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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식 PI ①] 셀프 커피와 낡은 구두의 함의
[문재인식 PI ①] 셀프 커피와 낡은 구두의 함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8.1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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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소통 행보…소탈·친밀함으로 수용자 욕구 저격

낡은 구두와 짝퉁 양말, 한편의 미드를 떠올리게 하는 티타임 사진.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인간미 넘치는 장면들로 장식됐다.

정책적 추진 사항에 있어서는 신속함이 돋보였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취임 3일 만에 찾아간 인천공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 받았다. 공감과 파격을 오가는 행보 속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이 엿보인다.

① 셀프 커피와 낡은 구두의 함의
대통령=최고소통책임자(CCO)
취임 100일 간의 PI 평가는?

[더피알=안선혜 기자] 수석보좌관 회의가 시작되기 전 각자가 자신의 잔에 커피를 따른다. 회의는 원탁에서 진행된다. 언론의 사진 촬영 요청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순서가 따로 없다”며 “앞으로 오는 순서대로 앉을 것”이라 말한 건 상징적이다.

5월 10일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국정 철학 및 정책 방향성을 표출했다.

직접 재킷을 벗고 커피를 따르고 배식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뉴시스

탈의를 도와주려는 경호원에게 “내 옷은 내가 벗겠다”며 스스로 재킷을 챙겼고,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기 위해 직원들과 똑같이 줄을 섰으며 식판 반납도 직접 했다. 탈권위와 평등을 지향하는 정부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취임 바로 다음날 오찬 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었지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전 정권에서 쉬이 볼 수 없던 풍경이라 신선했고, 동시에 ‘높으신 분’들이란 거리감을 줄였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청와대 산책을 취재진에 알리고 오픈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소탈함을 강조해 친밀감 있고 특권 없는 모습을 지난 정권과 대비시켜 드러내는 듯하다”며 “대통령의 이런 행보들을 통해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떤 걸 추구하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일련의 모습들이 노출되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이미지가 만들어져 가는 셈이다. 일종의 PI(President Identity)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취임 직후 문 대통령은 점식 후 커피잔을 들고 수석 비서관들과 청와대 경내를 거는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

​​​​​PI는 대통령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것인데 단순 이미지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가상의 상(象)을 만드는 것이 아닌, 실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조직적 차원에서 수립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대통령 중심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은 정부 정책 및 국정과 떨어져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메시지와 활동은 정책 수용 및 집행과 연계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취임 초기 PI, 국민 속으로

대통령의 PI는 대개 집권 초기에 활발히 이뤄진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의지를 내보일 필요가 있고, 제시된 방향성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할 경우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 탈피’를,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각각 부각시키며 정체성을 확립한 바 있다.

이철한 교수는 “정부 내각이 구성되고 실질적 정책을 추진하고 발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부터 이미지로 상징적 커뮤니케이션에 나서는 것”이라며 “개별 정책은 복잡하고 찬반이 있는 데다, 자신과 관련이 없으면 관심도 떨어지기에 많은 국민들에게는 큰 방향성이 오히려 의미 있게 와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우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성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조직 정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우선 제시하는 차원의 PI활동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강함수 대표는 “국가의 중요한 아젠다, 큰 그림을 끌고 가는 측면에서 대통령이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우왕좌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건 중요하다”며 “단순히 인기를 위한 게 아니라 함께 정책을 수반해나갈 사람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한 만큼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큰 것도 활발한 PI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숱한 개혁 과제들을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사회 변혁에 뒤따르는 거센 저항을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국민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한 체계적 PI 프로그램은 필수적이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취임 초기 PI는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바라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같은 경우 국민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가치나 욕구를 적절히 끄집어내고 있다”고 봤다.

앞서 스스로 옷을 챙기고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직접 커피를 내리고, 점심 후 참모진들과 자연스런 티타임을 갖는 등의 행동은 대통령의 소탈한 성품을 전달한다. 권위의식이나 특권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열었다는 평가다.

낡은 구두와 짝퉁 양말 해프닝은 대통령의 소탈함을 배가시켰다. SNS에서 화제가 된 문 대통령의 낡은 구두는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문 대통령이 양말만은 명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신는다며 ‘서민 코스프레’라고 지적했는데,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곧장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양말은 남대문 시장 리어카 노점에서 묶음으로 산 것임을 밝히면서 일거에 정리됐다. “남편에게 짝퉁 양말을 신겨 미안하게 됐다”는 말에 도리어 친근함과 호감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밖에도 청와대 관저 수리 문제로 자택인 홍은동에서 출퇴근하던 기간 주민들과 휴대폰으로 기념셀카를 찍거나, 유기견·묘를 입양해 키우는 사연, 8월 휴가기간에 등산을 하며 시민과 격의 없이 스킨십한 장면 등은 대통령의 인간적 매력도를 높였다.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첫 출근을 배웅하는 장면(왼쪽)과 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유기견 토리를 입양해 안고 있는 모습.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게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애칭이 붙었다. 출근길 문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옷매무새를 만져주거나 청와대 기자단에 손수 만든 수박화채를 대접하는 등 친근감을 높이는 여러 모습들이 포착되면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영부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일상적 소재들이 대중에 노출되면서 PI 측면에서 이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공식 행사를 제외한 개인 식사와 사적 비품 구입비를 자신의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가족 식사를 비롯해 키우는 개·고양이 사료, 하다못해 치약·칫솔 구입까지 사비로 처리하면서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던 특수활동비 사용에 경종을 울린 것. 올해 남아 있는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원 가운데 42%인 53억원을 남겨 청년일자리를 늘리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겠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주된 정책에 대한 메시지도 동시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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