 인쇄해서 보는 출판 서비스도 있던데.

퓌프(PUF)와 같은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이 상용화됐다. 기계에 컴퓨터 하나가 달려있는데 거기서 원하는 책을 고르면 즉석에서 인쇄, 제본이 완성되는 형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이유로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을 거라고 본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원고를 들고 오는 작가가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나.

가끔씩 이상한 원고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원고 도중에 갑자기 ‘러브(Love), 헤이트(Hate)’라고 큰 글씨로 한 글자만 적혀있는 식이다. 왜 이렇게 썼냐고 물어보면 이걸 보고 독자 스스로 상상하고 마음을 정화하라고 그랬단다. 도저히 책으로 만들 수 없을 정도라면 우리 이름 내걸고 나갈 수 없다고 말하고 거르기도 한다.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책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선물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 나만의 책을 최초로 갖게 됐다는 기쁨이 큰 것 같다. “이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책을 만들지 못했을텐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

서비스 오픈 초기 한 장애인의 책을 만들어준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장애인을 보살펴주던 부부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장애인이 직접 쓴 글들을 가져왔는데 인쇄비만 받고 디자인은 무료로 해줬다. 그로부터 2년 만에 다시 연락이 오더니, 이번엔 장애인 도우미들이 다같이 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부크크의 비전, 하고 싶은 말.

책 안 읽는 시대다. 아마추어나 대중성 없는 작가는 데뷔조차 힘들다. 출판사들은 생존을 위해 잘 팔리는 장르의 책들만 찍어낸다. 다양성은 점점 사라져간다.

기존 출판 방식으로는 도무지 출구가 안 보인다. 책이 안 팔리면 재고가 쌓이니 상업성 있는 책들만 유통되고, 자비 출판의 경우 내 돈 들여 책을 만드는데도 출판사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인쇄 후 판매’에서 ‘주문 후 인쇄’로 가면 된다. 그러면 재고나 출판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진다. 자가출판은 다양한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는 토양이 된다.

앞으로 자가출판 시스템을 정비해 더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싶다. 다양한 작품들을 출간하고 발아되지 않은 작품들을 싹 틔워 침체된 출판 시장을 바꾸고 싶다.
 

*이 인터뷰는 논객닷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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