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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들어온 MCN키즈, 홈쇼핑, 오디션 프로그램서 두각…2030 중심 니치마켓 공략

[더피알=이윤주 기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방송사들이 1인 크리에이터를 브라운관으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는 디지털과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TV와 모바일, 전통과 뉴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 시대의 단면이다.

TV에서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MCN 콘텐츠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방송사들이 젊은층에 소구할만한 새로운 ‘뉴페이스’를 찾으며 MCN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획사에서 신선한 모델을 찾기 위해 연극판을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는 “방송사는 항상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혼자 떠들고 소통하며 진행까지 가능한 1인 크리에이터는 검증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수백 만 명의 1020세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방송 출연 의사를 묻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봤다.

크리에이터의 저변 확대는 지상파‧케이블방송의 위기와도 맞물려있다. 방송사들은 실시간 시청률 하락과 광고 시장 위축으로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TV플랫폼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TV대신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나 SNS에서 영상 콘텐츠를 접한다.

단순 소비자이던 개인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면서 1인 미디어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방송사에서 크리에이터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역전 현상이 생기는 이유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며 웹콘텐츠 생태계를 아우르고자 하는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은 “1~2년 전에 비해 올해 특히 레거시 미디어와 MCN의 협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아직까진 TV의 영향력이 더 크지만 디지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TV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니치마켓, 즉 새롭게 시도하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TV에서 MCN의 콘텐츠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파 파고드는 크리에이터

실제로 요즘은 온라인에서 벗어나 지상파, 케이블TV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기 크리에이터 양띵은 KBS2 키즈 프로그램 ‘ㅋㄷㅋㄷ코딩TV’로 지상파에 입성했다. 코딩TV는 2018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된 코딩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방송 직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내년 1월부터 정규편성이 결정됐다.

프로그램에 함께 등장하는 ‘헤이지니’ 역시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터다.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 힘입어, KBS2 ‘TV유치원’ 메인 MC자리를 꿰찼다. 1인 방송에서 습득한 진행 노하우와 친근한 화법으로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는 케이블TV에 입성했다. JTBC2는 지난 10월부터 ‘영국남자’를 정규 편성해 내보내고 있다. 영국남자는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 문화를 유쾌하게 소개하는 콘텐츠다. JTBC2는 기존 방송분 가운데 인기를 끈 내용을 TV판으로 재편집해 내보낸다. 크리에이터를 영입해 새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점이 특이하다.

JTBC 편성팀 관계자는 “우리의 타깃인 2039세대가 공감하는 연애, 싱글라이프, 취업 등의 주제는 웹에서 많이 다뤄진다. TV가 동영상 콘텐츠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난 반면, 디지털 콘텐츠가 젊은 세대들의 정서를 잘 담아내 (영국남자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7월 크로스 미디어 스튜디오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발족하며 자체적으로 MCN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이달부터는 MCN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오디션 ‘워너비(WANNAB)’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크리에이터의 데뷔 무대를 만들어주면서 MCN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찍이 MCN 시장에 뛰어든 CJ E&M은 올 초 MCN 전문 방송채널 ‘다이아 티비(DIA TV)’를 개국했다. 아예 TV채널을 확보해 모바일 기기나 PC로만 접하던 1인 방송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다이아 티비 관계자는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춰 관심분야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 공유, 소비하는 ‘C세대(콘텐츠 세대‧16~29세)’를 주 시청자 층으로 설정했다”며 “혼자서 보던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 소비 형태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중성을 확보함으로써 MCN 산업 활성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웹-브라운관 경계 사라져

불과 1~2년 전만 해도 방송 사업자들은 기존의 제작 방식을 고수하거나 1인 미디어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서나 인기가 있지 아직 방송에 나올 정도의 급은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한 MCN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방송국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아직 (방송에 나올 정도의) 급은 안 되지 않냐’라는 인식이 간접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너도나도 MCN 활용 콘텐츠를 선보인다. TV와 디지털,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면서 ‘콘텐츠’의 가치는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콘텐츠 수요자들의 소비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플랫폼을 구별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웹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TV에서도 방송하거나, 반대로 TV 콘텐츠를 디지털 맞춤형으로 바꾸는 크로스오버도 자연스러워졌다.

실제로 기존에는 TV에 방영된 콘텐츠들을 디지털 파일화해 온라인 VOD로 선보였다면, 지금은 기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온라인 문법에 맞게 가공한다. 자회사나 독립제작사와 제휴, 웹콘텐츠를 만들어 웹에서 먼저 유통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자사 TV채널에 편성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SBS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소 ‘모비딕’이다.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된 ‘양세형의 숏터뷰’는 지난 추석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기도 했다. 콘텐츠가 좋으면 모바일과 브라운관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아울러 11월 말 방영될 예정인 ‘비정규직 아이돌’ 역시 온라인 채널에 공개된 후 지상파 채널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SBS 관계자는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졌다. 모비딕은 모바일 콘텐츠로 진출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으면 TV에도 편성하고 있다”며 “짧게는 3분 길면 10분인 모바일 편을 TV편에 맞게 여러 편을 붙이고, 협찬과 언어표현 등을 편집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시도해보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예인 < 크리에이터

소비자를 직접 겨냥해 제품을 팔아야 하는 뷰티 업계에서도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방송들이 부쩍 늘었다. 뷰티 전문 MCN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는 “웬만한 연예인의 광고보다 크리에이터가 (방송)했을 때 화장품이 품절되는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건 정설이 됐다”며 “특히 올해 들어 뷰티 프로그램 러브콜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쇼핑은 뷰티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해 제품을 사용하고 노하우를 전하는 1인 방송 콘텐츠 실험을 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월 71세 뷰티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를 내세워 ‘막례쑈’를 선보였다.

막례쑈는 화장품 광고라면 미모의 톱스타가 해야 한다는 인식을 뒤집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할머니가 제품을 설명하는 것에 친근함과 재미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은 “제품이 과연 팔릴 것이냐는 우려와 달리 솔직한 사용법과 거침없는 화법에 소비자 주문전화가 폭주했다”며 “특히 ‘난공불락’ 세대인 젊은 층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특이한 현상도 눈에 띈다. 개그맨으로 데뷔했던 김기수씨가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로 변신, 8년 만에 지상파 방송에 복귀한 것이다. 그는 다양한 메이크업 기법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1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 크리에이터 반열에 올랐다. 방송인을 하다 주목받지 못하자 새로운 ‘대안책’을 찾았고, 다시 방송인으로 주목받은 독특한 사례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홈쇼핑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는 “기존 연예인이 유튜브에 진출해 콘텐츠를 만드는 등 크로스오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플랫폼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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