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년, 우리자리는 안녕할까?
D-4년, 우리자리는 안녕할까?
  • 한승재 (mhan@webershandwick.com)
  • 승인 2016.12.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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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Techtory]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현…대체불가 감성 스토리 발굴해야

[더피알=한승재] 올 초 구글 딥마인드사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바둑계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인간이 가장 잘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 가운데 하나를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까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사실 로봇과 사람의 대결은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7년 체스를 두는 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카스파로프를 물리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2011년 자연어 사용이 가능한 IBM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참가해 인간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고의 탁구스타 티모볼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로봇인 쿠카(KUKA) 아길러스가 경기를 펼쳐 11대 9로 아슬아슬하게 패했고, 2015년에는 산업용 로봇제작 회사인 야스카와전기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 산업용 로봇팔과 기네스 기록 보유자인 일본 검객 이사오 마치의 맞대결을 주선했다. 이처럼 각 분야 최고의 고수들과 로봇의 대결구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로봇은 다양한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필자는 크게 △군사시설과 산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산업용 로봇 △가정과 병원,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활동 중인 서비스 로봇 △이미 정해진 프로그래밍에 의해 필요한 업무만을 진행하는 프로그래밍 로봇 △머신러닝 학습 및 인지기능을 적용시킨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분류해 살펴본 적이 있다.

▲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로봇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필자 제공

최근엔 특히 인공지능과 서비스 영역의 로봇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알파고를 비롯해 음성제어시스템(Voice Control System)의 대명사이자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애플의 시리(Siri), 구글 시스템과 연동돼 사용자 패턴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묻기도 전에 알려주는 구글 나우(Google Now),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그들만의 API를 통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에저’를 통해 수많은 음성 인식 데이터를 보유, 분석·해석하는 머신러닝을 적용시킨 MS의 코타나(Cortana) 등이 있다.

로봇과 연관이 없던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 로봇 영역에 뛰어드는 것은 차세대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기술로 사라질 710만개 미래

분야별 로봇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인간의 영역에 어디까지 들어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총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신기술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질 일자리는 210만개라고 전망된다.

<가디언>은 로봇에 의해 2021년까지 미국 직업의 6%가 사라진다는 예측을 보도하기도 했다. 2020이라는 숫자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했는데 지금 시점에선 불과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코앞에 닥친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과연 어떤 직업군이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될까? 그에 대한 답도 명쾌하다. 지난해 9월 BBC는 홈페이지에 ‘로봇이 당신 직업을 대체할까요?(Will a robot take your job?)’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딜로이트가 연구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입력하면 향후 어떤 업종이 로봇으로 대체되는지, 어떤 직업군이 없어지는지 등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 bbc가 개설한 'will a robot take your job?' 페이지 화면.

대체 1순위는 이미 단순 제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래밍 된 로봇 분야이다. 그 다음은 트럭, 택시 등 운송업에 종사하는 직군으로 자율주행으로 대체될 분야의 인력들이다. 이미 구글, 우버, 테슬라에서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프로젝트들이 가속화되는 중이며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해 대신 결정해 줄 수 있는 결과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자동화된 로봇 시스템(Automated robotic system)도 마찬가지다. 콜센터 직원, 텔레마케터, 은행계좌 개설 직원, 신용분석가, 보험감정사, 스포츠 심판, 법률 비서, 택배기사,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뉴욕에는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호텔도 있다. 요텔(Yotel)이라는 곳인데 접수 예약 및 짐 보관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 사람을 고용해서 매달 비용이 나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출현

그렇다면 PR, 홍보, 마케팅,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의 사람들은 안전할까? 지난 4월 인터퍼블릭그룹의 자회사인 맥캔에릭슨 일본지사에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가 입사했다.

명함을 주고받는 세리머니까지 하면서 등장한 세계 최초의 AI-CD이다. 심지어 클라이언트 미팅에도 따라(싣고)다닌다. 참으로 일본스러운(?) 발상인데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씁쓸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경험을 쌓고 좀 더 정교해진 AI기술이 나온다면 가까운 미래에 실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AI-CD의 일하는 방식은 이렇다. ①CD에게 들어온 요청사항을 크리에이티브 브리프(Brief) 양식에 맞춰 작성을 한다. 모니터상에 이미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대쉬보드)에 사람이 직접 입력을 하는 방식이다. ②데이터베이스에 접속을 해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TV·라디오 등 ATL 분야의 모든 데이터를 검색, 조사, 분석한다. ③수상작들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재, 키워드 등을 찾아 최근 광고 트렌드에 맞춰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문장으로 제시한다.

만약 인간CD와 대결을 한다면 AI-CD가 이길 확률이 높다. 광고 영역에서는 시간이라는 제약 조건과 트렌드 분석이 필수적인데, 그 부분을 몇 분 안에 끝내면 유리한 조건에서 아이디어 작업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기획자들이 마무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퀄리티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로봇이 당신의 자리를 차지할 날이 머지않았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 음악, 디자인, 광고 분야와 같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내년에는 칸 라이언즈에서 상 받는 로봇들을 보면서 박수를 쳐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대체불가의 존재가 되려면 로봇이 할 수 없는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갖고, 삶에 대한 가치를 만들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감성이 담긴 스토리를 발굴해야 한다.

감동적인 내용으로 눈물을 흘리며 인간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이며,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비로소 확실한 차별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을 존중하는 생각과 본질에 충실한 아이디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고민이다.

한승재

웨버샌드윅 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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