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Media 미디어 미디어포커스
스타트업 절망케 하는 기성언론의 ‘단가 후려치기’[20's 스토리] ‘복붙’ 보다 못했던 콘텐츠값…이러려고 투잡 뛰며 8개월 버텼나

미디어 스타트업 ‘쑈사이어티’를 운영한지 8개월이 지났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지탱해준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 덕분에 차오르는 나이와 취업의 유혹을 이 악물고 이겨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정신승리에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돈’ 문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콘텐츠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틈틈이 투잡을 뛰는데, 언제쯤 콘텐츠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버티기 위해 투잡을 하며 미디어 스타트업을 꾸려가고 있다.

“2~3년을 꾸준히 버텨야 해요. 그 괴로운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 그게 제일 어렵죠.”

어느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격려였다. 2~3년은 마법의 숫자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1인 미디어, 인터넷 BJ 등 여러 독립콘텐츠 제작자들이 2~3년을 버티고 거짓말처럼 수익모델을 마련했다. 시간이 저절로 돈을 벌어다줬을 리는 없고,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나름의 ‘돈줄’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8개월 동안 나와 두 동료가 운영하는 쑈사이어티의 수익과 비용은 어떻게 변했을까, 계산기를 두들겨 봤다.

종잣돈 15만원 

종종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실제로 영상제작은 촬영장비, 취재비, 스튜디오 대여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작업이다. 빈곤한 답변이지만 쑈사이어티는 종잣돈 15만원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맴버가 전부 직장경험이 없는 가난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밥값 차원에서 5만원씩 걷었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카메라, 무선마이크를 구입할 수는 없다. 시간당 3만원이 넘는 스튜디오 대여도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다행히 요즘은 영상장비, 스튜디오를 대여해주는 곳이 많다. 모교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고가의 카메라, 무선마이크 등을 빌리곤 한다. (비록 충북 제천까지 오가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콘텐츠코리아랩에서도 회의장소·촬영장비·스튜디오를 빌릴 수 있다. (서울 대학로, 분당 판교에 위치하며 예약자가 많아서 1주일 전부터 연락해야 한다) 혹여 장비를 빌릴 수 없을 경우, 지인을 수소문해서 DSLR 등을 빌려 쓰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쑈사이어티' 유튜브 페이지 메인 화면.

단가 6만원

8개월 동안 30개의 영상콘텐츠를 만들었고, 180만원을 벌었다. 주일에 1개씩 약 6만원에 판매한 셈인데 주요 구매자는 오마이뉴스다.

오마이뉴스는 시작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고마운 플랫폼이다. 인지도, 완성도 등의 측면에서 부족한 신생매체의 콘텐츠를 높은 가격에 구매해주고, 30만명에 가까운 시민 구독자에게 선보일 기회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교의 인터넷매체인 단비뉴스가 교통비, 식대 등 취재비를 보조해준 덕분에 적어도 빚지면서 일하지 않는다.

매주 6만원은 생각보다 쏠쏠하다. 동료 셋이 주 2회 정도 모여서 5000~6000원짜리 밥을 먹고, 저렴한 카페에서 기획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소요건’이다. 빚지지 않고 일할 뿐, 생계는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맴버들은 자리 잡을 때까지 당분간 투잡을 뛰기로 약속했다.

투잡 70만원

맴버 각자 전공 혹은 장기를 살려서 돈벌이를 찾았다. 나는 영문학과를 졸업한 덕에 주 2회, 매 4시간 영어과외 자리를 구했다. 학생 둘을 가르치며 월 70만원을 버는데 아껴 쓰면 한 달 생활비로 부족함이 없는 액수다.

팀 동료 기완은 무척 힘겹게 돈을 번다. 그는 왕년의 뮤지컬 연습생답게 돌잔치 및 결혼 사회자 자리를 구했다. 행사를 하나 진행할 때마다 3만원 정도를 버는데, 토일 밤낮으로 일하면 월 50만원을 손에 쥔다.

또 기성언론사에서 약 10개월 정도 일하다 온 성수는 당시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제안 월 50만원

하루 3~10개 브리핑 영상을 만들면 월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3월, 10대 일간지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신문사는 우리와 정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부장급 인사와 만날 것을 제안했다. 나와 팀원들은 희망에 부풀어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 사드의 성능을 소개하는 브리핑 영상이 21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제법 올랐을 때였다.

하지만 계약 조건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상대방은 하루 3~10개의 브리핑 영상을 만들면 월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가 공들여 만든 영상이 이 정도 대접을 받는구나, 문득 서러워졌다.

밤낮으로 기획-촬영해도 하루에 10개의 시사 콘텐츠를 만드는 건 무리다. 실시간 키워드를 짜깁기하는 ‘어뷰징’팀에서나 하루 20개가 넘는 기사를 ‘복붙’하고 월 13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데,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 우울함은 미팅을 마치고도 한동안 계속됐다.

후원 70만원

그러던 어느 날 모교의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반년 가까이 버티는 모습이 기특해 50만원을 기부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교수님은 ‘너희가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참에 계좌번호를 공개하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얼떨결에 통장번호를 인터넷에 게시했지만 아직 보잘 것 없는 우리 매체에 후원이 들어올 거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장번호 공개 3일 만에 70만원의 추가 후원금이 들어왔다. ‘평소 응원하고 있었다’는 격려부터 ‘나중에 500배로 갚으라’, ‘후원금도 줬는데 그만두면 혼난다’는 유쾌한 전화도 받았다.

친한 친구는 카메라-무선마이크 등 고가의 장비를 선뜻 빌려줬다. 동료들과 회의 끝에 후원금을 활용해 스튜디오를 꾸미기로 결정했다. 자취방 한 구석을 비우고 조명과 크로마키, 깔끔한 방송용 가구를 구입했다. 비로소 안정적인 촬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도전은 계속

이상으로 ‘쑈사이어티 생존기’를 모두 정리했다. 8개월을 고민했지만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콘텐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후원, 콘텐츠판매, 제휴 등 어느 수익모델도 만족스럽지 않다. 평범한 결론이지만, 결국 꾸준한 도전이 답이다. 2년이고 3년이고, 실력과 유통전략을 가다듬으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다행히 얼마 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입주할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서 콘텐츠 품질과 유통 전략이 한층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걱정도 된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과연 이번 기획은 많은 공감과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충분한 후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물음표 투성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계속 도전할 것이며, 여러분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페이스북과 유튜브 쑈사이어티 페이지에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린다.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성훈  ssal123223@gmail.com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